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 명의 교사를 연거푸 두 번이나 파면했으나 법원에서 모두 무효 판결을 받자 세 번째 중징계에 나서는 사립학교가 서울에 있다. 서초구 반포본동에 있는 세화여중이다.

불운의 주인공은 수학 과목을 맡고 있는 김영승(43) 교사다. 김 교사가 이 학교에서 처음 파면을 당한 것은 2009년 2월이다. 3학년 수업시간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알려줬다는 게 파면의 이유였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법부는 내리 “파면은 과하다”며 김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학교는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 교사를 두 번째로 파면했다. 학교는 이번엔 일제고사 거부와 함께 김 교사가 2008년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혐의(지방교육자치법 위반)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김 교사처럼 벌금 80만원 안팎을 선고받은 교사 21명(사립학교 교사 5명 포함) 가운데 다른 교사들은 모두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징계가 유보됐으나 김 교사만 최고 수준의 징계를 또 받은 것이다. 이 형사사건은 여전히 대법원에 걸려 있다.

지난달 10일 대법원은 김 교사의 두 번째 파면 사건에 대해 두 번째 무효 결정을 내렸다. 1심과 같은 사유였다. 김 교사는 이쯤되면 학교 재단 쪽이 불문(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음)이나 경고처분을 내리고 끝낼 줄 알았다. 2009년 일제고사를 거부하다 함께 파면된 공립학교 교사 12명은 모두 승소해 교단에 복직한 터였다.

그러나 김 교사에게 교단 복귀 대신 재택근무를 명령한 학교 재단은 오는 12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최근 보냈다. 중징계 대상자라는 징계의결요구서도 함께 붙어 있었다. 파면과 해임, 정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학교의 재단인 일주학원 이사장은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다. 이 전 상무와 그의 아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400억원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여전히 재단 이사장과 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교사는 “법원에 의해 과도한 징계라는 게 확인됐는데도 학교가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또 중징계를 요구했다”며 “학교에게서 교육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어 마음이 참 안 좋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난달 중순 학교 앞에서 시위라도 해보려 방배경찰서 정보과에 갔으나 학교가 이미 한 달치 집회신고를 내놓는 바람에 실패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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