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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쪽 누르면 다른 쪽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

등록 2012-12-31 11:53

다양한 각종 카드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다양한 각종 카드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액 제한하니
더 조건이 나쁜 불법사채가 늘어나
신용카드 한 장이면 못하는 게 없는 세상입니다. 요즘엔 자동차까지도 신용카드로 살 수 있습니다. 조개껍질이 돈 역할을 하던 역사 이전까지 따지면 돈의 역사는 수천 년이 넘지만 신용카드는 만들어진 지 60여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프랭크 맥나마라라는 미국의 한 사업가가 지갑도 없이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일이 있었답니다. 곤욕을 치르고 나선 나중에 식당을 다시 찾아갔죠. 자신이 직접 만든 ‘다이너스 클럽’이라는 카드를 내밀고는 “앞으로는 밥을 먹고 여기에 서명을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돈을 내겠다”고 했어요. 식당 쪽에서도 제안을 받아들였죠. 유명한 사업가인 그가 나중에 돈을 갚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다이너스 카드는 지금 비자, 마스터와 함께 세계적인 신용카드회사가 됐습니다.

이처럼 신용카드는 물건을 구입할 때 신용을 걸고 돈을 나중에 주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결국 신용카드 사용은 빚을 지는 것과 같죠. 빚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쓰면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3년 ‘카드 사태’가 벌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가계대출 부실 위험이 ‘카드 사태’ 때 이후 가장 커졌다고 하네요.

# 시중은행에서 느끼는 가계대출의 부실 위험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 16곳의 여신 책임자를 면담조사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4분기 가계신용위험지수(전망치)는 3분기보다 10포인트나 높은 38을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태가 정점에 이른 지난 2003년 3분기(44)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에서부터 2009년 2분기까지의 위험지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신용 ‘카드사태’ 이후 최악 / <한겨레> 2012년 10월5일)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왔습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세금을 덜 내게 해주는 식이었습니다. 신용카드로 사용한 돈의 일정액을, 벌어들인 돈에서 제외해주면 소득세가 줄어드는데, 이런 것을 신용카드 소득공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이 무분별해졌습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고, 심지어 소득이 전혀 없는 고등학생들한테까지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했을 정도였어요. 능력 이상으로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특히 일자리를 잃어버리거나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도 당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니까 일단 신용카드라도 쓰고 보자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신용불량자가 350만명이나 생겨나고 카드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던 것이 ‘카드 사태’입니다.

이런 일을 겪은 뒤, 특히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빚이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려고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금액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드 발급을 막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돈을 벌 수가 없어서 신용카드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카드를 못 쓰게 되면 다른 데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지요. 이런 사람들은 은행 대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리는 더 비싸고 돈을 못 갚을 때 더 악랄하게 받아내는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게 되는 겁니다.

#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빚이 9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은행권의 가계 대출 억제로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하는 ‘서민형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22일 한국은행의 ‘2011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자료를 보면, 가계빚을 뜻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 912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에 견주면 66조원(7.8%)이나 늘었다.

은행권보다는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전분기보다 46.3%(2조5000억원) 늘어난 7조9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은 전분기에 견줘 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금융 당국의 규제로 예금취급기관(은행)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이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계빚 913조 ‘최대’…제2금융권 대출 급증 / <한겨레> 2012년 2월23일)

‘풍선효과’라는 표현이 나오죠?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신용카드 대출을 줄이면 더 조건이 나쁜 불법사채가 늘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돈 없는 서민들일수록 더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신용카드 규제에 나선다고 해도, 풍선효과를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자가 조금이라도 낮고 좀더 쉽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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