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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과교실제 ‘속빈 강정’…예산 9% 낭비도

등록 2013-02-03 20:21수정 2013-02-03 22:34

학교 8곳 감사결과 교실 활용 44%뿐
태블릿 등 구입뒤 교사들 사적 사용
교육청 감사관실 “입시교육 여전 탓”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교과교실제’ 사업이 예산 낭비를 낳는 등 부실하게 운영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이 특정 교과 수업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제도다.

3일 <한겨레>가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2012년 하반기 교과교실제 운영 실태 정책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 8곳을 골라 감사한 결과 전체 예산 74억2650만원 중 6억7676만원(9.1%)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보면, 서울 지역의 ㄷ고등학교는 교과교실 예산 5억500만원 중 목적 외 용도에 사용하는 등 낭비한 예산이 6714만원(13.2%)에 달했다. 교과교실 예산으로 226만원짜리 태블릿 컴퓨터 10대를 산 뒤 이 가운데 5대를 교과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나눠줘 교사들이 사적으로 사용했다. 708만원짜리 무선인터넷시스템을 설치한 뒤 방치했고, 2157만원을 들여 설치한 출석관리 시스템도 시교육청의 전산시스템이 바뀌는 바람에 1년4개월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기자재 구입비와 강사비로 예산을 75% 사용해 정작 교육활동비로는 9.2%만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에서 201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과교실제로 인한 변화가 긍정적인가’라는 물음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학생이 45.6%(26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57명중 7.0%(4명)에 불과했다. 이 학교는 2011년 모든 교과를 교과교실에서 가르치다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잇따르자 1년 만에 수학·영어·예체능을 제외하고는 교과교실제 운영 이전으로 돌아갔다.

이번 감사 대상 학교들의 교과교실 활용도는 평균 44.4%로 절반을 넘지 못했고, 고교만 따지면 37.3%로 더 낮아졌다. 한 고교는 활용도가 12.0%에 그쳤다. 3개 중학교는 학년별 선택 과목을 1개만 지정해 학생에게 사실상 수업 선택권이 없었고, 고교 5곳은 선택 과목이 교과교실제 운영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중앙통제형 교육 과정과 입시 경쟁이라는 ‘알맹이’를 바꾸지 않고 교실 환경 변화라는 ‘껍데기’만 바꿨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학교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을 짜고 평가하는 권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과 선택권을 주는 건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관실은 “대입 준비 위주로 수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교과교실제를 당초 취지대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2050개교에서 교과교실제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14년까지 1조2200억원을 투입해 전국 5200개 학교 중 소규모·특수목적학교를 제외한 4800개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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