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학생인권센터 기능 축소 등 우려
취임식선 ‘통합’ 강조해 귀추 주목
취임식선 ‘통합’ 강조해 귀추 주목
보수 성향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교육감은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직후 “교단을 붕괴시키고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악화시킨 학생인권조례 수정이나 폐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8만명가량의 서울시민이 발의하고 서울시의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에 교육감이 이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권한은 없다.
다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했던 쪽에서는 문 교육감이 행정적인 우회로를 거쳐 조례를 무력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조례를 시행하는 주요 기구인 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참여단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학생인권센터의 기능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 교육감이 조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인권침해 사례를 방치하는 일까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배경내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은 “학생인권조례는 민의에 기반한 조례로서 교육감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문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조례를 통과시킨 시의회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교육감이 조례 때문에 의회와 관계가 안 좋아져서, 의회가 교육감이 제출한 예산안을 부결시키면 교육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혁신교육 기조는 지켜달라고 교육감에게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혁신학교를 두고도 전운이 감돈다. 문 교육감은 당선되기 전인 10일 기자회견에서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의 해방구이며, 혁신학교 확대는 전교조가 교육계를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색깔론을 제기할 정도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의 한 혁신학교 교장은 “문 교육감의 당선으로 혁신학교 교사들이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교육감이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문 교육감 취임식 직후 논평을 내 “혁신학교는 서울 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실험이며 혁신학교의 구성원들은 많은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이 길을 뒤로 돌리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후퇴하지 않고 맞서겠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20일 취임식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각기 다른 입장들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것이다. 짧은 임기 동안 조례 자체를 개정하거나 관련 조직을 바꾸기보다는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완화시키는 쪽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강경한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린 셈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문 교육감이 출마 초기에는 ‘곽 전 교육감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중도적 자세를 취하다가, 점점 극우적인 전교조 색깔 공세로 후퇴했다. 교육감이 됐으니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의 본질에 접근해 좌우가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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