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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권력 감시는 언론의 기본적 책무

등록 2013-01-14 11:22

1997년 3월10일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와 관련된 <한겨레> 특종.
1997년 3월10일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와 관련된 <한겨레> 특종.
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40. 기자론-역사 속의 기자들 3
1972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도청 등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 의회에서 탄핵당해 임기 도중 사임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는데, 이 역사적인 사건을 가능케 했던 것이 기자였다. 당시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와 칼 번스틴 기자는 닉슨 대통령의 측근들이 야당의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재선을 위한 선거 전략에 활용하려 했던 음모를 특종 보도했다. 이 유명한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불리는데, 당시 도청 장치를 설치했던 야당의 사무실이 입주해 있던 건물 이름이 ‘워터게이트’였던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룬 미국 영화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 1976)도 유명하다.

워터게이트·김현철 사건 등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특종

권력에 대한 감시와 부정비리의 고발을 주요한 책무로 삼는 기자들에게 성역은 없다. 특히 국가의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이 부정과 비리에 연루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대통령은 기자들의 제1 감시 대상이다. <한겨레> 기자들도 이런 역사적인 책무에 앞장서왔다.

여러분이 태어날 무렵인 1997년 3월10일 <한겨레> 1면에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와 관련한 특종 보도가 나왔다. 김현철씨는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일반인이었지만, 대통령의 둘째 아들이라는 후광으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해 ‘소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었다. 그러나 풍문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없었다. 이 와중에 <한겨레>가 김씨가 정부가 출연한 케이블 방송사의 사장 선임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녹취록을 입수한 것이다. 법이 정한 선임 절차가 있음에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 사장 자리를 주는 비민주적인 행태가 드러났다. 결국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 만인 1997년 3월17일 김현철씨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두 달 뒤에는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를 입수한 정치부 김성호 기자는 3년 전인 1994년부터 김현철씨와 관련해 추적 취재를 벌여오고 있었으며, 녹취록을 갖고 있는 제보자와 긴밀한 신뢰관계를 맺어 보도까지 성사시켰다.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관련 사안을 파헤쳐 특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가진 제보자와 협업을 통해 기사를 쓰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의 밥 우드워드 기자 역시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하는 제보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역사적인 대특종을 만들 수 있었다.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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