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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CCTV 과신…학교폭력 방치하는 정부

등록 2013-03-13 20:17수정 2013-03-13 21:36

정부, 기기성능·규모 확대 또 추진
“예방효과 적고 본질 벗어나” 비판
교육 정상화·공동체 제역할 우선
“급우·교사·지역어른 관심 더 중요”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폐회로텔레비전(CCTV)의 성능 강화와 설치 확대 방안을 또 들고나왔다. 전문가들은 폐회로텔레비전의 렌즈가 아니라, 학교와 지역 공동체의 눈길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자장비를 이용한 감시와 처벌 중심의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레 학교폭력의 본질을 감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인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시스템을 바꿔 학생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근본 대책이고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시간을 요하므로, 일단 50만 화소의 시시티브이가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잡기에 무리가 있다. 100만 화소로 높일 수 있는 재정 근거를 마련하려고 준비중이다. 학교폭력의 시시티브이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에 설치된 시시티브이의 수를 늘리고 성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가 학교폭력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학교폭력을 연구하고 있는 이승현 박사는 “시시티브이는 범죄 발생 뒤 증거자료로 유용할 수 있지만 예방을 위한 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시시티브이가 절도나 살인사건 등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학교폭력을 줄인다는 신뢰할 만한 분석 결과는 없다. 시시티브이 늘리는 데 예산을 쓰기보다는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문제가 중첩돼 나타나는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을 단순히 시시티브이라는 기술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한계도 지적된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활동가는 “시시티브이의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그물망을 촘촘히 짜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욕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시티브이를 확대하고 해상도를 높인다 해도 결국 학교폭력은 더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공교육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학교 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는 한편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 장기적인 해결책이지만 유일한 해결책이다. 왜냐하면 시시티브이는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장 활동가는 제안했다.

학교폭력이나 성범죄 등 사회적 관심을 끄는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마치 시시티브이 부족이 문제인 듯 몰아가는 정부와 언론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관련 범죄의 근본 구조를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교폭력 범죄가 생길 때마다 시시티브이를 거론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나쁜 애들이니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정부와 언론의 행태가 결국에는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 시시티브이 늘리자는 건 배가 아픈데 밴드를 붙이자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동료 학생과 교사, 지역 공동체 어른들의 눈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는 가해자, 피해자에게만 초점을 둔 예방교육을 했다면, 학생 전체가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학교폭력을 방관한 데 대한 책임을 일깨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징계와 처벌 방식으로는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한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학교의 수직적 위계질서, 강고한 입시위주 교육제도의 해체와 함께 지역사회의 협조가 없는 한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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