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드라마 <학교 2013>은 무너진 교실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가 각자 짊어진 무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방송 제공
인터뷰 l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저자들
성적으로만 평가하고 승진에만 열 올리는 교사 비판
오랫동안 아이들 보고 싶다는 기간제 교사의 희망도
성적으로만 평가하고 승진에만 열 올리는 교사 비판
오랫동안 아이들 보고 싶다는 기간제 교사의 희망도
교사는 ‘모범생’일까, ‘꼰대’일까. 흔히 말하는 교사에 대한 선입견은 전자 아니면 후자다. 하지만 이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교사들도 있다. 최근 교육공동체 벗에서 활동하는 전·현직 교사 17명이 책을 냈다. 스스로 ‘불온’하고 ‘삐딱’한 교사임을 밝힌 이들이 쓴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는 학교 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학교 관리자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일상,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경기도 광명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김수현씨는 그중 중학교 성적이 하위권인 아이들이 오는 소위 ‘꼴통’ 학교인 충현고 교사다. 이 학교는 3년 전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되면서 성적 좋은 신입생들을 유치하고 학교 이미지를 긍적적으로 바꾸기 위해 변화를 꾀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일반고 시절 들어온 3학년들과 자율고로 입학한 1, 2학년 간에 편 가르기가 이뤄졌다. 그 과정을 보며 김 교사는 ‘300명의 완득이를 생각하며 울다’라는 글을 썼다.
그는 “학교에서는 1, 2학년에게는 특권의식을, 3학년에게는 열패감을 심어줬다”며 “축제 참여나 운동회, 동아리 활동도 따로 하고, 심지어 교복 디자인도 새롭게 바꾸고 3학년생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꼴통’이라 불리는 3학년들은 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한데,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공부 못하면 차별받아야지’라며 성적으로 평가받는 데 자연스럽다. 교사들의 능력주의 신화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다”며 “아이들 평가 기준이 성적이라는 걸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교사가 판단할 때 첫번째가 교육적인가를 따져야 하는데, 항상 객관적인 것이 1순위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공고 운영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문제 자체가 아마추어 같다. 사실 자공고는 설립 과정에서 교육적 철학부터 체계적 운영방안 등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이우학교 가서 벤치마킹해서 예산만 들이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입시 스킬이나 껍데기만 배워 온다”고 했다.
처음엔 그도 아이들을 체벌하고 교사는 문제풀이 ‘매끈하게’ 하고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이들과 인권동아리를 만들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장애학생을 도와 산행을 함께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뭘 좋아하고, 어떨 때 싫어하는지 알게 됐다. 그들과 지속적으로 밀착되면서 인간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시 쓰는 행복 인생, 3막 1장’은 승진을 포기한 어느 유능했던 교사의 이야기다.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ㄱ교사는 처음 발령받았던 학교에서 ‘승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3일 밤을 새워 일을 하면서도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와 많이 배우면서 승진할 수 있다는 말을 위안 삼으며 열심히 일했다. “교직사회가 두 부류예요. 승진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렇지 않은 부류는 다시 사명감 없이 그냥 직업으로 생각하는 부류와 가르치는 것에 깨어 있는 부류로 나뉘죠.”
그는 순종적으로 묵묵히 일하며 위촉장도 따고 승진 점수가 높은 학교로 옮겨 다녔다. 보통 시골이나 공단이 위치한 지역이 가산점이 높았다. 그러다 승진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파주 지역에 발령받았다. 그곳은 다들 승진하려고 모이다 보니 관리자의 말이 곧 법이었다. 원래 그렇게 지내왔는데, 너무 강제적으로 다들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니 한순간 숨이 막혀왔다. 그는 “늘 일이 먼저라 아이들을 방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내 생각 없이 누군가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니 이게 맞는구나 하고 살았던 게 어리석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학교 시스템에 정붙이기가 힘들어 교실 안에 박혀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학교 안의 ‘섬’처럼 살았다. 그는 “처음엔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는 게 힘들었는데, 점점 교감이 되고 나도 힘든 점을 솔직히 이야기하며 서로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점수를 따기 위해 관리자에게 명절 때마다 선물하고 퇴근할 때 주차장에서 일렬로 서서 인사하던 그였다.
하지만 점점 고분고분하지 않고 소심한 반항을 하면서 관리자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이제는 승진을 포기해서 마음도 가볍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큰 재산이다. 주변에서도 표정이 밝아졌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불온해질까 고민이다. “학교에는 강하든 약하든 소심하게나마 나대고 불온한 분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가 무너질 거 같다”고 했다. 파주에 들어올 때가 인생의 2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신과 아이들을 위한 인생을 꿈꾸며 3막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의 사립고에 근무하는 조해수 교사는 얼마 전 종영한 한국방송(KBS) 드라마 <학교 2013>을 볼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기간제 교사인 주인공의 처지에 너무도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3년차 지리교사인 그는 기간제다. 현재 조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100명의 교사 중 기간제 교사는 10명이다. 그는 교대나 사범대를 나오지 못하고 교육대학원을 나와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학교에 들어왔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교사를 대신해 근무중이다.
조 교사는 “기간제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에 동료 교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5, 6년 정도 있으면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있어 이를 빌미로 기간제 교사를 이용해 먹으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불안감이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니 신분이 불안해 가끔 생각이 딴 데 가 있기도 하고 그게 아이들한테 피해를 줄까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2년째 담임을 맡고 있다. 한달에 한번 학부모들한테 편지를 쓰는데, 학기 초에 자신이 기간제 교사라는 걸 밝힌다. “한번은 학부모가 상담하러 와서 아이가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는데, 원인이 교사의 대처가 부족해서라고 했다. 그분이 흥분하면서 이야기하는데 포인트는 그 교사가 ‘기간제’라서 그랬다는 것”이었다며 “부모나 아이들한테 나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기간제 교사를 욕먹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학기말에 학부모의 답장을 받을 때도 있다. “어떤 학부모는 내년에 어딜 가든 자기랑 아이와 연락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쓰셨어요. 또 한분은 제게 체 게바라 책을 선물하시면서 혁명을 이루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는 교사가 된 것이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였지 정교사가 되고 싶어서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니 꿈을 이뤘다고 말하는 조 교사는 오랫동안 아이들을 바라보고 장기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싶어서 정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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