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겨레논술능력평가대회
답안 분석 -고1
답안 분석 -고1
지난 6월에 실시한 제1회 한겨레논술능력평가대회에 이어 제2회 대회에서는 통합논술의 기본 유형을 개발하여 출제하였다. 1학년의 경우에는 인문계열은 물론 자연계열에서도 다루어야 할 공통 논제로 ‘지식인’, ‘학문’, ‘교육’ 등을 연관 주제로 선정하였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대학은 학문 연구를 통하여 시대를 선도해나가야 할 지식인의 요람이다.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바람직한 사회 건설이라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만 물질 중심의 세계화가 추진됨에 따라 학문의 본질 탐구를 통하여 사회적 진보를 위해 정진하려는 전통적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 학문의 도구화는 삶의 지향점을 상실하게 만드는 동시에 경쟁의 논리에 잠식된 이기적 자아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러한 이기성의 팽배는 교육 현장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하여 ‘비행 청소년’이라는 사회 교육의 쟁점과 어떻게 통합적으로 사고하여 연관성을 탐색해내느냐를 중요하게 평가하였다.
본 대회는 국내 논술대회에서는 최초로 3차에 걸친 평가와 논제 1, 2, 3번을 통틀어 9개의 평가요소별로 26개 세부 항목을 평가하였다. 기존의 대학에서 시행하는 평가 항목이 10여 개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정밀하게 평가를 진행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다. 1차와 2차 평가 과정에서 합의되지 못한 항목은 평가위원장과 심사위원장이 직접 평가를 진행하였다.
고1 유형의 평가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논제 1, 2, 3번의 득점이 배점의 70% 내외로 고르게 분포한다는 점이다. 논제1이나 2번처럼 독해력과 논리적 서술 능력을 평가한 논제에서는 논술문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문체나 문장, 어휘 등에서 부족한 면이 반영된 결과이다. 즉, 본격적으로 논술 학습을 하지 않았거나 논술의 기초가 부족한 응시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논제3의 경우에는 표현력보다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데 주력하였다. 제시된 자료를 자신의 주장으로 활용하는 능력과 더불어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는지가 중요한 평가 척도이다. 이와 같은 다양하고 심층적인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현력이나 서술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들이 제시문의 내용을 자신의 주장처럼 인용하는 데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표 1>에서와 같이 이번 대회 고1의 평균 점수는 73.56점이다. 고1 학생인 점을 참작하여 표현력이나 논리적 측면에서 감점을 최소화하도록 보정하였던 평가 원칙이 작용된 결과이다. 이번 대회에는 응시생들의 평균적인 학습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을 표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학습 통계와 소속 학교의 수준 등을 고려할 경우, 전반적으로 응시자의 수준이 지난 1회 대회보다 높았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표 2>와 같은 지원 가능 대학을 예측하였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의 합격 가능 점수보다 논술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경우가 고2에 비해서 많았다. 이는 논술 학습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않았거나 지원 대학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고1 학생 중 인문 계열로 진로를 결정한 경우에는 이번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논술 학습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논술 학습이 입학사정관제의 최종 관문인 면접시험에 대한 대비도 병행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래는 이번 대회 고1 유형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은 두 학생의 답안이다. A, B 답안은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의 최희원(A), 우수상 중에서 선택한 동래여자고등학교의 엄소영(B)이다. 총평을 통하여 논술문 작성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논제1 우수 답안] 바람직한 지식인상 선비 정신과 연관지어 [논제 1]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지식인상’을 설명하시오. (200±50자) [20점] (제시문은 <함께하는 교육> 12월10일치 13면에 실려있음.)
[A]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지식인상은 ‘선비정신’과 부합한다. 여기서의 선비정신의 토대는 호연지기 즉, 흔들리지 않는 당당한 삶의 자세이다. 이를 위해 맹자는 외적으로 판단력을 길러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관한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알아야 하며, 내적으론 꾸준한 도덕적 실천을 통해 자부심과 기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적 실천을 위선과 서두름 없이 저절로 나와야 한다. 후대의 주자학자들은 이 가르침을 계승하여 ‘궁리’와 ‘함양’을 내세웠다.
[B]
바람직한 지식인상은 내적으로 도덕적 인격 수양을 통해 자아를 확립시킨 후에 외적으로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선비 정신이다. 이는 성급함과 위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판단력을 기르고 도덕적 실천을 함양해 자부심과 기개를 키워 저절로 나온 확고한 가치관을 가져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한 삶의 자세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내적인 자기개혁 없이는 외적인 활동들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강평]
논제가 ‘설명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지만, 제시문의 논지를 요약하는 유형에 가깝다. 두 글 모두 바람직한 지식인상을 선비정신과 연관지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의 내용을 지식인으로서 선비라는 주제에 부합하여 인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의 어려운 표현을 이해하여 자신의 글로 표현한 점이 우수하게 평가되었다.
[A]에 비해 [B] 답안의 문장과 문체가 만연체로 서술되어 있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논술은 간결하게 표현하여야 전달력을 높일 수가 있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는 [A] 답안이 도덕적 실천에서 유의할 점을 추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일한 글자수 제한 속에서 핵심 내용을 충분히 포함시키려면 간결한 문체를 활용하여야 한다.
[논제2 우수 답안] 제시문 핵심 요지 제대로 파악 [논제 2] 제시문 [나], [다], [라]의 공통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제시문들을 비교·분석하시오.(400±50자)[30점]
[A]
제시문 [나], [다], [라]는 모두 학문의 의의에 관한 글이다. [나]는 학문의 의의를 부족한 자신의 마음을 성인의 마음과 같아지게 하는데 두고 있다. [다]는 반면 학문의 의의를 즐거움과 장식과 능력에서 찾고 있으며, 학문에 지나치게 투자하는 것이 나태라고 보고 있으며,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라]는 반면에 이미 깨우쳐 얻은 걸 배우고 전하는 것을 학문이라 규정한다. 또 학문은 복잡하고 어지러워질 근본 원인을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의 근본을 세우는 것이 막중하고 어렵다고 주장한다. [나]와 [다]는 학문의 필요성을 자기 자신의 수양에서 찾고 있으나 [다]는 [나]와 [라]와 달리 지나친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다]와 [라]는 학문을 어떻게 선택해서 쓰느냐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해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과 막연한 것보다 경험과 실학 같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B]
세 지문 모두 학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는 삶이 학문을 하는 이유가 자신이 스스로 과함과 부족함에 무지해 성인의 마음과 달라서라고 밝히고 있다. (다)는 학문의 도움에 대해 그가 즐거움, 장식, 그리고 능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반면에 (라)는 학이 백성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며 어느 것도 아닐 수도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다)가 학문의 천성을 완성한다고 말할 때 (라)는 학문 자체에 빗나가고 혼란스러워질 본질적 원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밝힌다. (라)는 이 때문에 학의 근본을 세우는 것이 어렵고, 학문의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은 실제로 학문을 쓰는 것과 천하의 정치가 근거로 삼는 것 둘 다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이때 이것을 실제 사물에 의해 보일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실학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는 학문이 그의 쓰임새를 알려 주지 않기 때문에 경험에 의해 한정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강평]
두 답안은 공통 주제를 제시하고, 비교를 요구하는 논제에 맞게 서술하고 있다. 비교형 논제에서는 비교의 대상이 되는 기준이 공통 주제에 해당한다. 그리고 제시문의 독해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핵심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제문의 표현 등에서 차이가 난다. 먼저, [A] 답안은 공통 주제를 ‘학문의 의의’로 선정한 반면 [B] 답안은 ‘학문’이라고 표현하였다. [B] 답안처럼 상위의 개념을 제시할 경우, 추상적인 표현으로 인하여 뒷받침 문장의 범위가 막연해 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락 내부의 긴밀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A]와 같이 구체적인 개념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A] 답안의 경우에는 2차적인 비교의 기준으로 학문의 필요성을 제시하여 제시문 간의 차이점을 근거로 제시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모두 단락 구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단락은 생각의 단위를 구분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논리적 서술에서 단락 구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논제 3 우수 답안] 루소·칸트의 교육 방법을 적절하게 근거로 활용 [논제 3] 제시문 [가], [나]에 제시된 루소와 칸트의 교육관을 참조하여, 제시문 [다]에서 제기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 (600±50자)[50점]
[A]
제시문 [다]는 소년원을 나온 많은 청소년들이 출소 후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 문제 상황을 제기하고 있다. 조 교수가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년원을 나온 청소년들 중 다수가 다시 비행을 저질렀고, 학교로 돌아간 청소년의 수는 적었다. 이에 소년원을 나오기 전부터 청소년 맞춤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많은 비행 청소년들이 소년원 출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는 그들에게 잘못 심어진 교육관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한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칸트의 주장처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들에게 도덕관을 가르쳐야 한다. 이때, 일방적으로 도덕관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칸트가 말하였듯이 아이들 스스로 왜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다시 비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소년원에서 철저한 자기반성의 기회와 도덕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비행 청소년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는 루소가 주장하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처럼 평소 억눌렸던 감정과 스트레스를 건전하고 옳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하도록 스포츠 같은 여가활동 기회를 학교나 소년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한다. 비행 청소년들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기보다는 그들의 감정과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이 타고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개인의 소질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B]
소년원을 나온 청소년들 중 40% 가량이 재범을 저지르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소년원을 나간 뒤 첫 6개월은 재범 발생률과 사회 적응 성공률 모두 높은 시기여서 앞으로의 행동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이때를 놓치지 않고 교육시켜야 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옳지 못한 행동인가를 파악하지 못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가 도덕적 판단 기준과 사실을 직접 주입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자연적이고 자유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도와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함에 근거한 도덕적 원리들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첫째, 내적으로는 그들이 그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는 자발적인 교육을 시켜야 하고, 둘째 정책으로는 사회에 나간 후의 경제적 어려움을 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또한 그들이 출소한 이후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교육과 그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전까지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강평]
논제 3에서는 논리적인 서술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600자 내외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였다. 이러한 평가 기준에서 두 답안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단락 구분을 통하여 논리적으로 견해를 서술하는 측면에서는 [A] 답안의 완성도가 탁월하다.
[A]는 쟁점의 요약을 통한 전제 단락, 해결 방안을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즉, 거시적으로는 제도 교육을 통한 보편적 교육 방식으로서 도덕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비행 청소년의 교화에 필요한 교육 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술 과정에서 논제가 요구한 루소와 칸트의 교육 방법을 적절하게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B]의 경우에는 단락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논리적 서술에서 감점 요소가 있다. 그리고 제시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루소와 칸트의 주장을 인용하였는지가 모호하다. 그렇지만 해결 방안 부분에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설득력이 매우 높다. 논술문 작성의 기초 부분에 대한 학습을 보완한다면 훌륭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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