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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유무역협정이 모두에게 ‘자유’ 주는 건 아냐

등록 2013-02-25 10:24

2011년 10월 전국농민회 강원도연맹 농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며 도청 앞에 30여t의 벼를 쌓아 놓았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1년 10월 전국농민회 강원도연맹 농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며 도청 앞에 30여t의 벼를 쌓아 놓았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산업경쟁력 있는 분야는 유리, 없는 곳은 불리
FTA 뒤 미국산 체리 수입 급증 국산 과일 타격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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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무역 없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입고 먹는 것만 봐도, 대부분이 중국산이죠.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가 휘청거릴 겁니다. 이렇게 물건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무역이 잘 이뤄질수록 경제에 좋으리란 생각을 자유무역주의라고 부르고 반대를 보호무역주의라고 합니다.

자유무역주의는 국가의 간섭 없이 최대한 무역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한 나라의 경제뿐 아니라 국제경제도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보호무역주의는 무역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놔두면 국내의 산업이 위협받거나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수입 물품에 관세라는 일종의 세금을 매겨서 국내 산업을, 특히 취약한 산업을 보호하곤 합니다. 관세를 많이 매길수록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갈 테니 국산품이 비교적 유리하겠죠. 결국 강한 산업을 가진 나라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반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보호무역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고, 잇따라 유럽연합(EU)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관세를 없애자는 약속이 자유무역협정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모두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뛰어나기만 할까요?

#올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미국산 체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자두와 복숭아, 참외 같은 국내산 여름철 과일의 수입대체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선체리 수입량이 392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한 달 수입량은 118% 급증한 2873t에 이르렀으며, 7월 이후에도 40~70%의 수입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24%의 관세가 철폐되고 작황까지 좋은 미국산 신선체리가 수입 급증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체리 수입 급증으로 자두와 복숭아, 하우스감귤, 참외 같은 국내산 여름철 과일의 소비 대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미국산 체리 수입 급증/<한겨레> 2012년 9월19일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자마자 저렴한 미국산 체리의 수입이 급증했습니다.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비싼 국산 과일인 자두와 복숭아 등의 소비는 당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자유무역의 결과 가격경쟁력이 높은 미국산 과일이 국산 과일을 밀어내고 있는 겁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고도 달콤한 체리를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이익일 수 있지만, 과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겁니다. 이러니 농민들이 자유무역협정에 강력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미국산 체리와 경쟁하기 위해 우리나라 농부들이 자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농업기술이 발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여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겁니다.

농업은 어려움을 겪는 대신, 특히 자동차 산업이 적지 않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는 합니다.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더 유리하게 됐다는 뜻이겠죠. 결국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것은, 취약한 농업을 포기하더라도 자동차를 더 많이 수출하면 전체적으로는 국가경제에 이득이 된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의 금전적 가치만 따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만일 농부가 자두의 경쟁력 높이기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영영 국산 자두를 먹을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다.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으로 교섭에 돌입해 2014년 말까지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의 연간 무역 규모는 6130억달러로, 미국 상공회의소는 유럽연합과 자유무역이 체결될 경우 5년 안에 1200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연합도 매년 국내총생산(GDP)을 0.5%포인트 더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미-EU FTA 속도전…“내년말 타결 목표”/<한겨레> 2013년 2월15일치)

미국과 유럽연합도 협상을 시작했다니 자유무역협정은 최소한 이 시대의 큰 추세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도 자유무역협정을 최대한 많이 체결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중국·일본과 동시에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수출 집중형 경제성장 전략을 유지해온 우리나라가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 있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을 맺더라도, 국내 취약한 산업을 보호할 수단을 강구하는 것일 겁니다. 그 대표적인 산업은 아무래도 농업이겠죠? 우리 땅에 나는 우리 고유의 농산물은 아무리 무역이 자유화된다 해도 미국이나 유럽 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과연, 우리 농업은 현재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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