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대륙의 동쪽과 서쪽에 두 왕국이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고 하자. 두 나라는 서로 환경이 많이 달라 무역과 기술 교류로 많은 것을 얻고 함께 발전한다. 배달부가 이 두 나라의 왕 사이에 이런 일을 위해 오가는 편지를 전달한다. 이 세계에는 타고 다닐 차나 동물이 없고, 두 왕국의 수도는 부지런히 걸어서 6개월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휴식을 1주일 정도 하다가 회답 편지를 들고 다시 6개월의 여정을 떠난다.
배달부의 여정은 편지를 전달한다는 목적과 떼어놓을 수 없긴 하다.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배달부의 삶이 “두 왕 사이에 오고 간 편지를 몇 회 전달하여 교역과 기술발전에 이바지하였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것은 아니다. 편지 전달 순간만이 목적이고, 그 외 시간들은 오직 수단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편지 전달 순간은 극히 짧고 오히려 여행 시간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가 빨리 도착하는 것만 염두에 두고 조급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발걸음을 재촉하는 바람에, 아름다운 풍경을 음미하지도, 여행길의 마을 사람들과 변변한 대화도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삶의 풍부함을 잃게 될 것이다. 거기다 원하는 만큼 빨리 도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배달을 포기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공부는 문제 해결 활동이지만, 마지막 성취의 순간에 마음을 쏟으면 오히려 그 여정을 계속할 힘을 잃게 된다. 많은 이들이 조급해하기 때문에 진득하게 익히는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만화나 영화에선, 주인공이 노력하는 과정은 인상적인 몇몇 장면으로 압축되고 금방 많은 지식을 갖추거나 무술의 고수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에서도 그런 속성 성취를 은연중에 기대한다. 실제론 그러지 못하니 실망한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꼭 책의 남은 부분을 들춰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사람이 있다. 편지 전달 순간만 온통 생각하면서 조급해하다가 풍경 감상도 못하고 한발 한발 내딛지도 못하는 배달부와도 같다.
배달부는 끝없이 두 나라를 왔다 갔다 한다. 마찬가지로 공부도 쉼 없는 여정이다. 도달점은 방향을 설정해줄 뿐이다. 매일의 공부를 이끌어가는 힘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가장 단순한 노동도 즐겁게 하는 요령이다. 가장 단순하게 분해된 노동을 즐기면서 할 줄 알아야, 단순한 일이 조합된 장대한 의미와 맥락을 갖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 거꾸로 큰일도 분해해서 일단 착수할 수 있게 된다.
그 요령이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 공부하는 한정된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한 번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점집중(一點集中).
걸어가며 곰보빵을 우걱우걱 먹은 다음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켜면 무슨 맛인지도 모른다. 앉아서 여유 있게 천천히 오래 씹으며 혀로 그 맛을 깊게 음미하면서 우유를 살짝 마셔야 제맛이 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한 알의 모래가 떨어지는 좁은 관 앞에서 그림판 위에 모래를 한 알씩 받아 모자이크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상상하자. 그 모래로 어떤 모자이크 그림을 그릴지 따로 고민할 때가 종종 있겠지만, 모래가 떨어지고 있을 때는 모래를 적절한 위치에 받는 것만 생각해야 좋다.
조급함이 느껴질 땐, 오히려 목표는 낮게 잡고 공부하는 시간은 늘려보자. 그리고 공부하는 동안에는 ‘단세포’로 변신한다. 주어진 규칙들을 익히고, 새로운 생각을 놓치지 않고 전개하고, 여러 요령을 동원해서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어느새 단맛이 조금씩 날 것이고 그 단맛을 즐기다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문제도 풀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 또또 이동흡 의혹…“근무시간에 무단 해외여행”
■ 신세계 그룹차원 노조설립 저지…5개조 만들어 감시했다
■ 민주당, ‘박근혜 정책 지킴이’ 나선다
■ 8살 혜진이는 그렇게 또 버려졌다
■ [화보] 청문회 출석한 이동흡 ‘아~목이 타네’
■ 또또 이동흡 의혹…“근무시간에 무단 해외여행”
■ 신세계 그룹차원 노조설립 저지…5개조 만들어 감시했다
■ 민주당, ‘박근혜 정책 지킴이’ 나선다
■ 8살 혜진이는 그렇게 또 버려졌다
■ [화보] 청문회 출석한 이동흡 ‘아~목이 타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