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의 꿈 찾는 직업이야기
[이랑의 꿈 찾는 직업이야기]
공정무역 전문가
상품 파악부터 유통까지 참여
어학실력, 인권감수성 필요해
공정무역 전문가
상품 파악부터 유통까지 참여
어학실력, 인권감수성 필요해
자유무역은 아무런 규제나 장벽 없이 교역하는 걸 말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건 아니다. 한 예로 저개발국 농민들은 커피, 코코아, 설탕 등을 헐값에 수출하기 때문에 항상 가난에 시달린다. 반면 개발국의 소비자들은 값싼 원료로 생산한 제품을 비싸게 사먹고, 중간 유통업체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의 제품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나 혼자 잘 사는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의 여러 구성원들이 더불어 잘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공정무역 전문가는 저개발국의 생산자와 그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교역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의 업무는 실제 생산지에 가서 생산자를 만나고 교역을 시작하는 일부터 식품의 수입과 제조, 판매, 유통까지 다양하다.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사업처 생산자파트너십팀 한수정 팀장은 “주요 거래 품목인 커피와 초콜릿에 대해 원재료를 생산하는 생산자와 협력하고 이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영업하는 일, 그리고 공정무역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이 성사되려면 생산지를 확인하고 무역에 필요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생산지를 방문해 어떤 생산조합과 어떻게 거래할지 결정할 때는 생산지의 문화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또 개발이나 협력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것뿐 아니라, 생산지 내의 상품성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사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팀장은 “다른 무역과는 달리 공정무역에서는 상품의 품질이 좋지 않을 때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서 생산지에 제시해준다”며, “커피의 경우 생두의 품질과 완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생산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좋은 원재료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무역 전문가로 일하는 데 특별한 면허나 준비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무역 강연이나 토크콘서트, 공정무역 제품 판매 캠페인 등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참여할 수 있고, 실제로 이렇게 참여하는 학생이 많이 있다. 공정무역을 알리고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한 후원 조직에 참여하면서 공정무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거나, 평소 공정무역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 관련 서적들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업무에 따라서는 무역이나 국제개발, 또는 식품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면 좋고, 어학실력도 필요하다. 한 팀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력,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인권적 감수성”이라며, “공정무역은 단순한 교역이 아닌 다양한 가치들과 중첩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랑<십대를 위한 직업 콘서트> 저자·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서울 중구 명동에서 아이쿱생협 회원들이 공정무역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생산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보장해주는 대안무역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