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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진로체험 할 곳 적고, 기업들은 시늉만

등록 2013-02-13 20:43수정 2013-02-13 22:45

중학교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자
③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자유학기제·진로교육 인식 부족해
기업들 거절하거나 성의없이 교육
교과부도 프로그램·인력 준비 안돼
“세제혜택 등 제도적 유인책 필요”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려면 ‘학교 밖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직업체험과 멘토링 등 진로교육의 성격상 학교 혼자 떠맡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진로교육을 하고 있는 일선 학교들은 학생에게 문을 열어줄 일터를 찾는 단계부터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직업체험 중점학교로 선정된 ㄱ중학교에선 400여명의 2학년 학생들이 160여종의 직업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의향서를 써냈지만, 학교는 절반인 80여종밖에 섭외하지 못했다. 변호사·의사·피디 같은 인기 직종엔 20~30명의 학생이 몰렸지만 1개 사업장씩밖에 섭외를 못해 각각 3~4명의 학생이 체험을 하는 데 그쳤다. 운동선수, 항공기 조종사, 동물조련사, 외교관 등은 아예 섭외가 되지 않았다. 이 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는 “도움을 주는 시민단체와 함께 야근을 수없이 해가며 섭외에 나섰지만, 학생들의 욕구가 다양한 데 비해 학생을 받겠다는 일터는 찾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힘들여 섭외를 해도 업체 쪽에서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ㄴ중학교에선 직업체험을 위해 한 커피 전문점에 학생을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이틀 전에 업체 쪽에서 약속을 취소해 해당 학생들은 다른 커피 전문점으로 나눠 보내야 했다. 이 학교의 진로진학 상담교사는 “한 곳의 약속이 취소된 탓에 다른 업체들의 체험 학생 숫자가 늘어나 제대로 체험하기가 어려워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막상 일터에 가더라도, 준비된 교육 프로그램과 책임감이 부족해 학생들이 부정적인 인상을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ㄱ중학교의 학생 3명은 인기 직종인 ‘파티쉐’(제빵사) 체험을 하러 갔다가 설거지만 하고 왔다며 풀이 죽어 학교로 돌아왔다. 한 정보통신 업체는 교육을 맡은 직원이 급하게 출장을 가는 바람에 가장 직급이 낮은 직원이 학생을 맡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ㄴ중학교에서 병원으로 체험을 나간 일부 학생들의 경우 병원을 둘러보고 설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ㄴ중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는 “관찰형보다 체험형이 학생에겐 좋지만, 체험형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킬 준비가 된 일터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여복 서울시교육청 진로적성교육 담당 장학관은 “기업들은 보안 유지가 어렵고, 직업교육이 뭔지 모르겠다는 이유 등으로 학생을 받기를 꺼린다”고 아쉬워했다.

정부 기관도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뒤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올 학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할 일터를 발굴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정도의 역량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진로진학정보센터를 설치했지만, 배치된 인력은 한 곳당 4~5명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와 별도로 지난해부터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진로상담과 캠프 등을 진행하는 진로직업체험센터를 만들고 있다. 내년까지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4곳(강동·노원·금천·성동)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대구에서 진로진학 사업을 진행할 사회적 기업을 만든 정도가 눈에 띌 뿐, 제대로 된 체험센터를 만든 시·도 교육청은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 도쿄의 이타바시구에서는 2007년부터 일부 시범학교를 지정하고 지역상공회와 함께 ‘중학교 직장체험학습’을 개발해 2009년부터는 지역의 모든 중학생들이 3~5일간 일터에서 직업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선의에만 의지하기보다는 우수한 직업체험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부에서 진로체험 관련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등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학교(대안학교)가 11학년(고2) 학생들에게 최소 2~3개월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직장에서 인턴으로 일하도록 하고 있다. 박복선 성미산학교 교장은 “현 상태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면 보여주기식의 하루 체험밖엔 할 수 없다. 우선 의향이 있는 학생과 일터를 연결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박수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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