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공부의 주화입마(무협지에 많이 나오는 말로, 수련 과정에서 불기운을 잘못 운용해 발생하는 부작용) 중 극복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정리형 인간’의 함정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중요한 생각들은 이미 누군가 해놓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빨리 더 많은 자료만 계속 수집하고 입력하려는 강박이 생긴다. 이 강박에 깊이 빠지면 선학들의 생각이나 세상의 자료를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하는 활동-매우 중요한 활동임은 분명하지만-은 훌륭하게 해낼 수 있지만 아직 누군가 제대로 건드리지 않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 수는 없게 된다. 이 함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한 사람이 오히려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태도는 공부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히 생기는 겸손함과 신중함의 영향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예전엔 자신 있게 생각했던 바가 나중엔 좀 어리석게 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하게 된다. 폭넓은 자료를 보고 나면 좁은 자료를 봤을 때 한 생각을 협소하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이래서 강박이 생기게 된다.
물론 겸손하고 신중한 것은 좋지만 스스로 일단 풀어보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공부의 여정에서 도달하는 어떠한 답도 ‘잠정적인 것’이라는 점만 염두에 두면 된다. 그러면 모자란 능력으로 낸 답이 결국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틀린 답을 내는 경우가 늘더라도 중간중간 생각을 밀고 나가보는 것이 좋다. 공부는 자료 읽기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아니다. ‘생각을 집중적으로 굴려보는’ 정거장이 필요하다. 이미 냈던 답이 틀린 것을 나중에 알게 될 경우 그 오류는 더 선명하게 각인된다. 생각을 이리저리 굴렸는데도 결국 답을 내지 못하면 좀 어떤가? 불명확한 상태로 불만을 갖는 건 공부의 당연한 기본설정 상태다. 한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생했는데도 나온 것이 몇 가지 단서와 조각들뿐이라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엄청난 생각인 줄 알았는데 책을 좀더 읽어보니 다른 이가 이미 따라가지도 못할 수준으로 다 풀어놓았네? 허탕이 아니다. 그 문제의 구조가 ‘내 것’으로 더 단단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보다 뒤이은 공부에서 훨씬 더 큰 장비를 갖추게 된 셈이다.
뉴턴의 말처럼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을 뿐이고, 드넓은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는 아이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풀어야 되는 문제가 거인의 발자취를 검색해서 확인하는 것으로 풀리게 될 리는 만무하다. 거인들의 성취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조립할 수 있는 보물과 고물의 창고다. 문제 해결은 언제나 능동적인 문제 해결이다. 아마 누군가 이미 이루어 놓은 바를 반복하고 있을진 몰라도, 그것이 내 ‘문제 해결’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세상에 약간의 새로운 진리를 보태는 것은 멋진 행운이다.
청소할 때 걸레로 방 일부만 닦다 말면 안 된다. 저쪽 구석까지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공부에서도 “지금 이 문제가 안 풀려. 이건 이렇게 될 것 같기도 한데… 아… 더 읽고 언젠가 찾아보면 알겠지, 뭐” 하는 태도가 자신이 가진 모든 불만에 다 적용된다면 매우 곤란하다. 문제들 중에서도 특히 흥미가 가는 것, 내가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들을 중심으로 똘망똘망한 녀석들은 잘 키워놓아야 한다. 문제를 키운다 함은, 지금 수준에서도 이쪽저쪽에서 뜯어보고 물고 늘어져 보는 것이다. 생각의 방법에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다. 다만, 몇몇 요령들이 도움이 될 순 있을 것이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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