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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조건부로 책 읽어주지 마세요

등록 2013-01-21 15:20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혼자 많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몸으로 많은 경험치를 쌓는 활동이 병행돼야 책읽기가 진짜 영양가 있는 활동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종규 기자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혼자 많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몸으로 많은 경험치를 쌓는 활동이 병행돼야 책읽기가 진짜 영양가 있는 활동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종규 기자
책을 읽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주려고 시도해보니 궁금증이 많아진다.

이럴 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발간한 ‘책 읽어주세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발간한 ‘책 읽는 아이로 기르는 독서 길잡이­-아이와 함께 책 읽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책자 등을 참고하면 좋다. 이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 책 읽어주기와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참고로 전문가들은 “책 읽어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활동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얼마나 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었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 아무 책이나 읽어줘도 좋은가요?

아이한테 어떤 책을 읽어주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문현주 상담실장(어린이도서연구회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발간물 연구 작업에 참여)은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아이들 스스로 고르는 건 쉽지 않다”며 “부모는 책을 읽어주면서 ‘이런 책이 좋은 책이구나’라는 경험치를 늘리면서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단편적인 지식만 늘어놓은 책을 읽어주는 건 좋지 않다. 그야말로 단편적인 지식만 줄 수 있다. 책을 읽어줄 때는 되도록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 짜임새가 탄탄한 이야기책을 읽어주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주는 게 좋다.

■ 귀로 책 속 이야기를 듣는 체험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 달이 지나야 뭔가를 제대로 본다. 시력이 약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기관 가운데 가장 발달한 게 바로 청각과 촉각이다. 문현주 실장은 “그런 점에서 엄마를 식별할 때도 소리와 촉감 등에 기대는 편”이라며 “읽어주기는 소리로 듣고, 눈을 마주하는 등 아이들한테 예민한 감각들을 살려주는 활동이라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은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공감능력이 발달한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잘한다. 또한 어떤 상황을 추리하거나 예측해보는 능력도 발달한다.

■ 혼자서 책을 엄청 읽는 아이한테도 소리내 읽어주는 활동이 필요한가요?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독서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독서력은 어떤 글자를 얼마나 잘 읽었느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책 속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부모들은 혼자 글자를 일찍 깨치고 책도 많이 읽는 걸 무조건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독서를 한 게 아니라 글자를 읽어낸 것일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활자를 많이 읽은 아이들이 책에서 본 내용과 말은 줄줄 외우면서 상대방의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해 소통하지 못하는 증상인 ‘초독서증’ 경향을 보일 수도 있다. 문 실장은 “책 속 어휘는 굉장히 추상적인데 아이들은 실제로 본 것, 만진 것, 느낀 것을 몸에 체화하면서 지식과 연결짓는다”며 “함께 읽으며 대화하는 시간도 갖고, 다양한 경험도 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 책을 같이 읽으면 텔레비전을 한 시간 더 보게 해준다고 조건을 달아도 되나요?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책 읽어주는 활동을 좋아한다. 부모와 정서적 교감을 좋아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텔레비전, 컴퓨터 등 다른 매체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때 부모는 책을 놓고 ‘이걸 읽으면 다른 걸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조건을 단다. 창원 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김수경 교수(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책 읽어주세요’ 발간물 연구 작업에 참여)는 “무조건 텔레비전, 컴퓨터와 경쟁시키면 아이는 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기 쉽다”며 “텔레비전에서 적절히 즐길 것들이 있고, 책에서 즐길 요소들이 분명히 있는데 책만이 교육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책 읽어주기가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하나의 소통로이지 학습을 비롯해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 아이가 질문을 하면 어느 수준까지 답해야 하나요?

과도한 설명을 하거나 학습을 시키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적당히 ‘이건 이걸 의미해’ 수준에서 설명해주는 게 좋다. 때론 부모도 모르는 개념을 질문할 수도 있다. 김수경 교수는 “엄마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한번 찾아볼까? 이 책엔 안 나와 있는데 다른 책엔 있을지도 몰라’라고 얘기하고, 나중에 도서관에 가서 다른 책들을 함께 찾아보는 활동을 해보라”고 권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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