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중학교들 허락 번복·반발
“수업권 침해” 교육청에 민원
일부 외고선 고교과정 시험 준비
교육청 “규제근거 없어…일정 조정”
“수업권 침해” 교육청에 민원
일부 외고선 고교과정 시험 준비
교육청 “규제근거 없어…일정 조정”
서울지역 한 자율형사립고가 현재 중학생인 입학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을 위한 예비학교를 운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한 외국어고는 입학 예정자들을 학교로 불러 모아 고교 과정이 포함된 시험을 치르려다 문제가 되자 급히 취소하는 등 자사고와 외고가 중학교 교육과정 파행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교사와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역 자사고인 ㄱ고는 1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신입생 예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내신 및 수능 대비 문제집인 <교육방송>(EBS)의 ‘고등예비과정’을 교재로 선정해 수업을 진행하는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중학교가 개학한 1월 마지막 주가 예비학교 기간과 겹치지만, 예정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식비, 셔틀버스비 명목으로 각각 20만원 안팎의 돈을 냈다.
입학 예정 학생이 있는 중학교들에선 예비학교에 참석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참가를 허락했다가 번복하는가 하면,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ㄱ고 입학 예정 학생이 5명 있는 한 중학교에선 당초 예비학교 출석을 허락했다가, 개학 당일인 이날 학생들을 학교로 출석시켰다. 이 중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고교 담임교사와 반 친구들한테 소외되고, 수업에 뒤처질까 걱정돼 오전에만 예비학교에 참여하라고 했다가, 중학교 수업권을 침해당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와 다시 중학교로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29일에 개학한 다른 중학교 교사는 ㄱ고가 중학교 교육과정을 침해했다며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ㄱ고 교감은 “중학교 개학 일정을 잘 몰랐다. 개학한 학생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입학 전에 학원이나 독서실에 안 보내서 좋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고교에서 입학 예정 학생을 상대로 미리 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것을 규제할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ㄱ고에 개학 일정과 겹치는 학생들을 중학교로 출석시키고, 다음부터는 겹치지 않게 하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지역 외국어고인 ㄴ고는 대부분의 중학교가 개학한 31일 낮 12시부터 합격생 348명을 대상으로 고교 범위의 영어·수학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가,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고 시교육청에서 시험 연기를 지시하자 30일 오후 급히 시험을 취소했다. 이 학교는 영어 시험 범위로 <교육방송> ‘고등예비과정’ 문제집과 <노벨트의 막다른 골목>(Dead End in Norvelt)이라는 청소년 영어 소설을 지정했다. 수학은 <교육방송> 교재 절반 정도까지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ㄴ고 교감은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줄 수 있고, 중학교 일정과 겹친다는 지적이 있어 개학 이후로 시험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ㄴ고 입학 예정 학생의 한 담임교사는 “중학교 수업은 무시해도 된다는 외고의 이상한 특권 의식 탓에 학교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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