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생각하는 것’은 공부의 꽃이다. 공부는 지금 알고 있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푸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해답에 다가가는 ‘통찰’에 이르는 일은 딸기케이크에 박힌 딸기이며,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다.
그런데 공부에서 그토록 중요한 활동에 관한 요령을 학교에선 거의 가르쳐주지 않는다. 생각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고 책에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한다. 각 교과는 이미 확립된 결론만 가르칠 뿐, 선학자들이 아직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를 두고 어떤 고생과 고민을 하였으며 결국 어떤 전략을 통해 그 답에 도달하였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의성에 대한 오해가 생겨난다. “창의성은 공부해서 기를 수 있는 능력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아이디가 튀어나오는 원천이다. 그러니 원래부터 톡톡 튀는 생각을 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매뉴얼에 미리 실려 있지 않은 문제를 풀 수 없다.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런 오해는 현재의 교육을 비판하는 일부 주장에도 등장한다. 즉, 어린이들은 원래 창의성이 풍부한데, 창의성을 현재의 교육이 죽이고 있다는 수사가 그것이다. 이 수사는 창의성을 공부와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능력 덩어리로 보는 전제를 깔고 있다.
창의성은 갑자기 멋지고 화려한 발상이 튀어나오는 신비스러운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형태로 재정의하면서, 추론의 장비를 동원하여 문제를 폭넓은 전략으로 공략하는 능력이다. 단지 최초에 생각하기엔 어려운 발상이 열쇠로 사용되기 마련이어서, 그 문제 해결 과정에 몸을 담그지 못한 사람에게는 어딘가에서 그 해답이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주의할 것은, 문제를 푼다 함은 눈으로 확인하거나 답안지를 들춰보거나 자료를 찾아서 가리킨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답을 내는 과정은 세상이나 인간의 작동 원리에 관한 ‘규칙’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정교화하거나 그 적용을 확대하는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생각을 한다’는 직선적인 표현 대신 ‘생각을 굴린다’는 조어를 사용한다. 이 방향으로 저 방향으로 답을 공략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를 어쨌든 아는 것을 동원해서 풀어보려고 노력한다고 해보자. 전형적인 문제는 사고를 확장시키지 않고서도 이 단계에서 풀린다. 그런데 노력했는데도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면? 공부는 흥미진진해진다. 물론 생각이 갇혀서 맴돌기만 한다면 흥미진진은 고사하고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제자리에서 맴돌지 않고 나아가려면 ‘문제를 계속 바꾸어 표현하며 잘 풀릴 수 있는 형태로 정식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사안에서 자유와 평등의 적절한 균형 지점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이, 자꾸 그 사안에서 자유가 차지하는 무게와 평등이 차지하는 무게, 즉 직관적으로 와 닿는 중요성을 마음속의 저울로 재보는 사고를 유도한다면, 질문을 바꿔 보아야 한다. 그런 사고는 ‘그때그때 달라요’, ‘사람마다 달라요’라는 봉합에 도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봉합에 그치지 않는 답이 있다는 생각이 공부를 추동하는 힘이다. 몇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자신이 답을 낼 수 없다고 해서 어설픈 귀납으로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답이라면 그 점을 적극적으로 논증해야 한다. 그 논증에 성공하면 ‘답’을 낸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푸는 통찰의 출발점은, ‘낙관주의’의 정신으로 문제를 조각내고, 조립하고, 변환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 2002년 방식으로 단일화 설문하면 안 53.2% >문 39.8%
■ 주택채권 소비자는 ‘봉’…증권사 20곳 금리조작
■ 전 공군장성 “다른나라 침략 식민지 만들자”
■ 학교경비, 책임은 교장급인데 월급은 78만원
■ 엄태웅, 깜짝 결혼발표…예비신부는 발레리나
■ ‘뉴 SM5’ 르노삼성 구세주 될까
■ [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 2002년 방식으로 단일화 설문하면 안 53.2% >문 39.8%
■ 주택채권 소비자는 ‘봉’…증권사 20곳 금리조작
■ 전 공군장성 “다른나라 침략 식민지 만들자”
■ 학교경비, 책임은 교장급인데 월급은 78만원
■ 엄태웅, 깜짝 결혼발표…예비신부는 발레리나
■ ‘뉴 SM5’ 르노삼성 구세주 될까
■ [화보] 내곡동 진실 밝혀질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