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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답 찾기에 매몰되는 버릇을 버려야

등록 2013-04-01 10:43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날 밤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에 기뻐하는 한 시민.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펼치면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낀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날 밤 이청용 선수의 동점골에 기뻐하는 한 시민.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펼치면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낀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수시논술 ′숨은 해법′
논증의 정석

‘내 논리’는 다른 이와 차별화되는 경쟁력

‘주장하라’, ‘견해를 밝히시오’, ‘생각을 밝히시오’, ‘견해를 논술하시오’ 등의 문제들이 포괄적으로 ‘주장하기’에 해당하는 문제다. 주장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다른 제시문을 통해 보통 두세 가지의 관점을 전제로 제시한다. 전제가 있는 상황이기에 학생들의 우선적 고민은 ‘어느 것이 정답일까’다. 그런데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정답 찾기’에 매몰되는 버릇을 버리는 것이다.

논술 제시문에서 두세 가지의 관점을 제시하는 까닭은 기본적인 접근의 방향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느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이를 모두 보여주면 학생들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물론, 논술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낯설다. 이런 주제에 대해 학생들의 견해를 펼쳐 보라는 요구사항은 그래서 당연히 낯설다.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외우고 정답 찾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견해’라는 것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 낯섦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훈련방법은 ‘주장하기’ 답안을 ‘제시문의 관점 중 택일→제시문의 핵심내용으로 논리 세우기→나의 논리 덧붙이기’의 과정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제시문의 관점 중 택일’하라는 말은 정답의 관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가), (나), (다)의 관점을 토대로 (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문제가 있다면 (라)의 상황에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관점은 세 제시문 중에서 제공되기 마련이다. 실제 학생들은 세 관점 중 하나를 어렵지 않게 찾아내지만 여기에 만족하여 그다음의 과정을 밀도 있게 전개하지 못한다. 이 점이 문제다. 다음 과정인 ‘제시문의 핵심내용으로 논리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과정은 4회에서 다룬 ‘비판하기, 분석하기’의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즉, 원칙을 찾아 적용하면 된다. 물론 이 능력은 ‘실전 문제 써보기’라는 오랜 과정을 통해서만 갖출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그 시간과 과정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이 ‘나의 논리 덧붙이기’다. 앞의 두 과정이 무난하고 괜찮은 글쓰기를 위한 논술의 기본과정이라면, ‘나의 논리’는 수시 논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넘어야 할 고지인 셈이다. 가장 좋은 글은 ‘견해에 나의 삶이 반영된’ 글이다. 앞 문제를 예로 들면, (라)에 적용할 수 있는 관점이 (가)라 하더라도 나는 (나)나 (다), 또는 다른 생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장의 변별력을 확보하여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질문에 ‘그냥’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제대로 된 주장이 되는 것이다.


논증의 실전2013 수시 기출문제(건국대 인문사회1)

개인적 정체성 vs 사회적 정체성

문제: (가)와 (나)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에 그려진 ‘나’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901~1100자)

(가)

정체성이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 의의를 부여해 주는 의미 체계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실존적인 지평에서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사회적 자아를 구성함으로써 획득된다. 이때에 일정한 의미의 질서를 형성함으로써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 문화다. 즉, 다른 집단과는 구분되면서 내부에서 공유하는 전통이나 스타일 등의 상징체계를 매개로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얻어지는 소속감과 유대감은 개개인이 사회로 통합되어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데 매우 긴요한 심리적 자원이 된다. 그런데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람이나 집단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 상품, 정보 등이 국경을 넘어 점점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 일정한 사회적, 지리적 범위를 경계로 형성되어 있던 공동체적 동질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나)

과학기술의 도움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고 해서 정체성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을 때 ‘나’의 정신이 겪는 변화가 일상에서 겪는 변화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변화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매 시간 변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정보에 의해 인간의 머릿속은 항상 변화한다. 이전에 저장된 기억 위로 새로운 기억이 덮이기도 하고, 오래된 기억들은 최근에 다른 기억들에 의해 지워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가? 그렇지 않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변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정체성마저 바뀌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에게 설령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언제까지나 ‘나’인 것이다. 정체성이 의미하는 바를 ‘나다움, 나의 개성’이라고 한다면, 주체성이 무시될 경우 정체성도 의미가 없다. 과학기술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적 성향을 개선하는 것 역시 자발적인 의미의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약물 사용이나 유전자 요법이 인간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훼손한다고 할 수 없다. (이하 생략)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라)

동열이를 배반자로 몰아세웠듯이 자치회 때 눈에 난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내서 벌을 가했다. 신발주머니를 까먹고 안 가져왔던 애들은 벌 청소를, 청소가 불량했던 분단을 몽땅 오리걸음으로 걷게 한다거나, 전 반원이 참가하여 다른 반 애들과 붙었던 시계불알 땅뺏기에서 빠졌던 애들은 코 잡고 맴돌기 오십 번 시키는 식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그런 일에 전처럼 열광하지도 않았고 시들해 있었으며 전보다는 오히려 서로가 화목해진 편이었다. 모두를 축구라거나 땅뺏기에 이겨야 한다는 핑계로 마구 다루는 데 휩쓸리고프지도 않았다. 애들이 앞에 나가서 코끼리 맴돌기를 하고 있을 때, 자치회를 위하여 자리를 피해 주었던 선생님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뭘 하구 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영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벌을 주고 있습니다.” “무슨 벌을?” “애들이 단체행동에서 빠지려구 합니다.” “단체행동이라니….” “애들 때문에 우리가 졌어요. 우리 반의 명예를 위해서 전부 놀이에 참가할 작정이었습니다.” “네, 그런가요. 언제 그 놀이를 해보자구 여럿이서 의논했나요?” 선생님의 한결같이 부드러운 질문에 영래가 대들 듯이 거칠게 대답했다. “아뇨. 하나 마나죠. 우리 반을 위해서 나는 모두 참가해야 된다구 생각했습니다.”(중략) 어느 산수 시간에 뒷자리 아이로부터 내게까지 작게 접은 종잇조각이 건네져 왔으며, 펴 보고 나서 나는 드디어 더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종잇조각에는 “본 다음에 앞으로 돌릴 것. 임종하”라고 씌어 있고 밑에다 그이에 관한 욕설에 곁들여 변소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추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림을 책갈피에 끼워 넣고 시간이 끝나기를 애가 달아 기다렸다. 그동안 나는 별의별 무서운 공상에 시달렸다. 나는 얻어터진다. 머리가 깨어져 다 죽게 된다. 그이가 나를 업고 간다. 몇 날 몇 달을 끝없이 간다.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뒤에서 종하가 대견한 짓이라도 해냈다는 듯이 “얘들아. 그 쪽지 어디까지 갔는지 이쪽으로 다시 돌려라.” 하며 떠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겁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말했다. “내가 가졌다 왜. 정말 너 이따위 장난만 하기냐?” 종하와 은수가 얼굴을 마주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낄낄 웃어댔다. “그게 니 깔치니?” “구경했으면 고맙다구 그럴 게지, 이 새끼가….”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 “너희들 사과 안 하면 그냥 안 둔다.”(이하 생략)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정석의 적용

위 문제의 논제를 분석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우선 (가)(나)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는 부분은 예시답안을 참고하기로 한다. 2-‘나’의 행동과 3-자신의 견해는 ‘주장하기’ 문제유형이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유형이므로 [논증의 정석] 중 정답이 있는 문제유형의 답안작성법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① 주어진 제시문 중에서 가장 적절한 관점을 선택

이 문제는 제시문 (라)에 나타난 ‘나’의 행동이 (가)(나)의 하나의 관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부분은 (가)에, 뒷부분은 (나)에 적용되는 독특한 경우다.

② 그 내용을 기반으로 주장을 정당화

(라)의 앞부분에 나타난 ‘나’는 ‘영래’가 주도하는 자치회라는 집단의 결정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에서 ‘내부에서 공유하는 전통이나 스타일 등의 상징체계를 매개로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구성’, ‘거기에서 얻어지는 소속감과 유대감’ 등의 문장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집단의 문화가 정체성을 형성하여 개인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라)의 뒷부분 내용은 이와 다르다. ‘나’는 종하의 행동이 주체성을 무시하며 ‘나다움’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나)의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고지에 접근해보자.

③ 나의 논리로 구체화

위 문제에서 ‘나’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한 모습이다. 가족이나 집안의 ‘가훈’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학급이나 학교의 룰에 맞추어 자신을 규정하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에는 ‘대한민국’이 우리의 정체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집단의 문화가 모든 시간 우리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공부를 하는 것은 ‘1등주의’라는 사회 문화의 답습이기도 하지만, ‘나’의 경쟁력을 위한, 개인의 정체성을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공부 이외에 예술이나 스포츠에 심취하거나 즐기는 것은 ‘나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과서 이외의 책을 보는 것, 음악 감상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가)도 중요하고 (나)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의 답안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조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무난하고 평범한 글이다. 수시 논술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글이라는 의미다. 주장하기는 나의 삶의 반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 (나) 모두를 고려하되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나’의 입장에서 확실한 주장과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가)의 내용을 더욱 옹호하는 이유 현대사회는 개인주의가 마치 진리인 듯 일반화되어, 고위 공직자들의 편법행위나 인륜을 저버리는 범죄 등 이기주의가 팽배해가고 있다. 이는 나 혼자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게끔 한다. 따라서 과거의 단순한 공동체 의식이 아닌 무한경쟁의 21세기를 개척해가는 동반자로서의 소속감이나 유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내용을 더욱 옹호하는 이유 사회는 개인의 결합이다. 개인의 정체성 형성 없이 ‘국가, 사회’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지배층을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다움’을 추구해야 하고, ‘나’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갖춘 ‘나’가 되어야 한다.


예시답안

(가) (나)는 정체성의 형성과 의미를 ‘집단’과 ‘개인’이라는 상이한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는 정체성을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자아’로 보고 있으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적 동질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집단과의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집단정체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나)는 정체성이 ‘나다움, 나의개성’을 의미하며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의

주체성에 의해 형성됨을 주장하고 있다.

 (라)에서 ‘나’의 행동은 (가)(나)의 자아가 순차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다. (가)는 집단의 정체성과 유대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라) 전반부의 ‘나’다. 소수의 주도로 돌아가는 자치회에서는 개인에 대한 인식이나 다수의 의사보다는 전체의 ‘정통, 스타일, 상징체계, 소속감, 유대감’ 등이 개인보다 우위에 존재하고 있다. 반면, (라)의 후반부는 집단에 묻혀 있

던 (나)의 ‘나다움’이 나타나고 있다. 자치회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던 주인공이 ‘나’로 등장하면서, 개인의 주체성을 침해하는 자치회의 폭력에 맞서 정체성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게 된다.

 사람은 개인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사회 속에서 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가)의 집단 정체성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동족상잔의 비극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은 이제 ‘한강의 수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고위층부터 일반국민, 심지어는 어린 학생까지도 법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나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만들어낸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따라서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나처럼 사랑할 수 있는 집단 정체성, 사회 분위기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의 주체성, ‘나다움’도 사회를 기반으로 형성이 되어야 올바른 ‘나다움’일 뿐이다.(922자)


주제의 심층이해

‘정체성’이라는 주제는 대입논술에서 자주 출제되고 있어 학생들 나름대로 시각정리가 필요하다. 집단의 정체성을 ‘애국주의’로 과거의 산물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발전적인 집단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연대와 소속 의무는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로도 향한다. 내가 사는 특정 공동체에서 나오는 특별한 의무 가운데 일부는 같은 공동체 사람에 대한 의무다. 그러나 나머지는 내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무다. 이를테면 독일인이 유대인과의 관계에서, 미국 백인이 미국 흑인과의 관계에서 부담해야 하는 책임이다. 역사적 부당 행위에 대한 집단적 사죄와 보상은 연대 의식이 내 공동체가 아닌 다른 공동체에도 도덕적 책임을 지게 하는 좋은 예다. 내 나라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는 일은 내 나라에 충성을 맹세하는 한 방법이다.

애국심은 정부 정책 반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을 벌였던 두 가지 근거를 예로 들어보자. 하나는 전쟁은 부당하다는 믿음이었고, 또 하나는 그것이 우리가 치러야 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우리 국민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전쟁이라는 믿음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이유는 그 전쟁에 책임이 있는 나라의 시민들만이 느끼고 외칠 수 있다. 스웨덴 사람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면서 그 전쟁은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직 미국 사람만이 그 전쟁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

자부심과 수치심은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도덕 감정이다. 미국인이 외국을 여행하다가 볼썽사납게 행동하는 미국인과 마주쳤을 때, 개인적으로는 그를 모를지언정 당혹스러울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이 그 행동을 보았다면 역시 눈살을 찌푸렸겠지만 당혹스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족이나 동료 시민의 행동에서 자부심과 수치심을 느끼는 감수성은 집단적 책임감을 느끼는 감수성과 연관된다. 둘 다 우리 자신을 어딘가에 소속된 자아로 인식하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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