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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해 명료하게 만드는 게 분석

등록 2013-03-25 10:13

수시논술 ‘숨은 해법’
분석·평가의 정석

서두르지 말고 원칙을 먼저 정리하라

논술에서 분석하기는 ‘주장’, ‘비교’ 등과 더불어 출제빈도가 높은 문제유형으로, ‘분석하라’, ‘평가하라’, ‘논평하라’ 등의 형태로 출제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분석’이라는 표현에 익숙하지가 않아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감도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석’은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으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논리학에서는 “개념이나 문장을 보다 단순한 개념이나 문장으로 나누어 그 의미를 명료하게 함”이라 한다. 두 가지 정의를 고려하면 중요한 어휘로는 ‘나눔’과 ‘명료’를 발견할 수 있으며 단계적으로는 ‘나누어 명료하게’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해야 할 것은 나누는 작업인데, 이 과정에서 나누는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대두된다. 나누는 기준이 바로 원칙이다. 분석하기 문제에서 이 원칙은 논제에서 제시되기도 하고, 제시문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논제에서 분석의 원칙이 제시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가)의 현대사회의 상업적 예술을 분석하라’와 같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분석의 원칙은 고대·중세가 아닌 ‘현대’, 순수예술이 아닌 ‘상업적 예술’ 등이 분석의 원칙이 된다. 이런 문제의 경우 현대사회의 특징이나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차이, 예술의 본질 등의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문제는 출제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가)를 바탕으로 (나), (다)를 분석하라’, 즉 ‘제시문을 통한 원칙 찾기’ 형태의 문제가 일반적이다. 지난주 내용 중 자유비판이 줄어들고 강제비판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앞의 문제를 통해 간단히 말하면 (나)(다)를 분석하는데, (가)의 핵심내용 중 그 원칙을 찾아서 분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나)(다)를 중점적으로 읽으며 분석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게 된다. 헛수고다. (가)에서 원칙을 찾지 못한 학생의 글은 (나), (다)의 요약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분석의 조건으로 주어지는 논제나 제시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분석·평가·논평은 불가능한 작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분석·평가의 실전

2013 수시 기출문제(고려대 인문계 A)

시장은 자기조정 능력이 있는가?

칼 폴라니의 대표작 . 그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칼 폴라니의 대표작 . 그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Ⅰ.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75점) 900자(±50자)

(1)(가)

곤장을 맞게 된 이가 돈을 걸고 대신 매 맞을 사람을 구할 때마다 나서서 매품을 팔아 살아가던 사내가 있었다. 이 사내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백 대 매품을 하루에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아내가 또 백 대 매품 한 건을 선불로 받아놓고 사내를 보자 기쁘게 이 소식을 전했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고,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못 하겠네.” 아내는 돈이 아까워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고, “그럽시다.” 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卽死)하고 말았다. (청성잡기-조선후기 학자 성대중)

(나)

내게 ‘결혼식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가 생겼다. 거기서 내가 맡은 역할은 신랑 아버지의 친구다. 결혼식 장소는 ○○이고, 도우미들은 토요일 1시 반에 집합하기로 되어 있다. 회사 측에서는 친구도 몇 명 데리고 오면 더 좋다고 한다. 일당 1만 5천 원에 7만 원짜리 점심도 대접한단다. 신랑 측은 도우미 회사에 내는 돈까지 해서 나 같은 짝퉁 하객 한 명당 돈 10만 원씩을 부담하는 셈이다. 토요일 약속시간에 지하철 ○○역에 도착하자 60살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양복을 빼입고 모여 있었다. 도우미 회사 직원은 인원 점검을 한 뒤 축의금으로 낼 돈 봉투를 나눠줬다. 그날 동원 인력은 총 백 명이라고 했다. 결혼식은 2시 반에 시작됐다. 신랑은 잘났고 신부는 고왔다. 신랑 아버지도 풍채 좋고 돈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신랑 측이 짝퉁 하객 백 명에 돈 천만 원을 쓰면서 신부 측에 과시할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기야 이렇게 부질없는 허세에 헛돈을 쓰더라도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모양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할까? (한국일보 독자투고 칼럼 발췌)

(2)

지금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고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시장의 본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공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관련해서는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를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성과 가치 훼손의 문제는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것과 사고팔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할 때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공정성의 문제는 사람들이 불리한 조건이나 경제적 필요성의 긴박한 정도에 따라 물건을 사고팔 때 생겨날 수 있는 불평등에 관한 것이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보면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시장 교환이 항상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시장 교환을 불공정하게 강요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치 훼손의 문제는 시장이 손상시키거나 변질시킬 수 있는 태도 및 규범에 관한 것이다. 어떤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그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될 수 있다. 가치 훼손 문제는 공정한 거래 계약 조건이 성립됐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평등한 조건에서든 불평등한 조건에서든 모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자신의 신장을 파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은 자신의 신장을 팔겠다고 결정할 수 있지만, 이 결정이 정말 자발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신장 거래 시장은 인간을 여러 부속이 합쳐진 존재로 보는, 변질되고 객체화된 인간관이 만연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3)

사회와 독립된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완전히 유토피아적이다. 현실의 시장은 상품을 매개로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과 맞물린다. 경험적으로 정의하면 상품은 판매하기 위해 생산된 물건이며,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실제 접촉이다. 노동, 토지, 화폐는 산업의 필수 요소이며,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본래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상품화될 수 없다. 노동이란 인간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간 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판매를 위해 생산될 수 없다. 게다가 노동은 비축할 수도, 사람 자신과 분리하여 동원할 수도 없다. 토지란 자연의 일부여서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화폐는 그저 구매력의 징표일 뿐인데, 이는 은행업이나 국가금융의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노동, 토지,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들이 바로 그러한 허구의 도움으로 조직된다. 이것들은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거나 구매되고 있으며, 수요량과 공급량도 현실에 존재한다. 자기조정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런 요소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법령이나 정책은 시장 체제의 자기조정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환경의 운명이 시장 메커니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황폐해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은 문화 제도의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문제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정석의 적용

상품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Ⅰ. (2)의 관점에서 (1)의 (가), (나)를 논평하고, (2)와 (3)의 차이에 주목하여 ‘상품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75점) 900자(±50자)

이 문제는 제시문을 통하여 원칙을 찾으라는 형태의 문제이다. (2)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1)의 (가), (나)를 논평할 수 없다. 도표를 통해 예시답안을 참고하기 바란다.


예시답안

제시문 (2)의 관점은 상품화의 대상이 물질적 재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의 상품화 과정에서 ‘공정성’과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함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시문 (1)(가)를 논평하면, 가난한 시절에 다른 선택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매품팔이를 했다면, 이는 공정성을 잃은 상품화이다. 하지만 사내가 자발적으로 매품팔이를 했다면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매품팔이라는 행위 자체는 신체적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고려하면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상품화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제시문 (2)(나)의 경우, 하객 도우미를 자발적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거래 조건도 불공정하게 볼 수 없다. 반면 가족 간의 유대감, 우정과 같은 가치가 돈으로 상품화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그 순수한 가치는 훼손되었다고 논평할 수 있다. 450자(±50자)

상품화에 대해 (2)는 노동과 토지·재화 등을 상품화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정성과 도덕적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상품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3)은 노동, 토지, 화폐 그 자체는 상품화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상품화의 대상은 어디까지이며 정당한 조건은 무엇인가로 파악할 수 있다. 사실 현실의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편리한 상품뿐만 아니라 우정, 사랑, 종교 심지어 신체의 장기까지도 상품화되고 있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물결은 모든 것을 사고파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노동과 토지 등이 상품화가 될 수 있는 것인가에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신체의 일부를 상품화한다거나 신성해야 할 종교 등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을 둘러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자본주의의 무한한 상품화가 우리 삶을 그리 풍요롭게만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450자(±50자)


주제의 심층이해

아래 밑줄 그은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자본주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 모두 맡기면 시장의 자율 조정적 기능에 의해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칼 폴라니는 최근 금융위기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자본주의 시장은 허구이며,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은 사회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는 입장이다. 어느 입장이 더 타당한지를 생각해보자.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상인들은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을 떨지 않는다. 각 개인은 자기의 자본을 국내 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도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국부론-애덤 스미스)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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