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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크는’ 즐거움 알았어요”

등록 2013-04-01 10:26

봉원중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이용해 독서모임을 하는 모습이다. <도란도란 책모임> 가운데.
봉원중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이용해 독서모임을 하는 모습이다. <도란도란 책모임> 가운데.
봉원중학교 학생독서동아리 운영 원칙
독서동아리 만들어 운영한 봉원중 학생들의 이야기
책모임 꾸리면서 자아발견, 배움의 즐거움 알아가
조선시대의 책벌레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에서 이덕무는 홀로 책읽기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다. 고민은 유득공, 박제가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소된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는 배움이 책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함께 배움’의 즐거움은 모르고 ‘홀로 공부’의 필요성만 아는 시대가 됐다.

서울 봉원중 졸업생 중에는 책을 매개로 ‘함께 배움’의 즐거움을 맛본 학생들이 많다. 특별한 독서동아리 덕분이다. 2010년 봉원중에서는 12명으로 이뤄진 명작읽기반이 꾸려진 것을 시작으로 2011년 22개의 독서동아리가 탄생했다. 2012년 독서동아리는 32개가 됐다. 한 학교 동아리치고는 수가 많은 편이다. 이 학교의 독서동아리가 특별했던 이유는 교육청이나 학교 쪽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동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씨앗을 퍼뜨린 사람은 백화현 교사였다. 백 교사는 8년 동안 자신의 두 아이와 친구들을 모아 가정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봤다. 공부를 잘 못해 열등감을 느끼던 자녀는 책과 친구를 동시에 사귀면서 배움의 주체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가운데 서로 격려했다. 자존감이 생기면서 배움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백 교사는 “이 변화를 보면서 가정독서모임을 학교로 옮겨오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학교도서관 환경을 갖추는 데 힘쓰고, 학부모와 학교, 지역사회 등의 협조를 구해 독서동아리가 꾸려지고 독서교육이 학교와 지역사회 안팎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도왔다.

세화고 1학년 김태윤군은 봉원중 2학년 때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의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 다. 다른 동아리들은 학기 초 교사의 안내를 받고 이미 꾸려진 상태였다. 뒤늦게 꾸려진 탓에 서툰 점이 많았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다소 어려운 책으로 첫 모임을 열었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등 전문용어 때문에 어떤 친구는 책 읽는 걸 포기했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탓에 한동안 모임을 열면 잡담만 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동아리 발표회’, ‘밤새워 책읽기’ 등의 행사를 열었다. 다른 동아리 친구들이 그동안 해왔던 활동들을 소개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고 다시 활동에 집중했다. 동아리 활동을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에서 책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책을 매개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았다. 김유정문학촌 기행, 국회도서관 탐방,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과 영화 관람 등을 비롯해 문집 제작, 유시시(UCC)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페이스북과 같은 독서동아리들이 작은 씨앗에서 꽃을 피우는 데까지 학교 쪽은 ‘개입’이 아닌 ‘철저한 지원’을 했다. 교사와 학교는 도서관 환경 구축, 활동 지원, 발표회 개최 등 동아리 활동을 독려하는 도우미였다. 하나고 1학년 윤여은양은 “동아리를 바라보는 학교의 시각부터 달랐다”며 “다른 학교의 경우, 독서동아리를 하면 애들이 공부해야 하는데 시간 빼앗긴다고 하거나 스펙 쌓으려고 저렇게 몰려다닌다고 안 좋게 보기도 하는데 우리 학교는 동아리들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학생들끼리 문학기행 등 어딜 가게 되면 확인서도 어렵지 않게 써주셨다”고 했다.

학생들 처지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원은 학교도서관 환경 구축이었다. 봉원중 학교도서관 ‘글벗누리’는 32개 동아리들이 돌아가며 이용하는 독서수다용 아지트였다. 인헌고 2학년 유보경양은 “중학교 학교도서관이었지만 서가에 그림책이 많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림책이 있어서 평소 책을 아예 안 읽는 아이들도 책에 관심을 기울이더라고요. 그림책에 맛을 들인 뒤에는 관심이 소설로 옮겨가는 등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봤습니다.”

‘홀로 독서’가 아닌 ‘함께 읽기’여서 얻은 것도 많았다. 편독 습관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은 큰 소득이다. 김윤태군은 “<퓰리처상 사진집>은 잘 모르던 책이었는데 팀원 친구가 알려줘서 보게 됐다. 비싼 책이라 웬만한 도서관엔 없어서 국회도서관을 찾아가서 봤다. 덕분에 국회도서관 탐방도 했다”고 했다. 유보경양은 “본래 어려운 책은 잘 안 읽는 편이었는데 동아리 친구 가운데 한 친구의 아버지가 고전을 좋아하셨는데 덕분에 <국부론>, <자유론>처럼 어려운 책도 접하게 됐다”며 “지금도 쉽진 않지만 옛날 같으면 고르지도 않았을 책인데 끝까지 읽어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은 책을 놓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경험도 한다. 동국대부속여고 1년 손채영양은 예술중점학교인 현재 고교에서 연기를 전공한다. 독서동아리 활동 전에는 소심하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도 잘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손양은 “독서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성적도 오르고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연기 분야로 진로 결정을 한 계기도 동아리가 마련해줬다”고 했다.

유보경양은 중학교 때 독서동아리 등으로 다져둔 독서습관을 통해 요즘 자발적으로 아침독서 활동을 하고 있다. 등교시간 1시간 전인 7시20분부터 친구들과 학교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는 식이다. 유양은 “책을 정말로 안 좋아하고 싫어하는 친구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 독서동아리인 것 같다”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들한테 정보를 주고 싶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봉원중학교 학생도서동아리 운영 원칙

■ 소그룹(3~7명) 구성을 원칙으로 한다

■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 학생들의 자율적인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 1주일에 1회 1시간 이상의 활동을 원칙으로 한다

■ 울타리 교사를 두어 출석을 확인하고 활동을 지원한다

■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모임에는 매번 간단한 간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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