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이면서 ‘독서운동가’로 불리는 백화현 교사(서울 국사봉중)는 얼마 전 <도란도란 책모임>(학교도서관저널)을 통해 10여년 동안 책모임을 꾸려가면서 얻은 독서동아리 방법론을 소개했다. 교육부, 각 시도교육청 등에서 독서동아리 활성화에 대해 관심이 뜨거워진 때 백 교사를 찾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진다. 백 교사는 “기존까진 독서가 굉장히 개인적인 활동이었지만 지식정보화 시대가 오면서 독서가 국가경쟁력의 문제가 됐고, 더이상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쳐서 외우는 방식의 공부는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책모임을 통해 우리 교육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뭘까? 백 교사를 만나봤다.
-가정독서모임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썼고, 학교 독서동아리를 해본 내용으로 이번 책을 썼다. 책모임과 관련한 책을 쓴 계기는 뭔가?
“우리집 아이들과 친구들이 책모임을 만들면서 변화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요즘 아이들은 인성문제, 정서불안 문제 때문에 힘들어한다.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배움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런 아이들한테 인성교육을 하고,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주는 게 우리 교육의 과제다. 책모임을 통해 두 가지가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작년부터는 교육부나 교육청 등에서 독서동아리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근데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 이번 책을 통해서는 책모임 운영 방법 등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 싶었다.”
-청소년기 독서모임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건 뭔가?
“어른이 되면 ‘나’로 살기보다 의무나 책임으로 살기 쉽다. 그만큼 청소년기는 영혼이 자유로운 인생의 황금기다. 근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 시기에 꽉 짓눌려 산다. 어디를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겉도는 이야기만 한다.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울어도 보고, 인생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 공부나 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누군가와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정신적인 대화를 나눴느냐는 것이다. 그냥 두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좋다. 근데 여기에 책이 매개로 있으면 잡담만 오가지 않는다. 책이 매개가 되는 순간 상당히 고급스럽고 진지하고 깊이 있는 대화들이 오고 간다.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생들이 더 해봤으면 하는 독서활동이 있다면?
“중학교 때 경험을 바탕으로 고교에 가서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봤으면 좋겠다. 고교 1학년 때 자유로운 독서동아리를 했으면 2학년 올라가서 진로가 구체화되면 과학독서동아리, 경제독서동아리 등 한 분야를 깊게 파는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 우린 어떤 과목 점수가 잘 나오면 그 관련 학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면서 실제 그 공부가 나랑 잘 맞는지를 판단해볼 기회가 생긴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켜보면서 놀랐던 대목은 뭔가?
“아이들의 우울증, 정서불안 등이 사라졌다는 거다. 사실 이게 아이들 정서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관계가 있더라. 우리나라 아이들은 끊임없이 비교를 당할 뿐 참된 위로를 못 받는다. 어른들은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부하라’는 말로 끝난다. 그 속에서 배신감에 화가 나니까 말도 거칠어지고 속이 뒤틀린다. 자신이 누군지 잘 모르고 상처받고 자랐던 아이가 독서동아리를 통해서 진정한 벗을 만나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는 걸 많이 봤다. 그 부분이 해소가 되니까 공부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더라. ‘나도 살 가치가 있는 인간이구나’라는 걸 깨닫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해보기 위해 지금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
-독서운동가로도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향후 계획은 뭔가?
“시민단체, 국가 차원에서 독서동아리 관련 운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운동에 힘을 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모임을 통해 희망을 보도록 돕고 싶다. 나중에는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독서동아리 활동도 추진해보고 싶다. 아파트가 주민 수가 어느 정도 되면 도서관 하나를 지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 도서관을 이용해 학부모, 학생 등 책모임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 안 한다. 내 사례를 통해 다른 뜻있는 누군가가 동참해 씨앗이 널리 퍼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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