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극 교사의 대입 나침반
정확한 표준점수·백분위 알아야 합격·불합격 판단할 수 있어
기업-대학 연계, 졸업 뒤 채용 보장하는 계약학과 주목해볼만
정확한 표준점수·백분위 알아야 합격·불합격 판단할 수 있어
기업-대학 연계, 졸업 뒤 채용 보장하는 계약학과 주목해볼만
드디어 대입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가채점한 원점수로 대입 상담 요청을 벌써부터 하기 시작한다. 수시 2회차 모집 대학 지원 여부,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시모집에서의 지원 가능 대학을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시 2회차 모집도 끝나고, 대학별 고사도 거의 마무리된 현시점에서 수험생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가채점한 원점수만으로 정시모집에서 지원 가능 대학을 상담받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정시모집에서는 가채점한 원점수를 대입 전형에서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주로 수능 성적의 등급·표준점수·백분위 점수를 활용한다. 이들 점수가 표기된 수능 성적표는 11월28일에 발표된다. 입시기관에서는 발 빠르게 등급·표준점수·백분위 점수를 발표하였지만, 정확한 수능 성적은 아니다. 이들 점수는 수능 영역별 평균 점수, 표준편차, 전국 수험생의 성적 누적 분포 등을 알아야 산출되는 점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점수라고 볼 수가 없다.
대학 입시는 비슷한 성적대의 수험생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미미한 점수 차로 합격, 불합격이 좌우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대학의 합격, 불합격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특히 원점수만으로 대학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표 1>에서 두 수험생의 성적을 보면 평균 등급은 동일하다. 또한 원점수상의 총점은 이○○ 학생이 김○○ 학생보다 9점이나 낮지만, 백분위상으로는 오히려 4점이나 높다. 이처럼 점수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수능의 영역별 난이도 차, 응시생 수의 차이 때문이다. 이○○ 학생이 김○○ 학생보다 백분위 점수가 높은 이유는 이번 수능에서 비교적 쉬웠던 ‘언어’에서 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김○○학생이 이○○ 학생보다 표준점수가 좋은 이유는 금년도 수능에서 좀 어려웠던 ‘수리 나형’에서 성적이 우수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에서 활용하는 수능 성적의 반영지표에 따라 지원 대학의 유불리가 달라진다. 이뿐만 아니라 탐구 영역의 변환 표준점수, 수능 영역별 가중치에 따른 대학별 환산 점수, 수시모집에서 미충원한 인원이 정시모집으로 이월된 인원, 수험생들의 지원 성향, 경쟁률 등 여러 변수가 지원 대학의 합격, 불합격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가채점 점수로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수능 성적표가 발표된 이후에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해보기로 하자. 더구나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12월21일부터 27일까지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뒤에도 3주 이상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는 기간이 있다.
그러면 이 시기에 수험생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표 3> 전형 일정을 기억하자. 수시모집의 등록일을 놓치게 되면 수시 불합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시모집은 물론 2013. 2. 22(금) ~ 27(수)에 모집하는 추가모집에도 지원할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일반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산업대 포함. 특수목적대는 예외)
무엇보다 이 시기에 수험생이 해야 할 일은 대학 졸업 뒤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점수라는 가격으로 좀더 좋은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흥정은 자신의 진로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아니다. 공부 좀 했다 하면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무조건 경영학과, 자연계열에서는 의과대, 생명과학부로만 진로를 결정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자. 미래의 유망 직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직업이다.
특히 요즘처럼 대졸 취업난이 우려되면 <표 4>의 계약학과를 주목해보자. 계약학과는 산업체(기업)와 교육 단체(대학)가 계약을 체결하여 산업체(기업)에 필요한 인원을 양성하는 제도다. 산업체(기업)가 계약학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고, 각종 장학 혜택도 있다. 계약학과는 해당 기업체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채용조건형과, 기업체 소속 직원의 재교육 및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재교육형이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입학부터 채용이 보장되는 채용조건형 중에서도 ‘전문대’, ‘학사’ 과정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유의할 것은 대기업과 계약으로 개설된 ‘단독 계약형’의 취업률은 100%에 가깝지만, 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결해주는 ‘제3자 계약형’의 취업률은 100% 보장이 안 된다는 현실도 참고해야 한다.
이밖에도 각 대학에는 특성화 학과 또는 육성하는 학과들이 있다. 정시모집 기간 전까지 수험생들이 해야 할 일은 관심 있는 대학 또는 학과 누리집(홈페이지)을 방문하여 특성화 학과 지원자격, 재학중 각종 특전과 의무사항, 선발방법, 교육과정, 졸업 후 진로 등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연구정보원이나 커리어넷의 누리집을 방문해 수험생의 직업 흥미, 가치관, 적성 등을 진단해보는 일이다.
잠실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교사
EBS 입시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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