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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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수준
중2~고1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마샤 게센 지음, 전대호 옮김, 세종서적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폴 호프만 지음, 신현용 옮김, 승산 푸앵카레(1854~1912)는 탁월한 직관을 지닌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다. 그의 공책에는 증명되지 않은 여러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는데, 이 중 한 가지는 유독 많은 수학자를 괴롭히며 거의 10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이것이 ‘푸앵카레의 추측’으로 알려진 3차원 구면의 위상학적 특징에 대한 정리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페렐만에 의해 2003년 증명됐다. 이 공로로 페렐만은 2006년 수학계 최고상인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수상을 거부했다.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상금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위촉도 거부했다.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은 이 독특한 수학자 페렐만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인 마샤 게센은 페렐만과 비슷한 나이로 수학 전문학교 출신이다. 이런 이력을 방증하듯 당시 수학 클럽에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학생들의 묘사가 사뭇 생생하다.
이 책은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수학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읽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푸앵카레의 추측과 관련한 해설보다는 페렐만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끼친 사회 체제, 교육 제도, 시대적 배경, 훌륭한 스승 등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렐만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던 소련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의 어머니 루보프 또한 수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재학 당시 유대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차별 가운데서 이례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권고받을 정도의 우수한 학생이었다. 일찌감치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루보프는 페렐만이 10살 되던 해 레닌그라드의 수학 클럽에 보냈다. 이후 페렐만은 각종 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단 한 번의 2등을 제외하고 줄곧 1등을 거머쥐며 앞으로 나아갔다.
페렐만은 수학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 사심이 없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난 뒤의 성취감 그 자체가 그에게 최고의 보상이었다. 그러나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한 뒤 페렐만은 세상이 그를 오해했다고 여겼다. 증명에 대한 이해보다는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내건 100만달러의 상금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증명이 옳고 아름답다는 것을 이해하리라고 믿었던 동료 수학자들의 반응도 예상외였다. 이들은 경쟁자인 동시에 자신의 성취를 입증하고 지지할 동료였다. 그러나 페렐만보다 앞서 4차원에서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프리드먼은 페렐만의 성취가 위상수학에 있어 약간 슬픈 일이라고 논평했으며, 자신의 증명을 가장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해밀턴은 거의 침묵이라고 할 정도로 논평에 신중했다.
저자는 이때 페렐만의 심정을 기대에 대한 절망으로 포착했다. 극소수만이 그의 성취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조차 생애 최대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한 이상 세상으로부터의 은둔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 될 것이다. 주변인과의 관계를 통해 페렐만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저자의 시선은 그의 기행에만 주목하여 신비주의적인 구도자로 묘사하거나 광기에 휘말린 천재로 보는 관점에 비해 논리와 감성 양면에서 끌리는 구석이 있다.
수학자 중에는 유독 별난 이들이 많다. 헝가리 출신 수학자 팔 에르되시 또한 그러하다.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는 에르되시의 일대기다.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한 여러 수학자 및 그들과의 공동 연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에르되시는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고 아름답게 풀어내는 문제해결사였다. 여행가방 하나에 옷가지와 수학 공책을 넣고 세계를 방랑하며 자신의 특별한 두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열어주었다. 국경과 분야를 초월한 전방위적 공동 연구 결과 에르되시는 생전에 1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에르되시는 수학 이외의 영역에는 관심이 없었다. 상금이나 강연료 등은 대부분 기부했다. 집도 없었고, 은행 거래를 할 줄 몰랐으며, 평생 단 한 번도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다. 11살 때 처음으로 스스로 구두끈을 맸으며, 빵에 버터를 처음 바른 건 21살 때였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공동연구는 다른 사람들과 얽혀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통로였다고 볼 수 있다.
수학을 매개로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점점 넓혀간 에르되시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끊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간 페렐만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확장과 위축이라는 대척점에 서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공통점도 여럿 있다. 두 사람의 비슷한 점을 찾아보며 두 권의 책을 나란히 읽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둘은 모두 반유대주의가 팽배했던 소련 및 헝가리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유대인 비율은 정해져 있었고, 경시대회 우승자만이 정원 외로 입학 가능했다. 이들은 경시대회 우승 자격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명백한 차별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것을 뚫고 탐구의 자유를 얻었다는 점은 놀랍고 뿌듯하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그야말로 특별한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었다는 건 1등이 되지 못했던 많은 이들의 좌절과 고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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