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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과 학생 함께 행복한 일, 뭐 없을까?

등록 2013-05-06 10:27

2012년 7월 말 ‘2012 인제 선생님과 함께하는 여름 독서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출판사 창비 뒤뜰에서 함께한 모습.
2012년 7월 말 ‘2012 인제 선생님과 함께하는 여름 독서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출판사 창비 뒤뜰에서 함께한 모습.
우리 반 학급 문집을 만들자!
④ 독서 캠프 활동을 바탕으로 문집을 엮어 보자

독서가 또다른 공부가 돼버린 현실…‘읽는 즐거움’ 일깨워 줘야
독서캠프 참가하며 아이들 자연스럽게 책과 글쓰기에 친해져
교무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작은 책, 그 표지에 쓰인 ‘얘들아, 책이랑 놀래? 도서관이랑 놀래!’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에게 책이랑 놀자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학습과 연계한 독서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실 속에서 책 읽기가 곧 공부가 되어 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책 읽기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아 주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 ‘2012 인제 선생님과 함께하는 여름 독서 캠프’의 주제가 바로 ‘얘들아, 책이랑 놀래? 도서관이랑 놀래!’였다.

2012년 7월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 동안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일원에서 진행된 독서 캠프에는 강원도 인제 지역 6개 중학교 독서 동아리 학생 40명과 지도교사 10명이 함께했다. 시인 박인환의 고향이자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을 집필한 백담사가 자리한 인제. 이 지역에서 10년째 진행되어온 독서 캠프가 강원도를 벗어나 처음 여행을 떠난 것이다.

파주에서의 2박3일은 두근두근 설렘이었다. 책 읽기는 천년 시간의 압축 파일을 여는 것으로 거기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게임 할 때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님을 온몸으로 강의해 준 김민식 피디(PD)와의 만남, 정성으로 만들어진 책의 가치를 일깨워 준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와의 만남. 먼 길 와서 듣는 강의인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캠프 둘째 날에는 출판단지 안에 있는 출판사 창비, 사계절, 문학동네, 서해문집 탐방에 나섰다. 아이들은 책 표지에서만 보던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으며 한껏 들떠 즐거워했다. “그 책 만든 곳이 여기예요?”라며 그동안 읽은 책 제목을 떠올려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모둠별로 4개의 출판사에 각각 들러 편집부, 디자인부, 마케팅부 등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인터뷰하면서 책으로 꿈을 꾸고, 이루고, 나누는 사람들의 열정을 경험하였다.

출판사를 나와 헌책방 ‘보물섬’에 들렀다. 입구 쪽 천사의 날개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약속이나 한 듯 책을 펼쳐 들고 앉은 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천사였다. 독서의 해 홍보 포스터 만들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아이들은 출판단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포스터에 들어갈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둘째 날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하여 ‘책과 문화의 만남’이란 주제로 홍대 앞 문화 거리에 있는 북카페들을 탐방했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 공간에서의 자유 시간이었다. 독서 동아리 친구들답게 자연스럽게 북카페의 문화에 젖어드는 모습이었다. 빼곡하게 짜인 일정 속에서 얻은 달콤한 휴식 시간을 마치고 ‘창비 인문카페’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다.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 함께 읽었던 <1945, 철원>의 작가 이현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몇몇의 아이들이 소설의 인상적인 부분을 낭독했다. 미리 책을 읽은 터라 작가에게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책을 매개로 만난 작가와 독자들은 꽤 긴 시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도 아이들도 전쟁과는 거리가 먼 세대이지만 전쟁을 겪으며 꿈을 접어야 했던 세대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

책과 문화의 만남을 경험하는 마지막 일정은 ‘책과 연극의 만남’이었다. 강풀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연극 <순정만화>를 즐겁게 관람했다. 원작을 대부분 읽은 아이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호연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 주었다. 멋진 공연을 함께 만든 배우와 관객들의 기념 촬영이 있은 뒤 숙소로 향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모두 곤히 잠들었다.

마지막 날 아침, 모둠별로 작은 책 만들기 편집 회의를 진행했다. 편집, 디자인, 원고 작성 등의 역할을 나누고 담당할 꼭지를 정했다. 독서의 해 홍보 포스터도 짧은 시간 안에 완성했다. 알찬 경험에서 나온 창의적인 생각들로 완성된 멋진 포스터들이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아이들은 책과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가 쓰인 네모난 책이라는 사물 속에서 아이들은 사람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사람, 책을 함께 읽는 사람…. 책이 곧 사람임을 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책은 단순히 학습의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임을, 누군가의 깊은 성찰임을, 누군가의 벗임을 알게 됨으로써 독서의 참된 가치도 깨닫게 될 것이다.

캠프를 마치고 각자의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은 카페 ‘2012 인제 독서 캠프’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담은 글과 사진을 올리며 소통을 이어 갔다. 이 카페에 올린 글들과 사진을 모아 엮은 작은 문집 표지에는 한여름의 강한 햇살 아래에서도 밝게 웃는 40명의 아이들과 10명의 선생님들이 보인다.

올해에는 좀더 다양한 독서 문화 행사들이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인제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2012 인제 선생님과 함께하는 여름 독서 캠프’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독서 캠프를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한 뼘 자란 모양이다. 우선 독서 캠프가 8월14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서울 권역에서 열린다. 예년에 없던 청소년 독서 아카데미도 5회에 걸쳐 진행된다. 문학, 환경, 노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통해 아이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학교의 독서 동아리들이 꾸준한 책 모임을 갖고 있으며, 도서관 하룻밤 행사, 작가와의 만남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을 갈무리한다면 2013년의 독서 동아리 문집은 좀더 도톰해지지 않을까?

김정은/강원도 인제군 기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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