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화의 궁금해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신순화의 궁금해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설득하고 타일러서 아이를 학교에 계속 다니게 하기에는 이미 아들의 마음은 학교를 멀리 떠나 있었다. 튕겨 나가는 아이를 억지로 눌러서 다니게 하는 것이 옳을까… 고민하면서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필규 입학 무렵에 둘러봤던 집 근처의 작은 대안학교를 떠올렸다.
전교생 서른명 남짓의 작은 학교였다. 필규도 그 학교를 마음에 들어 했다. 다니고 싶다는 말도 했지만 혁신학교라고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작은 학교에 입학시켰다. 거기라면 아들도 다시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일반 학교와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것들을 가르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남편은 반대했다. 애가 힘들다고 덜컥 학교에서 빼내는 게 옳은 일이냐고 했다. 새 학교에 가서도 어려워하면 그땐 어떻게 할 거냐고도 했다. 학교를 옮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 적어도 어떻게든 학교는 다녀야 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시절에는 학교 아니면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아들에게 다른 기회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경제적인 부담이 있고 부모가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 하며 학습 내용도 많이 달랐다. 아이와 학교 누리집에서 수업내용과 학교생활 모습 등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시 남편과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입학을 결정했다. 학교에 편입 신청을 한 뒤에는 그동안의 학교생활이나 가정교육, 아이의 특성 등에 대한 자세한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교장과 교사들, 이사대표 앞에서 긴 면접을 본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편입이 결정된 뒤 아들과 함께 다니던 학교와 교실에 들러 몇 가지 개인적인 물건들을 챙겼다. 2년을 다닌 학교를 떠나는 것에 대해 아들은 한 치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았다. 아들은 그렇게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대안학교에서 1년을 보냈다.
여전히 학교보다 집이 더 좋다고 하지만 아들은 많이 달라졌다. ‘대안학교로 옮겼더니 모든 게 다 좋아졌더라’ 하는 뻔한 스토리는 물론 아니다. 새로운 문제도 생겼고, 새로운 도전도 받고 있지만 학교를 좋아한다. 처음 해보는 일들도 그럭저럭 잘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아들 정도의 부적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 아이들 모두 대안학교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막내가 없었고 큰아이에게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면 혹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집 근처에 적당한 대안학교가 있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선택을 쉽게 누릴 수 없는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학교에서 부적응을 겪는 모든 아이들에게 대안학교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답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한 엄마로서 내 아이와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변화와 성장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크다. 학교를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만이 길이라고 밀어대기 전에 내 아이에게 좀더 잘 맞는 환경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대안학교를 보내지 못하더라도 어디서건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배움과 성장을 할 수 있는 사회라면 더 좋겠다.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대안학교를 선택한 우리 가족이 겪은 새로운 경험들을 나누어가면서 아이의 학교와 교육 때문에 힘들고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하나의 또다른 선택으로서 대안교육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신순화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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