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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다

등록 2012-11-19 10:31수정 2012-11-19 10:33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 열쇳말 - 탐구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하이먼 러치리스 지음, 김정희 옮김, 에코리브르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박종성 옮김, 에코의 서재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은 여러 허점이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액형별 친구 사귀기, 공부법, 운세까지 다양한 변주가 떠돈다. 대개는 재미로 보고 넘어가지만 진지하게 믿는 경우도 가끔 있다.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에서는 이런 방식의 생각을 미신적 사고로 규정한다. 저자는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을 예로 든다. 어느 날 여자아이 여덟 명이 갑작스레 발작을 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은 마녀의 소행이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판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녀로 의심되어 잡혀온 자가 발작을 일으킨 소녀의 몸에 손을 댄다. 발작이 멈추면 마녀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고하다. 이 사건으로 19명이 교수대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미신적 사고는 때로 인권을 침해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인간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대해 논리적으로 규명할 수 없다. 대상에 대한 이해 또한 제한적이다. 미신적 사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나름의 대응이며, 심리적 안정이나 속임약(플라세보) 효과에 기댄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에서 미신적 사고는 사태의 정확한 파악과 이해에 걸림돌이 된다. 과학은 정밀하고 진지한 관찰에 기초하여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이 참임을 증명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근대화를 문화적, 사회적 합리화 과정으로 봤다. 이 중 문화적 합리화는 주술적인 사고로부터의 탈피, 즉 ‘탈마술화’로 설명된다. 세계에 대한 이해가 주술적 수단에서 기술적 수단으로 대체된 것을 진보로 단정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의 발언에서도 주술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는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의 저자 하이먼 러치리스는 미신과 대비되는 과학적 사고의 핵심으로 ‘관찰 및 실험을 통한 사실의 확인’, ‘논리적 추론의 적용’을 든다. 이를 좀더 풀어 쓰면 ‘결론을 내리기 전에 무엇이 사실인지를 확인한다’, ‘왜 그렇게 되는지 궁리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는지 분석한다’, ‘자신이 찾은 해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점검한다’ 등이다.

이러한 사고는 학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습 동기 차원에서 먼저 생각해 보자. ‘왜 그리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배움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리는 출발점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의 학습 태도는 그렇지 않은 이와 확연히 구별된다. 한편 학습 과정 자체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과학적 사고를 적용한 학습은 단순 암기를 넘어서는 지점에 있다. 납득이 될 때까지 자료를 찾아보고 상쾌하게 이해될 때까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또다른 탐구를 위한 자원이 된다.

동화와 미신을 배제하는 논리적 사고는, 허황된 상상과 직관 및 감정을 포괄하는 창조적 사고와 별개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둘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창조적 사고의 본질을 탐구한 책 <생각의 탄생>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창조적 사고의 본질을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 열세 개의 핵심어로 정리했다. 창조적 사고는 시각과 청각 등 각기 다른 감각적 경험의 결합,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영역 간의 융합, 비논리적 발상을 통한 새로움의 발견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여 정합적 결론을 추구하는 과학적 사고와 구별되는 듯 보인다. 창조적 사고는 허황되어 보이는 것을 기꺼이 수용하고, 모순을 끌어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사고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서 있으며,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지적 정교함을 요구한다.

<생각의 탄생>에서 첫 번째로 언급하는 창의적 사고의 본질은 ‘관찰’인데, 이는 과학적 사고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요소이다. 한편 과학 탐구 과정의 출발이 되는 ‘가설 설정’에 있어서 과학자의 대담한 상상력이 반영되는데, 이는 이미 규명되거나 규정되지 않은 결론에 대한 머릿속 구성 및 재구성을 의미한다. 결국 과학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는 모두 진지하고 정밀한 관찰과 심사숙고를 거쳐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고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 결론은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으며, 다만 잠정적 의미가 부여될 뿐이다. 결론은 또 다른 관찰과 탐구의 출발이 되며 이로써 과학은 진보의 과정에 편입된다.

창의적 사고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생각의 탄생>에서는 ‘언어, 상상, 도표, 행렬들은 논리적으로 동등하지만 변형 방법이 다양하며, 각자에게 어울리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방식에 같은 논리구조가 적용된다는 것을 모른다면, 또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모른다면 변형은 무용지물이다. 당연히 변형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유추’를 설명한 8장에서 이를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이제껏 경험한 것을 뛰어넘어 미지의 영역을 조망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경험의 관계 및 분석을 통한 연상, 즉 유추에서 비롯한다. 유추는 전혀 몰랐던 것에 대한 급작스런 아이디어 산출이 아닌, 경험한 혹은 알고 있는 것들 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파악하고 오류를 검증함으로써 새로움을 창출해내는 과정인 것이다.

상상이 실제 현실에 반영되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사고가 적용되어야 한다. 한편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을 통한 새로운 과학적 가설 수립에는 대담한 상상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어떻게 하면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와 <생각의 탄생>은 함께 읽으며 생각해 봐야 할 책이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김수연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난이도 수준-중2~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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