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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도루묵’ 맛도 보고 어민 시름도 덜어주고

등록 2012-12-03 13:22

도루묵의 알.
도루묵의 알.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44. 강원 고성 거진항
옛시가 하나 있다. “(전략)… 賢愚不在己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 名稱是外飾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 委棄非汝疵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은 아니라네…(후략)” 조선 중기의 문신 이식(李植 1584~1647)의 ‘환목어’(還木魚)라는 시의 일부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임진왜란 때 피란길에 오른 선조 임금은 허름한 어촌마을에서 생선요리를 먹고는 그 맛에 반해 이름을 물으니 그저 서민들이 먹는 ‘묵어’ 혹은 ‘목어’라 했다. 선조는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다. 궁궐로 돌아온 후 처지가 바뀐 탓일까? 다시 맛본 은어 맛은 실망스러웠다. ‘이 생선을 도로 묵어라 해라’며 내쳤으니 도로묵, 도루묵이라는 생선의 이야기다.

지금 동해 고성 지방엔 도루묵이 천지다. 요맘때가 가장 맛 좋은데 무와 감자를 깔고 찌개를 끓여도 좋고 찜과 볶음을 해도 좋으며 꾸덕꾸덕 말렸다가 술안주로 구워먹어도 맛나다. 이렇게 맛 좋은 도루묵이 제철을 맞은 것은 좋은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잡혀 물량 과다가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판로를 걱정하고 있다. 여행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면 거진항 도루묵 여행이 어떨까? 넘쳐나는 도루묵을 보며 이런 것이 제철 생선임을 보여주고, 빨랫줄에 널린 도루묵에서 어촌생활의 면면을 엿보고, 항구의 부산스런 움직임에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좌판에 앉아 도루묵구이도 먹어 보자. 아이들은 도루묵 이야기에 빠져들고 도루묵은 먹음직스럽게 익어갈 것이다. 잘 익은 도루묵 알이 톡톡 터지면서 씹히는 맛은 입안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것 같다. 이 환상적인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돌아올 때는 작년의 절반 가격에 도루묵을 넉넉히 사와 이웃과 나눠 먹어보자. 고성 어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이웃 간의 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불어 도농교류, 상부상조, 이웃돕기가 단순히 지원이나 성금 모으기가 아닌 생활의 작은 실천으로도 가능함을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의 고성군 수협 판매과 (033)682-5554.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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