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정선오일장. 한 상인이 옛날 가락엿을 파는 모습.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62>정선오일장
<62>정선오일장
연초록의 잎사귀가 생기를 뽐내는 봄이다. 이럴 땐 장에 가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4일간 열심히 일하고, 5일째 되는 날엔 장으로 향했다. 농사지은 것과 물건들을 팔고 사고, 이웃과 정보를 교환하고 놀이패와 공연을 곁들이며 문화생활을 했다.
태백산맥의 산자락들이 병풍처럼 서 있는 강원도 정선 오일장을 찾아보자. 달력 숫자의 끝자리가 2와 7인 날에 열리는 정선장은 1966년에 개설되었다. 한때 인구 감소로 쇠퇴하던 장은 ‘정선오일장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다시 살아났다.
화사한 봄날이니 정선오일장에서 눈길을 주어야 할 것은 봄나물이다. 자글자글 주름진 할머니 무르팍에는 봄의 전령사 두릅이 소복하고 곤드레나물 옆에 취나물과 얼레지, 냉이가 보인다. 냉이라고 다 같은 냉이인가. 비닐하우스에서 온도 맞춰주고 바람 막아 주며 공주처럼 키운 냉이와 칼바람, 모진 추위를 이겨낸 냉이는 향부터가 다르다. 또한 비타민 C의 함량이 월등히 높은 봄나물은 춘곤증을 극복하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인체 속 생기를 일깨워주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조상들에게는 봄나물을 먹는 의식이 있었으니 오신채(五辛菜)를 먹는 입춘절식(立春節食)이 그것이다. 노랗고 희고 붉고 파랗고 검은 다섯가지 색의 맵고, 쓰고, 시고, 쏘는 봄나물을 챙겨 먹었는데 험한 세상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인생오고(人生五苦·다섯가지 인생의 괴로움)를 상징했다. 땅 위의 날것들이 내는 싱싱한 아우성과 사람냄새·밥냄새·땀냄새가 진하게 어우러지는 장터, 그곳에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의 이치가 있다.
‘정선아리랑극’을 관람하고 나서 올챙이국수를 사먹으며 아이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우리 땅에는 1000여개의 장이 섰으며, 보부상들이 한달에 400㎞ 정도를 걸었으니 보부상 생활 30년이면 지구를 세바퀴쯤 돈다는 것, ‘사람’을 맞이하고 ‘정과 추억’을 나누며 ‘인정’이 덤인 오일장은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것,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 등을 말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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