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학과·계열 특성을 알면 진로가 보인다
③의약계열·예체능계열 편
학과·계열 특성을 알면 진로가 보인다
③의약계열·예체능계열 편
예체능분야는 승자독식…노력보다 타고난 적성이 성공 좌우해
의약계열은 이과에, 예체능계열은 문과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의약계열은 이과이면서 이과 학문의 특성이 가장 약하게 드러나는 전공이 많으며, 예체능계열은 문과이면서 문과 학문의 특성이 적게 드러난다. 두 계열의 공통점은 첫째, 수학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의약계열의 보건의료통계가 조금 활용될 뿐이다. 둘째, 교육과정에서 실기 및 실습이 많다. 셋째, 다른 계열과 비교하여 선후배관계에서 서열 및 위계질서가 강하다. 반면, 차이점은 의약계열의 경우 직무특성상 냉정한 머리가 필요하나, 예체능계열은 뜨거운 열정이 성공의 중요한 열쇠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나, 후자의 경우는 노력 외에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
오늘은 성공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운이 3할이요 노력이 7할(운삼칠기)인 의약계열과 운이 7할이요 노력이 3할(운칠기삼)인 예체능계열 진로상의 특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약계열: 반복과 숙달, 배운 대로 표현하는 교과서적인 학문세계
이과계열 전공학과들의 주된 관심영역은 자연 및 사물이며 그 사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주요 방법론으로 수학이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의약계열학과의 경우 사람이 학문의 대상이 되며 수학보다 임상이라는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따라서 의학계열에는 이과이면서 문과에서 많이 다루는 법(법의학, 의료법, 약사법규 등), 생명윤리(윤리학, 철학 등), 인간사회 및 제도(식품위생, 산업보건, 지역간호학 등), 행정(보건행정, 병원행정, 의무기록 등), 정신심리(발달심리, 인지심리, 아동심리, 노인심리 등)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의약계열의 경우는 일부 몇몇 학과를 제외하고 수학을 많이 쓰지 않는다. 따라서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확률과 통계를 심화시킨 보건의료통계를 주로 배우게 되므로 대학 입학 후 수학을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은 매우 적다. 대신 공대계열 대학생들이 공학계산기를 들고 다닌다면, 의약계열 대학생들은 의약용어와 임상실습이라는 단어를 가까이하고 살아야 한다. 특히 졸업 뒤, 취업할 때 실습은 가장 중요한 학습 및 수련의 절차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실수는 지우개로 지울 수 있으나 의료인의 실수는 지울 수가 없다.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인은 정확히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반복과 숙달, 꼼꼼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즉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학습한 대로 과업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한 실습과 반복을 통한 숙달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평범한 의료인에게 창의력과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의약계열의 경우 졸업 후 진로가 명확한 전공이 대부분이다. 의예과는 의사로, 약학과는 약사로, 한의예학과는 한의사로, 간호학과는 간호사로, 물리치료학과는 물리치료사로 일한다. 약사의 경우 졸업 후 약국 개업이라는 협소한 진로를 생각하나 실제로는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많다. 의약계열 졸업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업은 간호사, 의사, 약사 및 한약사, 치과위생사, 물리 및 작업치료사, 안경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한의사, 치과기공사, 치과의사이며, 간호사의 경우 절대적으로 종사자수가 많은 직업이다.
의약계열의 주요학과는 의학과, 치의학과, 한의학과, 간호학과, 약학과, 한약학과, 보건학과, 치위생학과,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과, 재활학과,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의료공학과, 의료장비과, 치기공과, 응급구조학과, 의무행정과 등이 있다.
수능과목으로 보면 과학탐구 중에서 생물이 가장 관련성이 높으며, 화학, 물리 등의 과목을 심화 학습한다. 의약계열학과의 경우 동일한 일을 반복적으로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규칙적인 직업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 등에서 주로 일하게 되므로 체력도 강해야 하며 종합병원의 경우 야근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의약계열의 특성 때문에 취업은 잘되는 편이나 힘든 정신적·육체적 노동 때문에 이직률도 높다. 따라서 슈바이처나 나이팅게일과 같은 전기를 읽고 감상적인 태도로 의약계열에 입문하는 건 금물이다. 의료계열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명료한 자기 확신이 있는 학생에게 어울린다. 의약계열은 입학 뒤 학생의 진로고민과 감상을 받아줄 여유가 없는 학과가 많다. 즉 잘못된 진로선택 뒤 퇴로가 없기에 입학 전에 가장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끝으로 의약계열의 경우 생명과학기술의 발달과 생명연장, 고령화 등의 메가트렌드에 수혜를 볼 수 있다.
예체능계열: 타고난 능력, 운칠기삼에 의해 승자독식이 존재하는 경쟁의 세계
예체능계열은 타고난 신체적 능력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특히 체육계열의 경우 정신보다는 육체를 많이 활용하며, 음악과 미술의 경우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조된다. 예능의 경우 창의성이 중요하며 체육의 경우 반복적 훈련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필자는 직업세계에서 적성보다 적응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예체능계열의 경우 적응 이전에 적성이 중요하다. 즉 타고난 절대 음감, 미적 감각, 운동 신경 등이 적성으로 매우 중요하다. 스웨덴 출신 세계적 그룹 아바(ABBA)의 ‘위너 테이크스 잇 올’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승자독식이 철저하게 작용한다. 주연 한 사람의 출연료가 2진 모두의 연봉 합보다 많으며, 타율 좋은 투수의 연봉이 2군 수십명보다 연봉이 많다. 유명화가의 그림 한점은 무명화가 수천명의 그림보다 비싼 값에 거래된다.
다른 계열과 비교하여 노력과 결과의 비례성이 약하다. 예술의 경우 시대적·사회적 트렌드에 민감하므로, 소위 말하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신이 부여한 타고난 적성과 운이 중요하다.
예체능계열에서의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필자가 강조해온 ‘타고난 적성보다는 적응’이라는 주장을 예체능계열에선 불행히도 할 수 없다. 다른 분야의 직업능력은 쉽게 발견되기 어려우나, 예체능의 타고난 직업적 능력(예: 음감, 미적 감각, 운동 신경 등)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감지되므로 상당수 예체능계열 직업종사자가 선천적 능력과 조기개발이란 노력을 했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적응과 노력’으로 경쟁하기엔 불리하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졸업 후 종사자 규모가 많은 직업순위는 예체능 강사, 상점판매원, 시각디자이너,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강사, 기획 및 마케팅 사무원, 웹 및 멀티미디어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중·고등학교 교사, 총무사무원, 미용사 등의 순이다.
예체능계열의 주요학과는 산업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학과, 패션디자인학과, 실내디자인학과, 공예학과, 사진학과,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사진학과, 영상예술학과, 무용학과, 뷰티아트과, 체육학과, 경호학과, 회화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응용미술학과, 조형학과, 연극영화과, 방송연예과, 음악학과, 국악학과, 기악학과, 성악학과, 작곡학과, 음향과 등이 있다.
수능과목 가운데 국사, 세계사와 관련성이 높으며, 학교 교과과목으로 미술, 음악, 체육 등의 과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높다. 예체능은 문화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데, 문화와 관련성이 높은 과목이 국사, 세계사이기 때문이다.
흔히 예체능계열 종사자들의 직무특성을 신체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그림을 잘 그리거나 음감이나 운동신경이 좋아야 하며 창의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또다른 공통능력은 단시간의 집중력이다. 즉 짧은 시간에 몰입하여 성과를 뽑아내야 하는 일이 많다. 또 ‘구두 표현력’이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그 디자인이 가진 의미를 이야기로 잘 표현해야 하며 예체능계열의 경우 졸업 후 교·강사, 코치 등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 많기에 말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끝으로 의약으로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의술과, 예능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예술의 역할은 고령사회, 물질만능의 현대사회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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