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만화 <도박 묵시록 카이지>에는 ‘한정 가위바위보’ 카드 게임이 등장한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비싼 이자로 자금을 대출할 수 있고, 각자 가위, 바위, 보가 그려진 4장씩의 카드와 별 3개를 받는다. 카드를 내서 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상대방의 별을 뺏는다. 12장의 카드를 모두 사용하고 3개 이상의 별을 확보하면 승리, 반대로 4시간이 지났을 때에 카드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였거나, 별이 2개 이하일 때는 패배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가위바위보랑 별 차이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약간 차이 나는 규칙이 게임의 양상을 전혀 다르게 몰고 간다. 카이지는 카드를 종류별로 균형 있게 보유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남아 있는 카드 수가 전광판에 공개되는 것을 이용하여 한 종류의 카드를 돈으로 매점매석하기도 하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나름대로 상황에 대응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는 일부 규칙을 ‘깨고’ 새로운 규칙을 도입해서 게임을 밀고 나가는 생각을 통해 탄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한 번에 모든 규칙을 마음대로 변화시켜서는 공부가 아닌 ‘몽상’에 그친다. 문제점이 가장 크게 드러난 가장 약한 고리를 새로운 전도유망한 규칙으로 대체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존의 다른 규칙들을 준수하면서 사고실험을 진행해 보고 더 타당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본다. 따라서 새로운 발상이란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대로 툭툭 자유연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조합된 규칙들을 ‘밀고 나가는’ 일에서 나온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가정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냥 경제학은 틀렸다면서 자신이 겪은 경제에 관한 일화적 증거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대안적인 설명’이라고 자부하면 안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나 마이클 스펜스, 대니얼 카너먼이 했듯이 ‘불완전한 정보’나 ‘비합리적인 행동 편향’을 새 규칙으로 도입한 뒤, 체계적으로 생각을 밀고 나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만으론 체계적으로 사고실험을 할 수 없다. ‘한 가지 요소를 극단적으로 크게 또는 작게 만드는 방법’이 유용할 때가 있다. 정치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쾌락의 감각 경험’을 극대화하라는 공리주의가 타당한지 살펴보기 위해,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안에 들어가면 실제 삶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경험 기계’에 들어갈 것이냐”를 묻는 사고실험을 제시했다. ‘감각 경험’이라는 요소를 극단적으로 크게 만든 것이다.
관련된 요소들을 조금씩 정도를 달리해 변경하면서 각각의 경우에 결론을 끌어내게 만드는 원리가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종교의 자유 침해 여부를 ‘심하다’, ‘괜찮다’는 느낌이 아니라 ‘원리’로 설명하려면 “① 종교를 국가가 금지한다. ②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삼고 공립학교에서 그 종교를 가르친다. ③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세금 감면을 해주거나 보조금을 준다. ④ 종교교육을 학생들에게 의무로 부과하고 있는 사립학교에 재정지원을 한다. ⑤ 어떤 단체가 종교를 믿을 것을 조건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알면서도 국가가 그 단체에 복지 공무를 대행시킨다. ⑥ 사법시험을 일부 종교인의 안식일에 치른다. ⑦ 투표소를 마을 교회 내부에 설치한다”와 같은 사안들을 열거하고 차례대로 원리에 의한 정합적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본다. 양이나 비율을 조금씩 달리하며 어디서 결론의 분기점이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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