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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철자 맞히기 올림픽, 영어도 공부하고 친구도 사귄다

등록 2013-02-18 10:13

2월5일에 열린 2013년 내셔널 스펠링비에서 챔피언이 된 리시군(왼쪽)과 금상을 받은 이성준군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윤선생 제공
2월5일에 열린 2013년 내셔널 스펠링비에서 챔피언이 된 리시군(왼쪽)과 금상을 받은 이성준군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윤선생 제공
미국인 남학생 한국 대표로 결선 진출해
금상 이성준군과 10라운드까지 접전 펼쳐
“Chihuahua.(치와와)”

출제자가 단어를 말하자 무대 위에 오른 학생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입으로 철자를 중얼거리며 한 손으로 다른 손 손바닥 위에 철자를 써본다. 그래도 잘 모르겠는지 출제자한테 질문한다.

“Can I have the definition?(정의를 알 수 있을까요?)”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장내는 고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출제자와 학생의 목소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지난 2월5일 건국대 새천년관 국제회의장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3년 내셔널 스펠링비(National Spelling Bee·이하 NSB) 현장. 공연장은 조용한 가운데 긴장이 감돌았다. 이 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윤선생이 후원하며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스펠링비는 출제자가 출제 단어를 발음하면 참가자가 철자를 한 자씩 또박또박 발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다. 지필고사를 치른 모든 참가자에 한해 말하기시험 1라운드의 기회가 주어지며 이들 점수를 합산해 말하기시험 2라운드 진출자 40명을 가린다. 2라운드부터는 구두 단어시험을 치르게 되며 최종적으로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한다. 마지막 한 명은 챔피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챔피언 문제를 풀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철자 말하기 대회인 86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이하 SNSB)의 한국 대표로 결정된다. 만약 챔피언 문제를 풀지 못하면 챔피언 문제를 푸는 학생이 나올 때까지 테스트는 반복된다.

2008~2009년과 2011~2012년에는 서지원양이 챔피언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서양이 올해부터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올해는 누가 새로운 챔피언이 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NSB에 출전하려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국적 무관) 중학교 2학년 이하의 학생 중 1997년 9월1일 이후 출생자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최종 우승의 영예는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리시(Rishi, 부산국제외국인학교 중2)군에게 돌아갔다. 리시군을 우승으로 이끈 마지막 챔피언 단어는 ‘복잡한 논쟁이나 다툼’을 의미하는 ‘imbroglio’(임브롤리오)였다. 리시군은 상금 200만원과 상장 그리고 보호자 1인을 동반한 미국 본선 참가권과 체재비 일체를 지원받게 된다. 리시군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아버지가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 때문에 2011년 7월부터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은 단순 암기보다는 어원에 대해 공부하거나 실생활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공부 방법으로 단어를 익히는 경우가 많다. 리시군은 “2012년 12월부터 공부를 했다. 2004년에 스크립스사에서 발행한 350페이지 책으로 단어들을 계속 공부했다”며 “챔피언 단어가 어려웠는데 이탈리아 어원을 생각해서 맞혔다”고 했다.

2위를 해 금상을 받은 이성준(인천 영화초6)군은 리시와 10라운드까지 올라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이군은 “평소 <타임> 등의 잡지를 많이 보는 편이고, 발음이나 어원 등을 적은 영어 플래시카드를 통해 단어를 익혔다”고 했다. 이군의 엄마 임지영씨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니까 영어 노래를 들려주는 등 영어가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지금도 아이가 일어나면 미국 뉴스 등 시사성 있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대회장에서는 탈락을 알리는 종소리에 눈물을 글썽이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반면 10라운드까지 가면서 접전을 펼친 리시군과 이성준군은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격려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미국 본선인 SNSB도 단순히 영어학습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인종과 성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영어를 통해 친목을 다진다는 의미도 크다. 이날 문제 출제자이면서 1980년 SNSB 챔피언인 버몬트대 자크 베일리 부교수는 “이 대회에서 만난 뒤 대학에 가고, 사회진출을 해서도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지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지적으로 같은 관심이 있는 또래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단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하나의 관심을 놓고 유대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큰 행사다”라고 설명했다. SNSB는 오는 5월 말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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