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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들쑥날쑥’ 배치표에 ‘갈팡질팡’ 수험생

등록 2012-11-13 20:10수정 2012-11-13 21:18

같은 대학·과 점수 제각각이지만
학생·교사 “썩은줄이라도 잡게 돼”
무시하자니 불안, 믿자니 더 불안
대학들은 서열 강화 효과에 ‘민감’
입시업체들 “실제수치 아냐” 인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자마자 입시업체들이 입시설명회를 열면서, 앞다퉈 각 대학의 학과별 지원가능 점수(커트라인)를 담은 이른바 ‘배치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업체들은 수험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업체마다 커트라인이 들쭉날쭉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대학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입시업체에 자기 대학 이름을 지워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입시업체인 ㅇ사는 수능 이후 수험생들에게 배포한 배치표에서 원점수를 기준으로 고려대 경영대의 합격선이 398점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경영대에 들어가려면 수능에서 2점짜리 문제 1개 정도만 틀리고 나머지는 전부 맞아야 하는 셈이다. 이는 ㅈ사가 내놓은 389점과 견주면 무려 9점이나 차이가 난다. ㅇ사는 서울대 경영대의 합격선은 396점으로 제시했다. 연세대 경영계열의 합격선도 이 두 업체 사이에는 9점의 차이가 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ㅇ고 3학년 이아무개군은 “학원 선생님이 가채점 결과로 나온 배치표는 믿지 말라고 했다. 배치표 내용에서 30% 정도를 가감해서 본다. 요즘 배치표 믿는 애들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고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아무개 교사는 “지금 나오는 배치표는 업체 자체 사이트에 가입한 애들의 점수를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서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애들에게 ‘내 점수면 어느 대학쯤 갈 수 있는지’를 보는 기준 정도로는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배치표에 불만이 많다. 배치표 자체가 대학 서열을 드러내고 강화하는 효과가 큰데,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능 가채점 결과로만 작성되는 탓이다. 게다가 특정 대학이 입시업체에 로비를 해서 지원가능 점수를 10~20점 올리기도 한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은 “경쟁 대학의 유사학과는 수리와 탐구영역만 반영하고 우리는 다 반영하는데도 배치표에서 우리 대학보다 두 칸 이상 높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시업체 3군데에 우리 대학 이름은 배치표에서 빼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다른 대학 한 곳과 함께 조만간 보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입시업체들도 배치표상의 점수가 의미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배치표는 대학 사이의 서열만 참고하는 것”이라며 실제 입시 때 적용하는 수치는 아니라고 말했다.

유성룡 1318 대학진학연구소장은 입시업체들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 소장은 “가채점 결과로 업체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 배치표에 수험생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수험생이 알아서 판단하거나, 안 보면 된다는 건 무책임하다. 학교마다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다를 때는 내가 잘 본 영역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이 유리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작성된) 배치표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종휘 박수진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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