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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중·일 세 나라 숟가락 모양이 다른 이유

등록 2013-01-28 15:16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 - 식(食)
<음식인문학>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중국 음식 문화사>왕런샹 지음, 주영하 옮김, 민음사


<음식인문학>의 부제는 ‘음식으로 본 한국의 역사와 문화’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학부에서는 역사학을,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는 문화인류학과 민족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런 이력은 식재료, 조리법, 식사 도구, 식사 예절 등 소주제에 대한 면밀한 탐구를 비롯하여 음식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큰 분석의 틀을 갖게 되는 배경이 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은 저자가 학회지나 연구논문집에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이 읽기에 좀 어려울 수 있다. 그 점을 감안하고도 고른 이유가 있다. 저자는 한국 음식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다. 조금 어렵더라도 저자의 역작인 이 책을 거치지 않고서 한국 음식의 역사를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음식인문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고, 관심 있는 장부터 골라 읽어도 괜찮은 구성이다. 한류와 한국음식을 다룬 2장, 비빔밥에 대한 심층 탐구인 4장, 수저의 역사를 주제로 한 10장 등은 학생이 읽기에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책 못지않게 재미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10장은 그릇이나 젓가락, 숟가락 등 음식을 담고 나르는 도구에 대해 설명한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는 특정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로 ‘비교론적 관점’이 등장한다. 10장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식기를 비교·설명하는데, 이 방식이 비교론적 관점을 적용한 경우이다. 세 나라 모두 수저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각 사회의 특성에 따라 각기 모양과 용도가 다르게 변화해왔다. 저자는 그 이유를 자연환경의 차이, 국가 간 교류 양상의 변화, 식단의 차이 등 여러 요소의 영향으로 설명한다.

특히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혹정필담’(鵠汀筆談)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당시 한국과 중국의 음식 문화를 비교한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연암이 중국 한족 선비들과 함께 했던 식사 장면에 주목한다. 연암은 중국 숟가락이 한국과 달리 자루가 따로 없고, 깊이가 깊어 밥을 떠먹기 어려웠던 경험을 적었다. 청동기 시대 동아시아 삼국의 수저는 비슷한 모양을 갖췄고, 용도 또한 비슷했다. 그러나 ‘혹정필담’에 기록되었듯 연암 당시 중국에서 숟가락은 밥을 떠먹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기록을 토대로 한, 중, 일 삼국이 고대에는 비슷한 생활양식을 공유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그 통합성이 느슨해졌으며, 음식 문화에서 그런 변화의 단면을 읽을 수 있음을 추론해 낸다.

<음식인문학>의 미덕은 이처럼 문헌이나 그림 자료 등을 톺아보고, 다른 자료와 잇고 닿는 지점을 종합하여 정합적인 결론을 보여주는 데 있다. 소설 <임꺽정>에 묘사된 조선 음식을 연구한 13장에서 이런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임꺽정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저자는 소설에 묘사된 음식이 16세기 조선 사람들이 실제로 먹었던 것인가를 확인했다. 총 열 권의 소설 중 음식과 관련이 있는 대목이 317건 나왔는데, 그것을 다시 스무 개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리고 <지봉유설>(1613년), <도문대작>(1611년께), <규곤시의방>(1670년께), <오주연문장전산고>(19세기) 등 조선시대 여러 저작에 기술된 음식 관련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여 그를 토대로 사실성을 점검했다.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저자의 이런 탐구 자세를 읽고 새길 수 있다면 책 읽는 시간이 더욱 값질 것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음식 문화의 많은 부분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음식 문화사>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음식의 면면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앞서 소개한 <음식인문학>의 저자 주영하 교수로, 서울 대학로에 있던 중국책 전문서점에서 이 책의 원전을 구입한 지 18년 만에 600여 개의 주석을 달아 완역했다.

역자는 한국 음식의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교 문화를 공유했던 중국 음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중국은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주변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이 책을 읽을 때 중국이라는 한 나라의 음식 문화가 아닌 중원이라는 거대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음식의 인문학적 탐구로 접근하기를 당부한다.

<중국 음식 문화사>는 중국의 창세 신화로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는 곧 먹을 것의 역사’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후 불을 가져다준 수인씨 이야기와 최초의 화식(불을 이용한 요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신석기 시대에는 말, 소, 양, 닭, 개, 돼지 등 육축(六畜)을 길들였고, 화베이 지역에서는 세계 최초로 조가 재배되었다.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면 <음식인문학>에서 봤던 중국 숟가락 변천사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된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중국 고대 국가인 한나라와 상나라의 사치를 드러내는 말이다. 한편 청동기와 철기 시대를 잇는 주나라에는 정성을 들여 만든 여덟 가지 진귀한 음식인 ‘팔진’(八珍)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왕이나 귀족의 사치스럽고 화려한 연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부들의 음식은 몇 가지 곡물과 채소, 열매뿐이었다. 이후로도 중국의 음식 문화는 귀족과 백성으로 양분되어 이어 내려오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격차에 불구하고 황제와 귀족의 음식을 주로 기술한 데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고대 중국 음식 문화의 발전 수준을 보려면 다수를 이루는 백성의 생활을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한 나라가 지닌 최고 수준의 음식은 황제나 귀족의 식탁에서만 볼 수 있었으며, 이는 모든 중화 민족의 자산이다.’ (305쪽, 발췌)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김수연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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