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11월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안연근 교사의 대입 나침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가산점 등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
자연계열 중위권 수리 ′가′형 반영 대학 소신지원 해볼 만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가산점 등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
자연계열 중위권 수리 ′가′형 반영 대학 소신지원 해볼 만
금학년도 정시모집 대입원서 접수 시작이 얼마 안 남았다. 대학 지원 때 수험생들이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각종 입시기관에서 발표하는 배치표를 맹신하지 말자. 배치표는 복잡한 입시 체계를 한 장의 종이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배치표의 점수는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의 반영을 각각 1:1:1:1, 즉 25% 반영 비율로 만들어진다. 대학마다, 모집단위마다 다르게 반영하는 수능의 영역별 반영 비율, 가산점, 탐구 점수의 보정, 제2외국어 과목의 사탐 대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것이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수능 성적은 대학별 환산점수와 입시기관의 점수 산출법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의 수능 성적 반영방법에 따라 유불리가 나타나는 대입의 실제 현황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각종 입시기관마다 발표하는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합격선이 크게 달라서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입시기관의 배치표는 최소한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별 환산 점수 계산은 수험생 개인이 하기에는 힘들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전국 협력 고교에 배포한 진로진학 상담프로그램은 대학별 환산점수 계산이 자동으로 된다. 고3 재학생들은 담임선생님과의 진학상담을 통해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환산점으로 유불리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 진학 결정을 하도록 하자.
합격 가능 점수를 예측할 때는 지난해 성적 결과도 맹신하지 말자. 대학마다 수능 성적의 반영 비율이 변경될 뿐만 아니라, 경쟁률, 지원경향, 모집인원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어느 대학 모집학과에서 100명을 선발하였다고 하면 100등까지 합격한 것이다. 그러나 금년에 모집인원이 80명으로 줄었다 하면, 전년도에 81등은 충분히 합격하였겠지만, 금년에는 불합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금년도에는 전년도 수험생이 아니라, 금년도 수험생끼리 경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원 계획을 세우자.
특히 정시모집은 대부분 수능 성적의 결과를 보고 지원하기 때문에 비슷한 성적권대의 학생들끼리 경쟁한다. 1~2점의 미미한 점수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좌우되는 것이다. 정시모집 지원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한다면 미미한 점수 차를 극복할 수가 있을 것이다.
1. 정시모집 세 군데 모두를 하향 지원할 필요는 없다. 2014학년도 수능체제 개편, 교과서가 달라졌다는 점 등으로 인해 금학년도 대입은 더욱 치열하고, 하향 안정 지원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시모집에서는 수험생들이 세 군데를 지원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충원 합격자가 있기 마련이다. 또 상위권 학생 중에는 수시모집에서 이미 합격한 수험생들이 상당수 있다. 전년도에도 수험생들의 지나친 눈치 지원 경향으로 학과 서열이 파괴된 대학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러므로 한 곳 정도는 상향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집인원, 충원합격 인원이 적은 대학이나 학과들은 안정 위주의 지원을 해야 한다.
2. 중위권 자연계열 대학에서 수리 ‘가’형을 반영하는 경우에는 소신 지원을 고려해보자. 금년에 수리 ‘가’형 수능 응시자 수는 14만5000여명으로 전년도보다 5.7% 감소하였다. 특히 여학생들의 수리 ‘가’형 응시생 수는 4만290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참조하여 지원 계획을 세우자.
3. 금년에 신설하는 학과를 눈여겨보자. 지원 대학의 신설 학과가 입시기관의 배치표에 누락되었다면 소신 지원을 해볼 수도 있다.
4. ‘군’별로 소신, 적정, 안정 지원 전략을 세우자. 대학별, 모집단위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군별 모집인원은 가>나>다 순서로 많다. 따라서 대학의 합격선이 다>나>가> 차례로 높다는 것을 고려하여 소신, 적정, 안정 지원 전략을 세우자.
5. 모집군별로 경쟁 대학 간의 변수를 살펴보고 지원 계획을 세우자. 지원하는 경쟁 대학들이 어느 ‘군’에 얼마만큼 분포되어 있는가를 고려하여 지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전학년도에는 두 군데에서 모집하였는데, 금학년도에는 세 군데로 분할 모집하면 경쟁률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6. 동점자 우선처리 기준,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까지 고려하고 지원 계획을 세우자. 금년에는 수능이 쉬웠기 때문에 동점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자연계의 경우에는 전년도보다 과탐 응시생 수가 1.8% 증가하였다. 또한 자연계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언어가 전년도보다 쉽게 출제되어 수능의 변별력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자연계열, 특히 ‘수리 나형+과탐’ 조합을 허용하는 대학에 지원할 경우에는 동점자 우선처리 기준이나,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이 의외로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신중히 지원 계획을 세우자.
7. 인문계의 경우 제2외국어를 사탐 한 과목으로 대체하는 대학은 각별히 주의하자. 대학 중에는 제2외국어를 사탐 과목으로 대체하면서 사탐 보정 점수보다 제2외국어 보정 점수를 더 높이 부여하는 대학도 있다.
8. 정시모집 인원의 변동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자. 현재 발표된 정시모집 인원은 수시모집의 미충원 이월 인원 때문에 증가할 수 있다. 수시모집 충원 등록이 끝난 12월20일쯤에 지원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해보자.
9. 자신의 영역별 점수대에 몰려 있는 수험생들의 분포를 살펴보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수능 성적 도수 분포를 보면 확인해 볼 수 있다.
10. 같은 총점이라도 지원 대학의 환산점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다음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자.
1) 나의 수능 영역별 최상의 조합은?
-영역별 반영 비율, 가중치를 고려한 계산을 하도록 한다.
-대체로 반영 영역 수가 많고(3+1) 반영 비율이 고르게 25%씩이면 경쟁률이 떨어지고, 반영 영역 수가 적으면(2+1, 또는 수험생 선택, 탐구 1과목 반영) 경쟁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 표준점수가 유리한가, 백분위 반영이 유리한가?
-대부분의 중위권 대학은 백분위를 반영하고, 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를 반영한다.
-백분위와 표준점수의 유불리는 대체로 쉬운 영역(금년에는 언어)에서 잘 보면 백분위가 유리하다. 어려운 영역(금년에는 영어와 수리 ‘나’형)에서 잘 보면 표준점수가 유리하다.
3) 가산점은 어떤 방식으로 부여?
-가산점 부여 방식도 해당 영역의 취득 점수에서 몇 %를 부여하는 방식도 있지만, 총점의 몇 %를 부여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가산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해당 영역을 응시하였을 경우, 일괄적으로 몇 점을 부여하는 방식도 있다.
4) 탐구 과목의 변환표준점수는?
-대부분의 중·상위권 대학은 사탐, 제2외국어, 과탐 과목을 반영할 때 백분위에 기준을 두고 점수 보정을 한다.
-수험생 자신의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로 계산하지 말고, 지원 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변환표준점수를 확인하자.
5) 대학별 환산점수에 의한 나의 위치는?
-최종적으로 대학별 환산점수에 의한 나의 성적 위치를 비교하여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자.
잠실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교사
EBS 입시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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