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티브이 티브이엔(tvN)의 <대학토론배틀 3>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경청과 말하기 능력 둘 다 기를 수 있어
찬성과 반대가 확실한 주제를 선정해야
경청과 말하기 능력 둘 다 기를 수 있어
찬성과 반대가 확실한 주제를 선정해야
올해 여름에는 티브이엔(tvN) 프로그램 ‘대학토론배틀’이 인기리에 방영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토론 대결을 펼쳐서 우승자를 가렸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이 싸움구경이듯이 대학생들의 치열한 토론 대결 역시 흥미진진하게 진행됐습니다. 토론은 이처럼 아주 재밌는 말하기 방법입니다. 또한 토론을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경청과 말하기 능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론은 청소년들에게 종합적인 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실에서 토론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학생들에게 먼저 토론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정립해 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잘 모르기 때문인데요. 토론이란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에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눠서 서로를 설득하기 때문에 대립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이고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협동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입니다.
토론을 할 때는 주제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찬성과 반대가 확실한 주제를 선정해야 적극적인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주제 자체가 모호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주제를 고르면 적극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주제는 찬성과 반대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주제는 찬반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협의하는 토의 주제입니다. 그래서 주제를 고를 때는 토론 주제로 적합한지, 토의 주제로 적합한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한 주제를 선정해야 적극적인 토론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한 주제는 토론 능력을 기르기 위한 주제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반대’라는 주제를 선정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주장을 숙지합니다. 그래서 실제 토론장에서는 경제전문가의 의견을 그대로 말하는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주장을 하는 듯싶지만 전문 분야일 경우는 전문가의 주장을 스스로 비판하거나 타당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지식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논쟁을 할 수 있는 토론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을 토론 주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정확하게 점검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돌다리 하나하나 두들겨 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의 주장을 답습하는 토론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토론이 되도록 주제를 선정해야 합니다.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론을 이끌어갈 형식이 정확하게 잡혀 있어야 합니다. 토론 진행 순서는 ‘모두(첫머리)발언-자유발언-최종발언’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찬성과 반대측은 모두발언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펼칩니다. 여기서는 자신의 할 말을 다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1분 정도로 청중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각의 모두발언이 끝나면 이어서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갑니다. 이때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이야기하면서 치열한 주장과 설득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에서는 최종발언을 하면서 토론을 마무리 짓습니다. 최종발언에서는 모두발언에서 말한 내용을 반복하는 동어반복보다는 오늘의 토론을 정리하며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전문가의 명언이나 가벼운 일화 등을 넣어서 풍성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으면 더욱 전달력이 높아집니다.
토론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은 크게 이성적인 설득과 감성적인 설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설득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로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구체적인 사건사고 등 통계나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반대할 때 그 근거로 스마트폰 전자파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기관 자료를 제시하는 겁니다. 이렇게 공신력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풀어나가면 상대방의 논리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설득도 중요합니다. 감성설득은 주장에 대한 근거를 통계나 수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직접 겪은 경험담이라든지 생각, 느낌 등을 예시로 들어서 설득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스마트폰만 보면서 어른들께 인사도 하지 않는다는 경험담을 근거로 제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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