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교수(오른쪽)가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아 교수 제공
인터뷰 l 서울기독대학교 치유상담대학원 김영아 교수 인터뷰
독서치유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것
아이들 관심사 함께 따라하며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해
독서치유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것
아이들 관심사 함께 따라하며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해
“전 독서치료라는 말을 거부합니다.” 2006년부터 독서치유를 해온 서울기독대학교 치유상담대학원 김영아 교수의 말이다. 그는 ‘치료’라는 말이 누구 한 명이 우위에 있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고 간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하지만 ‘치유’는 심리학 용어인 ‘비커밍’(되어가는 중)처럼 상담자인 자신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자로서 돕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라는 책을 쓰고 행복한독서치유학교를 운영하며 자신도 성장하고 치유된다는 그를 지난 17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났다.
-요즘 책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을 이용한 힐링, 즉 치유가 이슈다. 독서치유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오랫동안 논술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자연스레 책을 접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변하는 걸 보고, 그때부터 책 속에 뭔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계기는 딸이었다. 나의 보상심리로 아이를 밀어붙이면서 아이가 머리가 반쯤 빠지는 원형탈모를 겪으면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부터 치유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36살에 상담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독서치료란 것을 알고 파고들었다. 이후 아이들와 관련된 분야의 사람들을 교육하겠다는 맘을 먹고 학부모나 자녀 교육, 교사 연수, 교육업체 특강 등을 많이 하고 있다.”
-독서치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독서지도가 책을 통해 삶을 성장시키는 것이라면, 독서치유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치유까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치유를 하면서 당연히 성장도 원활하게 이뤄진다. 여기서 독서치유를 진행하는 상담자는 단순한 독서지도자가 아닌 촉진자다. 누구나 아픈 부분이 있지만 각자가 약하기 때문에 직접 만나기는 두려워한다. 그럴 때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문제를 앓고 있는 등장인물이나 환경을 접하게 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대사인데, 상황인데’ 하면서 자기를 동일시시키고 자신의 문제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독서치유 프로그램은 보통 어떻게 만드나? 기준이 있나?
“독서치유는 보통 소그룹으로 진행이 된다. 자기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 누군가의 고백을 들으면서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외롭고 힘들 때 나 혼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며 심리적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연대감과 신뢰가 형성되고 이 그룹 내에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지지받고 수용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연령은 다양해도 그들이 아파하는 주제는 엇비슷하다. 보통은 연령별, 대상별, 주제별, 특수상황별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일단은 랜덤하게 짜놓고 첫 수업을 진행한 뒤 촉진자(상담자)가 예민하게 이 그룹에 보완할 것을 찾아 책 목록이나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독서치유와 관련해서 특강도 하고, 상담도 하다 보면 부모나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을 텐데,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아이와 부모의 사고패턴이 달라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상담하러 왔던 한 아이가 아빠한테 항공정비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아빠는 ‘꼭 항공사에 들어가서 사장이 돼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는 ‘기계를 만지는 게 재밌어서 하고 싶다’고 하자 아빠는 ‘정비 쪽 사장을 하라’고 얘기하고 아이는 사장은 경영 쪽이니 그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접근법이 다르다. 부모는 사랑을 줬다고 하는데, 아이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건 각자의 사랑법으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누가 맞다 틀리다 말할 수도 없는 거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 아이들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강의를 갔을 때나 집에서나 아이들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려고 한다. 아이돌 노래도 같이 듣고 텔레비전 프로도 같이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엄마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관심을 갖고 알게 되더라. 그리고 예전에는 내가 걸으면서 아팠던 길을 아이들은 안 갔으면 했다. 기왕이면 빠르고 편한 길로 가게 하는 게 사랑인 줄 알았다. 지금은 아이가 부딪히고 넘어져 힘들어하면 그게 네 몫이고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옆에서 ‘많이 아파? 그래도 나중에는 그만큼 한 뼘 커 있을 거야’라고 얘기할 정도로 내공이 쌓였다.”
-책 제목도 그렇고, 십대를 ‘외계인’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면?
“청소년기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자아를 키우는 과정에서 거절, 결핍 등 여러 가지 감정과 문제에 부딪힌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은 합리적이고 세련된 말로 잘 푸는 게 아니라, 욕을 하고 거칠게,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그게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된다. 요즘 유명한 개그 프로그램에 ‘멘붕스쿨’이란 코너가 있다. 거기 나온 교사는 아이들을 보며 항상 ‘쟤, 왜 저래?’란 말만 하는데 그게 딱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고, 어른들은 그걸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만 외계인이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는 부모나 선생님도 외계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인생에서 직접경험은 25%, 간접경험은 75%를 차지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그가 처한 상황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할 수도 있다. 또한 누구나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대상이 있는데, 그 대상이 왜곡이 많이 됐을 때는 상담자가 건강한 대상이 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나 어른에게 독서치유가 필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이한구-김종인 또 충돌
■ 길 잃은 민주당…새판짜기냐 독자쇄신이냐 ‘백가쟁명’
■ ‘긴급조치 9호’도 재심 봇물 터진다
■ “박근혜 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노동자죽음 막는다”
■ 박근혜 당선인 이틀째 칩거…측근 “혼자서 인수위 구상”
■ 한국 여성들, 남성 소득 절반도 못번다
■ [화보] 표창원 교수 “광주시민들, 힐링하세요~!”
■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이한구-김종인 또 충돌
■ 길 잃은 민주당…새판짜기냐 독자쇄신이냐 ‘백가쟁명’
■ ‘긴급조치 9호’도 재심 봇물 터진다
■ “박근혜 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노동자죽음 막는다”
■ 박근혜 당선인 이틀째 칩거…측근 “혼자서 인수위 구상”
■ 한국 여성들, 남성 소득 절반도 못번다
■ [화보] 표창원 교수 “광주시민들, 힐링하세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