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화의 궁금해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남편 나이 서른여덟, 내 나이 서른넷에 얻은 첫아이가 입학을 하던 날, 우리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뿌듯한 맘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다. 큰아이 손을 잡고 자그마한 시골학교 강당으로 들어설 때만 해도 우리 아이가 이곳에서 행복한 배움을 하리라고 믿었다.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아파트 아이들을 위한 현대식 시설을 갖춘 새 학교가 생겨 입학생이 점점 줄어드는 바람에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혁신학교로 바뀌면서 60명의 입학생이 몰려든 학교였다. 아이들을 친손주처럼 예뻐하시던 교장 선생님은 입학식 날 트럼펫을 연습해 와서 불어 주셨고 아이들 목에 일일이 사탕 목걸이를 해 주시면서 반겨 주셨다.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고 등교 시간에 정문에 서서 아이들 이름을 모두 불러 주시던 교장 선생님을 아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언제나 열려 있는 교장실에 아무 때고 들어가 사탕을 얻어 나오곤 하는 아들이었다. 비 오는 날은 아이들과 흙탕물 속에서 철벅거리고 계신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80분간 블록수업을 하고 주어지는 30분간의 놀이시간을 위해 딱지며 팽이를 가방 가득 챙겨 가던 아들은 공부는 재미없지만 노는 건 즐겁다고 했다.
그럭저럭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1학년 때와는 너무나 성향이 다른 담임선생님을 아이는 힘들어했다. 1학기가 끝난 뒤에는 그토록 좋아하던 교장 선생님이 갑작스레 전근을 가셨다. 교장실 문은 굳게 닫혔고, 새 교장 선생님은 엄하고 무서웠다. 교장이 달라지니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음을 몽땅 주어가며 가깝게 지내던 제일 좋아하던 친구도 어느 날 갑자기 지방으로 떠나 버렸다. 새 담임선생님은 중간 놀이시간을 20분으로 줄이고 그나마도 운동장은 위험하니 실내에서 놀라고 한다고 했다.
아들은 급격히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1학년 때와는 확 다르게 어려워진 수학도 힘들어했다. 아들은 숙제를 하기 싫다고 했다. 무조건 모른다고, 어렵다고 거부했다. 억지로 숙제를 시키려는 나와 늘 충돌했다. 숙제는 하기 싫은데 숙제를 안 해 가면 벌칙 받는 것은 더 싫다고 아들은 울었다. 어린 막내를 돌보는 일에 지쳐 있던 나는 아들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학교를 왜 다녀야 되나요?’ 아들은 묻기 시작했다. 공부도 재미없고, 친구들도 싫고, 숙제도 싫고, 벌칙도 싫고 다 싫다고 했다. 아침마다 등교를 안 하려는 아들과 억지로 보내려는 엄마 사이에 악다구니가 벌어졌다. 학교가 좋아서 다니는 사람 별로 없다고, 다녀야 하니까 힘들어도 참고 다니는 거라고 하면 아들은 ‘나는 참기 싫은데요?’ 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안 다니면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는 줄 알았다. 어느새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생각을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2학기도 끝나갈 무렵에야 담임과 상담을 했다.
필규가 수업에 흥미를 잃은 것은 오래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늘 한눈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또래 아이들과 언어도 생각도 달라서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도 들었다. 막내 낳고 큰애 칫솔질을 잘 못 챙겼는데 입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는 말도 들었다. 엄마인 나는 아들의 학교생활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그저 바쁘고 힘들다며 너는 컸으니까 네가 하라는 말로 아이를 밀어내는 동안 아이는 안팎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신순화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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