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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 75% 한국은 38%
부자 증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
프랑스 최고 75% 한국은 38%
부자 증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월급 받을 때 미리 떼어낸 소득세 중 더 낸 세금을 연말에 돌려받도록 소득공제를 받는 것을, 연말정산이라고 합니다. 더 많이 돌려받으려고 다양한 방안이 동원됩니다. 꼼꼼히 챙겨보고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돌려받는 게 지혜로운 일이겠죠.
더 많이 돌려받으려고 하는 만큼 세금을 내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세금은 손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 세금이 있지만 특히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소득세라고 하는데, 보통 소득세는 많이 벌수록 더 많이 내게 돼 있습니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거죠. 최근 이른바 ‘부자증세’ 바람이 전세계적으로 불면서 부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또는 능력이 뛰어나서 더 많은 돈을 벌었는데 왜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느냐는 겁니다.
#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63)가 결국 ‘부자증세’에 반발해 프랑스 국적을 포기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6일 드파르디외가 탈세를 위해 벨기에로 이주하려 한다는 비판으로 “모욕당했다”며 프랑스 여권을 반환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가 연간 소득 100만유로 이상인 부자들에게 75%의 세금을 물리기로 결정한 뒤, 드파르디외는 세율이 낮은 벨기에로 이주할 것이라는 의혹을 사왔다.
드파르디외는 영화 한편당 200만유로 이상을 받을 정도로 몸값이 비싼 배우다. 또 와인 농장과 파리 중심가 레스토랑 세개를 소유한 거부이기도 해, 부자증세로 인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자증세 피해…제라르 드파르디외 프 국적 포기, <한겨레> 2012년 12월17일치)
프랑스는 무려 75%나 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니, 대략 100만원을 벌면 7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이죠. 우리나라는 한 해 동안 1200만원 이하를 버는 경우 소득세율이 6%, 8800만~3억원이 소득이면 35%, 3억원을 넘으면 38%로 정해져 있습니다. 가장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니 큰 불만이 없을까요? 주로 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보수언론들은 세금 늘리는 데는 거의 무조건 반대를 합니다. 심지어 세금을 늘리지 않고는 실행하기 어려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다양한 복지정책을 폐기하라고까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금은 왜 필요할까요? 집에 생활비가 필요한 것처럼 나라도 운영되는 데 돈이 필요합니다. 나라는 세금을 걷어서 교육에도 쓰고 복지에도 쓰고, 도로를 고치고 지하철을 건설하는 등 여러 곳에 씁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더라도 공중화장실, 공원, 국립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군인들이 나라를 지켜주는 것도 세금이 있어 가능하겠죠. 이뿐만 아니라 부자일수록 세율은 높아지지만 혜택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니까 분배의 효과도 있답니다. 이처럼 세금 없인 나라가 존재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나라 최고의 법인 헌법에서 ‘납세의 의무’를 4대 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 ‘있는 사람들’의 탈세 수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중견 건설사 대표 ㄱ씨는 세금 320억원을 체납하고도 일감몰아주기와 사전 증여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준 뒤 국외로 도피했다. ㄱ씨는 현재까지도 국외 유명 휴양지에서 장기 체류 상태다. 상장사 대표인 ㄴ씨는 경영권과 보유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을 챙기고도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파산신청을 했다. 회사 매각대금은 임직원, 임직원의 부인과 자녀 등의 계좌를 이용해 73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세탁한 뒤 부인에게 넘겼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출범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의 체납 세금 징수실적이 7월 말 현재 8633억원에 이른다고 12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 가운데 5103억원은 현금 징수하고, 2244억원의 재산을 압류했다. 또 숨겨놓은 재산에 대해서는 소송 등을 통해 채권 1286억원어치를 확보했다. 국세청은 고의적·지능적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한 체납자와 이를 방조한 친·인척 등 62명은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유층 ‘세금 피하기’ 가지가지, <한겨레> 2012년 9월13일치)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은 있습니다. 세금으로 인한 혜택이 정작 세금을 낸 사람한테 돌아오지 않는다고 여겨진다면 세금은 아까운 돈일 수밖에 없겠죠. 마치 돈 좀 있는 사람들한테 걷어다 돈 없는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비싼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돈 많은 사람들이 탈세를 하는 겁니다.
미국과 스웨덴을 비교해봅시다. 국가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에선 국민 소득의 14~15%가 의료비에 지출되는 반면, 의료보험이 잘 갖춰진 스웨덴에선 10% 안팎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스웨덴 사람들이 미국보다 더 건강한 것으로 나옵니다. 결국 스웨덴 사람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면서 의료혜택을 받고 미국은 못 받는다는 거죠. 이런 경우는 마치 의료보험을 공동구매로 싸게 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최고 소득세율은 57%이고, 미국은 35%였는데 39.6%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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