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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훈국제중, 돈받고 입학시켰다”

등록 2013-03-05 09:10수정 2013-03-05 09:13

학부모 “2천만원 직접 건넸다” 폭로
“추가합격 대기중 재단쪽서 돈 요구”
윗선 개입·조직적 상납 정황도 증언
사배자 규정 위반 일반학생 충원도
서울 영훈국제중학교의 한 학부모가 학교 쪽에 2000만원가량의 돈을 내고 자신의 아이를 입학시켰다고 증언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 학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을 2013학년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합격시키는 등 입학전형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영훈중의 한 학부모는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추첨에서 떨어져 대기번호를 받고 추가 합격을 기다리던 중 학교 재단 고위 관계자가 2000만원가량을 내라고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만원짜리 지폐를 종이에 싸서 종이봉투에 넣어 직접 학교에 가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고위 관계자의 직책과 이름은 자세히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가 현재도 영훈중에 근무중이다. 검찰이 수사를 하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또 “(아이가) 입학을 하고 나니 내 자녀보다 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도 돈을 써서 들어왔더라”며 돈을 건넨 학부모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낸 돈의 상당 부분은 영훈학원 이사장에게도 전달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왜 현찰로 내야 하느냐’고 재단 관계자에게 물으니, ‘윗분에게 돈이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학을 온 학생들의 상당수가 같은 재단인 영훈초등학교 출신이라는 점도 미심쩍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전학 등으로 인해 50여명의 결원이 생겼는데 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영훈초 출신으로 채웠다는 것이다. 직접 입학 현황 자료를 봤다는 이 학부모는 “순수하게 대기번호 순서대로 들어왔다면 영훈초 출신 학생이 그렇게 많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학부모는 “영훈중에 들어가면 사교육을 안 시켜도 된다고 해서 사교육 비용이라 생각하고 돈을 냈다. 하지만 학교가 병들어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이런 사실을 밝힌다. 학교 쪽에 돈을 준 것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합격하기 전에도 전학을 간 사배자 학생 자리를 일반 학생으로 채우고, 사배자 학생의 장학금 지원을 중단해 이사장·교장 등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이날 공개한 ‘2010년 서울시교육청 영훈중 관련 감사원 위탁 민원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이 학교는 사배자로 입학한 학생 4명이 전학 등으로 학교를 떠나 결원이 생기자, 사배자가 아닌 학생 3명으로 충원(1명은 미충원)한 사실이 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는 사배자 학생의 결원이 생길 경우, 다른 사배자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영훈중이 사배자 학생의 장학금 지급을 중단해 일부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간 사례도 나타났다. 2010년 1년 수업료 600만원 중 절반을 장학금으로 받던 사배자 학생 5명이 시교육청의 저소득층 학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자 영훈중은 이 학생들에게 주던 장학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는 사배자 학생이 교육청 지원 대상이 아니면 학교 자체 예산으로 장학금을 주도록 한 시교육청 규정을 어긴 것이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영훈학원에 대한 시교육청 감사만이 아니라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입학 비리 혐의가 확인되면 영훈국제중의 국제중학교 인가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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