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 바닷가의 과메기 덕장.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50 구룡포 미각여행
‘어느 겨울날 동해안에 살던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민가는 없고 배는 고프고…. 때마침 청어가 나뭇가지에 눈(目)이 꿰인 채 걸려 있기에 몰래 먹었다. 고향으로 내려온 후에도 선비는 그 맛을 잊지 못해 그와 같이 해 먹었다’. <소천소지>(笑天笑地)라는, 1918년 신문관에서 펴낸 재담집에 실린 이야기로 관목어(貫目魚)에서 유래했다는 과메기 이야기다.
동해안 특정 지역의 겨울철 별미였던 과메기는 인터넷의 확산과 유통의 발달로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약간은 비린 듯 오묘한 맛이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랜 세월 동해안을 지켜온 토종 먹거리를 만나러 가보자. 포항의 구룡포는 이름난 과메기 생산지로 곳곳에서 과메기 말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주렁주렁 걸려 끝없이 흔들리는 과메기의 재료는 원래 청어였으나 1970년대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로 대체되었다. 배를 갈라 내장과 뼈를 제거한 다음 바닷물과 민물로 씻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비린내를 잡아 대나무 대에 걸치면 사람의 몫은 끝난다. 이제부터는 바람에 맡길 뿐이다.
아이들과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자. 백두대간을 타고 불어오는 북서풍이 영일만 해풍을 구룡포로 몰아준다. 소금기를 머금은 북서풍과 해풍이 밤낮을 번갈아 불어 주고 밤사이 차디찬 바닷바람에 얼었다 한낮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에 녹았다를 반복하며 발갛게 익어간다. 바람의 온도 차가 심하면 푸석푸석해지고 센 바람이 불면 겉껍질만 말라 속살이 상하게 되니 덕장 주인들은 과메기를 ‘바람의 아들’이라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메기는 배춧잎 위에 돌미역 올리고, 실파·풋고추·마늘을 더해 쌈을 싸 먹는다. 한반도가 좁다 하여도 지역마다 바람의 흐름이 다르고 물길이 달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환경이 생기니 바다가 주는 선물로 겨울철 먹거리를 만들어 먹던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자. 사시사철 마트에 넘쳐나는 먹거리들 때문에 계절음식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칼바람 맞으며 익어가는 제철 먹거리를 느끼게 해주자. 수백번 들어봐야 한번 본 것만 못하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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