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시민단체와 중소 상인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역 홈플러스 입점 예정 건물 들머리에서 대형마트 입점 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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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체가 마구 가맹점 받은 탓
좋은 일자리 부족하니 자영업자 넘쳐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마구 가맹점 받은 탓
좋은 일자리 부족하니 자영업자 넘쳐나
최근 몇 년 새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은 거의 대부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재벌기업 등은 개인사업자한테 돈을 받고 이름을 빌려주는데 이런 사람들을 자영업자라고 합니다. 자영업자들이 돈을 벌려고 가게를 냈을 테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뜻도 되겠죠. 프랜차이즈업을 하는 재벌기업 등은 돈을 많이 벌었지만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을 하는 업주들은 운영비도 건지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를 보호하고 가맹본부의 과잉 수익을 막기 위해 신규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반경 500m 안에 커피전문점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등 커피전문점 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준은 가맹점 100개 이상, 관련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카페베네·롯데리아(엔제리너스)·할리스·탐앤탐스·씨제이(CJ)푸드빌(투썸플레이스)에 적용된다. 5개 브랜드의 매장은 2009년 748곳에서 지난해 2069곳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중복 출점 문제가 제기돼왔다. 현재 500m 내 가맹점 비율은 엔제리너스가 30.7%, 카페베네는 28.8%에 이를 정도로 심하다. (‘커피전문점 500m 안 개점 금지’/<한겨레> 2012년 11월22일)
이런 방안에 반대도 있습니다. ‘시장’에선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꼭 그럴까요? 프랜차이즈 업체가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면서 무한정으로 자영업자들한테 점포를 내준다면, 머지않아 자영업자들의 장사가 어려워지고 장사가 안되는 프랜차이즈 점포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텐데 프랜차이즈 업체도 경영이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물론 ‘모범거래기준’이란 법적 강제성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자영업자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가게를 하는 분들을 살펴보세요. 돈 많이 벌고 싶어서, 또는 장사가 아주 잘되니까 점포를 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대개는 월급 받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거든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많답니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진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는 뜻입니다.
더 대표적인 자영업은 원래 ‘구멍가게’였습니다. 동네마다 있는 작은 가게들은 별다른 기술이나 큰 장사밑천이 없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구멍가게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구멍가게뿐 아니라 철물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멍가게든 철물점이든 거의 멸종해버린 단적인 이유는 ‘대형마트’입니다. 대형마트에는 안 파는 물건이 없습니다. 구멍가게 아줌마도, 철물점 아저씨도 대형마트를 애용한다는데요, 대형마트 중심으로 소비 경향이 바뀌면서 동네 구멍가게와 철물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멍가게·철물점 같은 다수의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와 동네 구멍가게가 시장에서 공평하게 경쟁하는 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100m 달리기 하는 것처럼 결과가 너무나 뻔한 경쟁은 공정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원성이 한계치에 다다르기도 했지요. 정부가 나서서 대형마트들이 최소한 한 달에 두 차례 정도는 문을 닫도록 했던 이유입니다.
롯데·신세계그룹 같은 유통재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들도 이들을 비호하고 나섰죠. 이 사람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대형마트 문을 닫아도 골목상권이 살아나지는 않고 오히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납품업체 등 선의의 피해자만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요?
#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이 전북 전주시내 골목상권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주시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조사를 보면, 대형유통점 의무휴업 실시 이후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 중소점포 55.8%가 ‘매출 변화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의무휴업 때 중소점포의 월 매출액은 평균 15.9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세상인엔 ‘숨통’/2012년 11월22일)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면 동네 슈퍼마켓을 소비자들이 찾았다는 얘깁니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얻을 수는 없습니다. ‘선의의 피해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대형마트의 규제는 최소화해서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면서,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최선이겠죠.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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