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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GDP 늘어도 행복도 안 높아지는 이유는?

등록 2013-01-21 16:00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1인당 GDP는 국민 평균소득 나타낼 뿐
분배 제대로 안되면 삶의 질 개선 안돼
여러분은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때, 비싼 스마트폰을 사서 게임을 신나게 할 때, 멋진 옷과 신발을 입고 신을 수 있을 때… 이런 때겠죠? 다들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이라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도 국민이 돈이 많아서 행복하게 잘산다고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이때 보통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지표를 내세웁니다. 국내총생산을 전체 국민 수로 나눈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국민들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설명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3년 1만2093달러에서 2012년 2만3020달러로 늘어났습니다. 9년간 90%가 늘어났으니 거의 갑절이 된 셈이죠. 그만큼 생활수준이 좋아졌다는 얘기이고, 실제로 물질적으로 상당히 풍요로워진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대다수 언론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 3만달러 시대’를 염원하고, 이를 위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또 그러려면 ‘기업 규제 철폐, 정부의 간섭 최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행복’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 우리나라 국민이 누리는 ‘삶의 질’이 사실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2위에 그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오이시디 국가의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한국은 자체 분석한 ‘삶의 질’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20점을 받아 34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삶의 질이 낮은 곳은 터키(2.90)와 멕시코(2.66) 두 나라뿐이었다. 논문을 쓴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오이시디 행복지수 조사 지표에 사회적 형평성과 유연성 등을 보여주는 소수에 대한 관대성, 국가 신뢰도, 지니계수, 빈곤율, 여성차별, 지속가능성,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7개 지표를 별도로 추가해 새로운 삶의 질 지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삶의 질’ OECD 최하위권/<한겨레> 2012년 7월11일)

경제적 부만으로 국민의 행복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날마다 강력범죄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노후를 걱정합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날로 늘어가고 나라는 부유해지는 것 같지만 국민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라는 곳에서 3년마다 나라별 행복지수(HPI)를 발표하는데, 매번 10위 안에는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차지합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6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105위를 차지한 미국보다는 높았으니 다행이랄까요. 돈이 얼마나 많은가를 따지는 국내총생산(구매력 기준) 순위에선 2012년 미국이 1위, 우리나라는 12위였습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 코스타리카는 얼마나 잘살까요? 70위 안팎 수준입니다. 경제적 부가 곧바로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물론 그렇다고 중남미 국가들이 못살아서 행복한 건 아닙니다. 아프리카 나라들 대부분이 행복지수 하위거든요.

# 지난 15년간(1995~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1.8배 증가했지만, 삶의 질은 1.3배 개선되는 데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소득·건강·안전·노동·교육·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된 객관적 지표를 토대로 지난 15년간의 변화 추이를 지수화해 5일 내놓은 결과다.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132만원으로 1995년의 1196만원보다 78% 증가했으나, 삶의 질 지수는 같은 기간 100에서 132.3로 3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삶의 질이 소득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 때문이다. 범죄율 증가와 전통적인 가족개념 약화도 삶의 질 개선에 악영향을 끼쳤다.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같은 기간 1.5건에서 2.3건으로, 자살자는 인구 10만명당 10.8명에서 31.2명으로 늘었다. (소득증가-삶의 질 ‘점점 멀어져가네’/<한겨레> 2012년 2월6일)

7년 연속 자살률 1위에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고 이혼율은 늘어만 가고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그깟 1인당 국민총소득이 늘어난다고 사람들이 살 만한 행복한 세상이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국민총소득이 늘어난다 해도 누구에게 얼마나 분배되느냐도 중요한 것이겠죠. 1인당 국민총소득은 평균치일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더 중요한 것은 뭘까요? 우리나라는 특히 평균치의 함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평균이 높아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여러 사람에게 골고루 부가 분배되는 것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다양한 가치들이 사회적으로 보장될 필요도 있겠죠. 지나치게 경쟁이 심한 것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코스타리카를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은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는 기대수명과 행복감, 생태적 척도라는 3가지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얼마나 오래, 행복하게, 아름다운 환경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진짜 행복의 기준이라는 겁니다. 돈이 많다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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