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끼와 적성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진은 지난 11월11일 대전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대전 청소년시설 동아리 연합공연 ‘비빔 인 대전’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활동 내용에 따라 지원금과 사정은 천차만별
청소년은 자발적 참여, 지도자는 조력자 역할
청소년은 자발적 참여, 지도자는 조력자 역할
경남 거창의 대성고 2학년 박성흠군은 현재 세 곳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내 동아리 방송부와 영상제작부, 외부에서 활동하는 영상동아리 ‘쓰리고’다. 중학교 때부터 영상에 관심이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 동아리 하나는 꼭 해야 한다고 해서 들어갔다. 하지만 들어가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활기록부에 적을 게 있어야 하니까 되도록 하라는 말이 와전이 된 것이었다. 그래도 이왕 들어간 것 지금껏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고충도 있다. “외부 동아리는 저희끼리 시간을 조율해서 일정을 짜고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부담이 적어요. 반면, 학교 동아리는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행사가 있을 때 ‘이거 해’라고 하면 힘들어서 안 된다 말은 할 수 있겠지만… 까라면 까야죠 뭐.”
현재 동아리 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 중 하나에 속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기존의 창의적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했다. 교과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활동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인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체험 중심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학교정보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1.1%에 머물렀던 초중고 상설 동아리 활동 참여율 평균이 2012년에는 54.7%까지 증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보공시시스템에는 상설동아리만 등록이 돼서 교육과정 내에서 운영되는 동아리 수까지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학교와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청소년 동아리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활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앞서 얘기한 박군은 각본 빼고 연출·촬영·편집까지 혼자서 다 한다. 교내 동아리는 학교에서 받은 활동비로 가끔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특강을 듣고 나머지는 인터넷을 보면서 독학을 한다. 그는 “영상부라 캠코더는 필수장비이기 때문에 그것만 사주고, 노트북은 개인적으로 조달하거나 집에서 한다”며 “교내 바둑동아리가 생겼는데, 바둑판 살 돈을 안줘서 결국 없어졌다”고 말했다. 외부 동아리의 경우는 예산안을 짜서 군청에 내고 발표회까지 한 뒤에 받을 수 있다. 보통은 120만~140만원이 나오고, 제일 우수한 팀은 180만원까지 나온다. 그가 속한 ‘쓰리고’는 보통 등급에 속했다.
학교마다 동아리를 승인하는 조건은 차이가 있지만 박군의 학교는 10~15명 이상을 모으고, 전국 단위로 학생이 모이는 자율학교의 특성상 3개의 중학교 출신이 있으면 가능하다. 박군은 “동아리 신청서 내고 조건에 충족하면 무조건 오케이인데, 뒷일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방송부 없는 학교는 없으니까 계속 운영되는 거고, 특히 영상부는 학교 행사 때문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 년에 두 번 축제랑 음악회 때 영상을 만들고 그 외에는 우리끼리 하고 싶은 것만 한다. 하지만 평일에는 야자(야간 자율학습)를 안 빼줘서 편집은 각자 집에서, 야간 촬영은 주말에만 한다”고 털어놨다.
청소년기본법 제3조 3항을 보면 청소년 활동을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이러한 활동을 소재로 하는 수련활동, 교류활동, 문화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아리활동의 세부 활동 내용은 크게 학술, 문화예술, 스포츠, 실습노작, 청소년단체 활동 등으로 나뉜다. 교과부 학생자치과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현재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학교급별 주당 시수는 초중고 모두 3~4시간 정도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동아리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 등을 모두 포함한 시간이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만 치중하기엔 무리가 있다.
평소 시사에 관심이 많던 ㄱ양(18)은 교내 신문부에서 활동중이다. 회의를 해서 주제를 정하고 각자 기사를 쓴 뒤 서로 번갈아서 원고를 봐주고 최종 수정은 담당 선생님이 해주신다. 할 일은 많지만 교과 시간 내에 동아리 활동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인 특활 시간에는 영화감상반이나 역사토론반에 가서 수업을 듣거나 활동해야 한다. 실제 동아리 활동은 점심시간, 방과 후에 틈틈이 시간을 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원금은 학기마다 1200부를 찍는 신문 제작비를 포함해서 1년에 300만원이 넘게 나온다. 그는 “주제를 정할 때 편파적이거나 학교에 비판적인 내용들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걸러낸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는 입장이니까 우리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는 지원금도 받고 동아리실이 있지만, 다른 동아리의 경우 우리 공간을 빌려서 쓰거나 지원금이 너무 적어서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돈이 많다. 춤동아리의 경우는 돈이 많이 들어서 공연을 해서 번 돈으로 충당하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신문부는 소위 ‘주류 동아리’다. ㄱ양의 말에 따르면, 방송부, 신문부, 도서부, 교지편집부가 학교 4대 동아리라고 한다. 이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은 학교를 위해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지원금도 받고 봉사시간도 60시간 정도 받는다. ㄱ양은 “내가 속한 신문부 부원들 중에서도 엘리트 의식을 갖는 아이들이 있다. 또 대학 갈 때 가산점이 되고 포트폴리오가 되는 동아리는 인식도 좋고 인기가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요즘은 워낙 스펙이 강조되다 보니 동아리 활동이 자아실현이나 그냥 좋아서 하는,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고 주류·비주류까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네가 해봐라’ 소리 듣다 ‘나를 따르라’고 말하게 돼”
경남 사천의 삼천포여고에 다니는 강다은(17) 양은 ‘그것이 알고 싶다’란 교내 동아리에 속해 있다. 주로 지역 내 문제를 학생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서 개선할 점을 시청에 민원 청구하는 활동을 한다. 이 동아리는 교내에만 소속된 동아리가 아니라 지역 청소년문화센터에 등록돼 있기도 하다. 그는 “회비를 지원받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교내 동아리에만 머물면 활동이 제한적이다. 문화센터에서는 한 달에 한번 동아리 축제를 여니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강양은 시립도서관, 보건소 등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시청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점, 장애인도로와 신호등 설치가 부족하다는 내용 등을 민원으로 제기했다. 아직 활동 성과는 없지만, 회의를 통해 우리 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꾸준히 이야기 나누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그는 “동아리를 하면 어른들이나 선생님은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노는 시간이라고 치부한다”며 “이걸 하면서 선배들한테 조언도 듣고 함께 어울리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목고나 외국어고는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고 지원을 많이 받는 데 비해, 우리는 지리답사반, 역사탐구반, 독서토론부 등 학습동아리 위주로 운영된다. 일반계 고등학교도 지원을 해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군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전까지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동아리 대표로 활동하며 ‘네가 해봐라’라는 소리를 듣다가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어느 정도만 하면 생활기록부에 적을 게 생기니까 적당히 하라고만 한다. 우리에게 동아리 활동은 ‘도전’의 의미가 있다. 말도 안 되는 걸 해서 말아먹기도 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데, 학교는 그런 걸 싫어한다. 뭔가 열심히 기획했을 때 ‘한번 해보라’는 건 외부 지도 선생님이고, ‘이건 하지 마’는 학교 선생님일 경우가 많다”고 씁쓸해했다.
ㄱ양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능동적으로 하게 됐다. 스펙에 혹해서 들어왔다가 자신이 받는 거에 비해 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것만을 위해 의무적으로 하게 되면 즐겁지가 않다. 스스로 좋아서, 동기부여가 돼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 정해져서 좀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얼마 전 <청소년수련시설 청소년동아리 활성화를 위한 운영모델 및 매뉴얼 개발연구>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모상현 부연구위원은 “청소년수련시설이나 문화단체 동아리 지도자들과 학교 담당교사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부가적인 업무 과다로 인해 동아리 활동을 지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리 활동은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동아리 운영은 함께 하는 형태도 중요하지만, 지도자들은 전체적인 기획이나 틀을 마련해주고 외부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박명웅 사무총장은 “학교에서는 입시와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뤄져왔다. 이에 반해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자기의 끼와 적성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교우관계에 지치고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동아리 활동을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교과부의 동아리활동 지원 현황을 보면 동아리 연구학교 및 연구회도 꾸리고 동아리 활동 활성화를 위한 교사 워크숍도 개최했다. 특히 창의적 체험활동을 촉진한다는 취지 아래 창의적 체험활동 페스티벌도 열고, 동아리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여전히 커 보인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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