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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할인받아 산 스마트폰, 과연 싸게 산 걸까?

등록 2012-12-24 13:20수정 2012-12-24 13:21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난이도 수준] 초등 고학년~중1

특정 요금제 가입 의무화해 깎아준 기계값 벌충
제조·통신사 소수…소비자 선택권 없어 ‘가격 거품’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웬만한 ‘최신폰’은 100만원에 육박하죠. 아무리 ‘작은 컴퓨터’라고 해도,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원래 이렇게 비싼 건지, 우리나라만 그런 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는 전세계 평균에 견줘 2.5배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평균가격은 289달러(약 32만원)인 데 견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국내 이통사를 통해 출시된 전체 스마트폰 출고가격 평균은 약 80만원이다. 스마트폰 1대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세계 평균보다 국내에서 50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한겨레> 2012년 10월8일치)

국정감사 기간 한 국회의원실의 자료에서 확인된바, 우리나라만 유독 비싸다네요. 두 배가 훨씬 넘는다니 심해도 정말 심하군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공짜폰’이 아주 강력한 힌트입니다. 그 비싼 휴대전화가 공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보조금’ 때문이거든요. 에스케이(SK)텔레콤이나 케이티(KT) 같은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를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서 가입자를 더 많이 모으려고 보조금이라는 것을 줍니다.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엘지(LG)전자 같은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몇 조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뿌립니다. 보통 휴대전화는 제조사가 직접 파는 게 아니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팔리기 때문에 더 많이 팔리도록 하려면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추천하도록 하는 게 좋겠죠. 그래서 그렇게 해달라고 보조금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공짜폰이 진짜 공짜는 아니라는 거죠. 대개 특정 요금제를 몇 년간 써야 할인을 많이 해주고 공짜폰도 가능해집니다. 결국 통신요금으로 전화기 가격을 벌충하는 셈입니다.

스마트폰 가격에 ‘거품’도 끼어 있습니다. 100원에 팔면 될 물건을 처음에 200원이라고 가격표를 붙여놓고 50% 할인해서 100원에 주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식입니다. 소비자들은 50%나 할인을 받았다고 좋아하겠지만, 물건을 판 사람은 손해 본 게 전혀 없죠.

휴대전화 가게들은 ‘공짜’를 강조하며 고객들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공짜폰’은 특정 요금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므로 실제 공짜는 아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휴대전화 가게들은 ‘공짜’를 강조하며 고객들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공짜폰’은 특정 요금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므로 실제 공짜는 아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렇게 ‘거품’ 가득한 스마트폰이 아무 문제 없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건 왜일까요? 자동차를 살펴보면서 생각해봅시다. 우리나라 회사가 만들면서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비싼 또다른 대표상품이 자동차거든요.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도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더 쌉니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열불이 나는 일이죠. 수천만원씩 하는 자동차의 가격 차이는 스마트폰에 비교될 게 아니니까요.

소비자들이 불만스러워하는데도 현대자동차는 미국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안 그래도 잘 팔리니까! 현대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가격을 매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마치 스마트폰이 ‘거품’ 비난을 받으면서도 잘 팔려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죠. ‘이 정도 가격이면 저 물건을 사겠다’고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격인 ‘유보가격’ 때문입니다. 유보가격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자동차든 스마트폰이든 유보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다는 얘기입니다.

유보가격이 높은 이유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건, 시장에 더 싸게 제품을 내놓는 경쟁업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업체들끼리 가격을 짬짜미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외국 브랜드 자동차 수입이 늘면서 현대자동차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1986년 첫 모델이 나온 이래 (연식이 바뀔 때마다) 한 차례도 빠짐없이 가격이 올랐다. 디자인만 살짝 바뀌는 연식 변경 모델도 종전 모델보다 수십만원씩 올랐다. 27년간 고수해오던 이러한 가격 정책이 올해 처음으로 바뀌었다. 현대차는 3일 2013년형 그랜저를 공개하면서 가격을 종전 모델에 견줘 동결 내지 인하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그랜저 가격 인하 배경을 올해 들어 판이 흔들린 내수시장 자체에서 찾고 있다. 올해 초 도요타의 캠리를 시작으로 독일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닛산 알티마, 곧 출시 예정인 혼다 어코드 등은 그랜저 시장을 넘보고 있는 대표 차종들이다. 특히 이들 브랜드들은 편의 사양을 일부 줄이는 방식으로 종전 모델보다 신차 가격을 더 낮추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을 취했다. (<한겨레> 2012년 12월4일치)

현대자동차가 바뀌는 이유는 바로 경쟁 때문입니다. 품질은 더 좋으면서 가격은 더 싼 자동차가 나오면 소비자들의 유보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기업들도 경쟁이 치열해야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려고 노력할 겁니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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