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로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제1회 진로교육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자유학기제의 의미부터 진로활동을 중심으로 한 운영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제공
제1회 진로교육포럼
청소년기의 진로란 일과 학습의 연계를 고민하는 과정
자유학기제 취지는 좋지만 한 학기만으론 너무 부족해
청소년기의 진로란 일과 학습의 연계를 고민하는 과정
자유학기제 취지는 좋지만 한 학기만으론 너무 부족해
“나는 ( )한 ( )가 될 것이다.”
지난 2011년, 경기도 부천의 부인중학교는 선택교과로 ‘진로와 직업’을 진행했다. 1년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5~7시에 블록타임으로 진로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업 첫날, 이선희 교사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위의 문구대로 작성해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머뭇거리고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게 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창의성 워크숍, 현장전문가 특강, 일일 직업체험, 모의창업 워크숍 등 다양한 진로 찾기 활동을 했다.
특히 직업인 특강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는 시간이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모든 직업에 대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대부분이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만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강을 나선 기자가 가장 중요한 기자의 자질에 대해 달리기를 잘하고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고 얘기하자, 아이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하다 다시 공부를 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가 지금 필요한 건 너희가 뭘 잘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하자 아이들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시간에 처음에 썼던 문구를 다시 채우라고 했다. 그냥 직업만 달랑 적거나 아예 쓰지 않았던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은 피디’, ‘남에게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 ‘인간적이고 배려심 많은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써 넣었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진로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직업 탐색하는 것은 일부분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고, 무엇보다 자신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교사와 학생 모두 ‘무엇을 하며 살지?’와 더불어 ‘어떻게 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까지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지난 3월27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주최로 제1회 진로교육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진로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 방향과 과제’였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를 정해 시험 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 체험을 하도록 한 제도다. 얼마 전 교육부는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선희 교사는 이날 사례발표를 통해 자신이 진행했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했던 1년도 짧은데, 한 학기로는 너무 부족하다.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좋지만 아이들에게 매 학년 매주 한 시간 정도 꾸준히 진로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단순히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1학년 때는 자기 탐색과 직업 탐색의 시간을 갖고, 2학년 때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특정 직업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도록 한다. 3학년 때는 그걸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짜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아이들 반응이 좋았던 직업인 특강이나 모의창업은 예산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수업이다. 이왕 하는 거 시간때우기식 수업이 되지 않도록 교사 연수를 통해 수업연구도 하고, 예산이나 전문 인력을 투입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유예된 행복’을 부르짖는다. 지금 조금만 고생하면 나중에 다 잘 풀릴 거라는 식이다. 확실한 미래 보장 없는 불안함에 학교교육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지속가능하고 확장된 행복을 가질 수 없다”며 “청소년기의 진로란 일과 학습의 연계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단순한 직업선택을 넘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목적과 방향이 있는 학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럼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민희정씨는 지난 3년간 학부모회 활동으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뜻이 맞는 부모들과 봉사, 독서, 진로교육으로 세분화해 커리큘럼을 짜고 강사도 알음알음 직접 섭외했다. 그는 “도농복합도시라는 지역의 특성상 교통도 불편하고 폐쇄적인 느낌이 있다. 게다가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엄마들은 좋은 고등학교를 보내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직업인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흥미 없어 하던 아이들이 점점 몰입을 하면서 변화가 왔다. 민씨의 아들만 해도 처음엔 단지 어려서 그림을 잘 그려서 ‘디자이너가 돼야지’라고만 했다. 직업인을 만나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몰랐던 직업도 접하면서 자기 진로 로드맵도 대충 세우게 됐다고 한다. 그는 “모든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부모는 아이의 몰랐던 부분을 알고, 학교 측에서도 진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우연치 않게 일본의 고등학교를 방문한 얘기도 털어놨다. 그가 갔던 도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정규교과과정에 직업훈련 시간이 있다.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군의 직업인이 와서 직접 수업을 했다. 주 1회 수업으로 학생들은 1년 동안 100여명의 직업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 수업이 방과후 동아리 활동과도 연결이 돼 있었다. 우리는 전문 직업인을 섭외할 때 비용 문제로 힘들 때도 있었는데, 일본은 지역과 국가의 지원이 잘돼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키워보니 엄마나 교사, 멘토의 말을 어느 순간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특정 학기에 정해놓으면 그걸 놓칠 수가 있다. 진로 찾기는 중학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꾸준히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조소연양은 원래 꿈이 교사였는데, 1학년 때 진로수업을 받으면서 요리사로 바뀌었다. 조양은 “우리들의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또 2, 3학년 때 꿈이 정해지는 친구들도 있는데 진로 찾기를 한 학기에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속적으로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알고 나면 더 행복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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