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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어떻게 밝혀졌나

등록 2013-01-07 13:54

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기자론- 역사 속의 기자들2
김근태 전 의원이 단서 제공
치밀한 취재로 한겨레 특종

일간지 등록증 발급이 계속 늦어지자 한겨레신문사 임원진은 창간일을 확정해버렸다. 1988년 5월15일이었다. 대내외적으로 창간일을 발표하고 ‘등록증 발급이 늦어질 경우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4월24일 일간지 등록증이 나왔고, 5월15일 전세계 최초의 국민주 신문이 <한겨레신문>이라는 최초의 한글 제호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창간호가 나온 날 한겨레 편집국에서 자축연이 열렸고, 이때 송건호는 “무슨 문제든지 여러분이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을 다 쓰시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너무 당연해서 하나 마나 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당시엔 기자가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없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쓰던 한국 사회의 그늘진 세월을 웅변하는 말이었다.

창간 이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여러 특종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최근 <남영동 1985>라는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고 김근태 전 국회의원을 고문한 이근안씨를 찾아낸 것도 한겨레였다. 당시 사회교육부 문학진 기자는 1988년 12월19일 김 전 의원과 그의 아내 인재근(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씨를 만났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김 전 의원은 당시 곳곳에서 분출하던 민주화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그는 수감돼 있는 동안 아내 인씨를 잠시 만난 자리에서 고문의 실상을 낱낱이 일러줬고, 아내 인씨가 이 사실을 공론화해 1985년 12월에 김 전 의원의 변호인단은 고문 경찰을 고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문학진 기자가 김 전 의원 부부를 만난 시점에도 수사당국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문학진 기자는 당시 치안본부 출입기자였기 때문에 치안본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김 전 의원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서 문학진 기자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고문을 담당한 경찰 이름에 대해 “이근…뭐라고 들었다. 경기도경 대공분실장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답을 들었다. 문학진 기자는 당시 경기도경 출입기자인 배경록 기자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그가 잠시 뒤 공안분실장 이름이 이근안이라고 확인해줬다.

문학진 기자는 출입처인 치안본부로 달려가 경찰 인사 파일에서 이근안의 사진을 구했다. 그걸 들고 김 전 의원에게 보여줬다.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근안이 살고 있던 동대문구를 담당하던 안영진 기자는 주소지의 동사무소에 찾아가 주민등록대장을 확인했다. 대장에 붙어 있던 증명사진을 순식간에 떼어낸 안영진 기자는 편집국으로 내달렸고, 1988년 12월21일치 한겨레신문 1면에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사진이 실렸다. (참고서적: 한겨레 20년의 역사 <희망으로 가는 길>)

진명선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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