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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2학년 되면 짐싸게 하는 대학기숙사
건축적립금 수천억 쌓아두고 증설은 안해

등록 2013-04-08 20:02

성적순 퇴출…3·4학년은 입사 못해
전국 대학서 수용률 16%에 그쳐
학생 등록금·주거비 부담 이중고
재수 끝에 서울 고려대에 입학한 2학년 구아무개(21)씨는 올해 초 다시 불합격의 아픔을 맛봤다. 학점이 부족해 기숙사 입사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1학년은 지방 출신이면 웬만하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반면 2학년은 지방 출신 가운데 성적순으로 뽑는데, 올해는 기준이 남학생은 평점 평균 4.3점 만점에 3.06, 여학생은 3.73 이상이었다. 2학년인 구씨의 지난해 2학기 성적은 기준 아래였다. 그나마 수용인원이 부족해 3~4학년은 아예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한다. 구씨는 월 19만원을 내던 기숙사를 나와 학교 주변에 월 43만원짜리 하숙집을 얻었다. 생활비가 60만원에서 85만원으로 확 늘어났다. 부산 출신인 구군은 “부모님께 생활비를 신세지는 상황에서 부담을 더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각종 시설 확충을 위한 자금인 건축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기숙사를 짓지 않아 학생·학부모들이 높은 등록금에 값비싼 주거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8일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453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6.1%에 그쳤다. 국립대는 수용률이 20.8%로 그나마 나은 편이나, 사립대는 15%에 머물렀다. 국공립 6곳을 포함한 서울 47개 대학은 11.8%로 심각한 수준이다. 사학진흥재단은 기숙사 수용률 목표치를 30%로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원룸에서 살면서 500만~1000만원가량의 보증금에 매달 40만~50만원가량의 월세를 부담하거나, 30만~40만원짜리 하숙집·고시원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고시원에 사는 학생은 2008년 2만5200여명(전체 고시원 거주자 중 23.7%)에서 올해 3월에는 5만6900여명(27.6%)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들은 건축 적립금을 잔뜩 쌓아놓을 뿐 기숙사 건립은 뒷전이다. 홍익대는 서울 4년제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5213억원을 보유하면서도 전체 학생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은 4.2%로 매우 낮다. 이화여대는 두번째로 많은 2037억을 가지고도 기숙사 수용률은 8.2%에 그쳤다. 고려대는 1127억원으로 4번째로 많지만 기숙사 수용률은 9.2%에 머물렀다.

게다가 기숙사비도 계속 올라 학생들을 괴롭힌다. 대학들이 건축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돈이 없다며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기숙사를 짓는 탓이다. 서울 4년제 대학 41곳의 2인실 기숙사비를 비교해보면 사립의 경우 한 달에 28만원을 받는데, 이 가운데 민자 기숙사는 34만5000원에 이른다.

정부는 사립대에 기숙사를 지으라고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 뿐, 기숙사 수용률 최저 기준을 만들거나 이를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서 수용률을 법적으로 강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사립대 기숙사 수용률을 국립대 수준인 20%로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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