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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장관의 교과서 수정권한’ 축소될까

등록 2013-02-17 20:34수정 2013-02-17 22:26

대법 “수정명령은 위법” 판결 이어
서남수 후보자도 현 제도 부정적
교과부 권한강화 시도 제동 걸려
“검정위 준하는 기구서 논의해야”
대법원이 15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적법한 심의 절차 없이 교과서 수정명령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교과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장관이 전적으로 교과서 수정 권한을 갖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어, 정부 방침이 바뀔지 주목된다.

교과부는 지난달 21일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의 근거 법령을 대통령령에서 법으로 격상하고, 장관이 ‘감수’를 이유로 교과서 검인정 단계에서부터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과부는 3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법률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교과부는 2008년 장관의 교과서 수정권을 명시한 대통령령을 근거로, 뉴라이트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8곳을 수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교과서 저자들은 수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역사학계에선 장관의 교과서 수정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오히려 교과서 수정권의 근거 조항을 초·중등교육법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을 축소하고, 교과서 검정 권한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 저자로 교과부를 상대로 승소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교과서 개정은 장관 개인이 할 일이 아니라 검정위원회에 준하는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교과부는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포기하고, 장관의 수정 권한은 오타나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 잡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사 해설서와 검인정 제도를 통해 교과서를 독재국가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다. 정부와 교사·학부모 등이 모인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가칭)을 만들어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내용을 최소한으로 정하고,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발행해 국가 통제가 아닌 사회적 선별을 거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담당자는 “정식으로 판결문을 받아본 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의 연관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남수 후보자도 홍익대 초빙교수 시절, 장관에게 막강한 교과서 개정 권한을 주는 현행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서 후보자는 지난해 1월30일 시민단체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토론회에 참석해 “교육과정 중에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은데, 교육부 장관에게 거의 전적인 결정권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심각한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수정 권한을 장관에서 관련 위원회로 넘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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