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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가 존중해줄 때 아이는 ‘용’이 된다

등록 2012-10-29 11:49

박재원의 공감학습
“자녀에게 헌신한다” 자부하는 엄마·아빠일수록 자식 탓 많이 해
“내 새끼는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가부장제 가치관 버려야
“아니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부모 구실의 핵심을 놓치고 헤매는 부모들이 아우성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진정한 부모의 도리에 충실한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별로 해준 게 없는데 알아서 열심히 해줘서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네요.” 역설적이게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를 탓하는 반면에 무능력한 부모라는 생각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부모는 오히려 자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식 때문에 절망하는 부모와 자식으로 인해 희망을 갖는 부모는 부모력의 핵심을 경제력과 정보력으로 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한쪽은 자신의 부모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끌고 가지만, 다른 한쪽은 부모로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비교하는 부모, 비교당하는 아이의 ‘눈물’

아이를 위한 부모 노릇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부모 역할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무대를 연출하지만 무대의 주인공인 아이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엄친아’와 비교당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봐야 한다.

어른 입장에서, 남편이 아내를 늘 누군가와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능력 있는 아내를 만나 누구는 팔자가 폈다’는 둥, ‘누구 마누라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날로 미모가 빛이 난다’는 둥. 무심코 던진 농담일지라도 듣는 부인의 심정은 엉망이 될 게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부인은 과연 남편을 정상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를 엿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사소하지만 감정 대립으로 몰고 가는 일이 생기면 어떤 경우라도 상호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서로를 소모시키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비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비교당하는 사람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파괴력을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비교하면서까지 자극을 해도 공부를 안 한다고 하소연하지만 이는 명백한 진실 왜곡이다. 비교당하는 데 따른 반발심과 스트레스로 인해 공부할 의욕을 잃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두 자녀 가정에서 조심해야 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상에서 부모 마음에 드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 구분되기 십상이다. 무심결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차별을 당하는 아이는 생산적인 의욕을 빼앗기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아이들에게 표출한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아이의 삶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감정이 무서워 수동적으로 공부한다. 화를 피하고 칭찬을 받기 위해 공부한다. 일상에서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모당하는 아이들을 따로 만나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면, 아이들은 백이면 백 눈물과 함께 자기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의 감정과 인격을 존중하는 부모의 마음이 관건

심리 전문가가 심리 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를 대할 때의 태도와 집에서 자기 자식을 대할 때의 태도가 같은 게 정상인가 아닌가? 이 문제를 놓고 심리 전문가들이 진지하게 토론했다. 태도가 같은 게 정상이라는 주장과 그럴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무리 어린아이지만 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는 고객이기에 존중할 수밖에 없는 반면 자기 자식은 자식이기에 화가 나기도 하고, 화를 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주장이 다수였다. 하지만 사람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발휘해 결국은 자기 자식이라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합의했다.

자기 자식은 직접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옆집 아이는 괜찮은데 자기 자식은 왜 그런 걸까? 자식이기 때문에 감정 조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문제다. 자식이라고 함부로 성질을 부리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그렇다.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와 무시하는 부모가 있다. 자식 때문에 정말 인생 꼬였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은 거의 대부분 헌신적이었지만 아이의 인격은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 아이와 관련된 일은 최대한 아이의 의견을 물어 결정한 부모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한심한 생각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아이 자체를 존중했다. 아이의 관심과 호기심을 최대한 존중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아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지켜갔다. 경쟁보다는 아이 의욕의 결실인 성취감을 훨씬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 그 아이는 지금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정말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아이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인 환경은 바로 부모의 마음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이를 대하는 태도이자 가치관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 부모들은 심각한 혼란과 착각에 빠져 있다. 부모력의 핵심을 경제력과 정보력으로 본다. 최신 비닐하우스를 짓고 경제력과 정보력이라는 최고의 비료를 뿌리지만 일조량이 부족하다. 결국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식물 성장에 가장 중요한 햇빛, 그것이 바로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가부장제 가치관 ‘NO’, 아이를 고유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진보적 가치관 ‘YES’

현대 사회의 무한 경쟁으로 불안에 떠는 부모는 아이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게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불안감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파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인격 모독과 차별 대우가 벌어져 결국 아이들의 마음은 병들게 되고, 그로 인해 부모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현실에서 부모 구실에 고전하고 있는 부모들은 대다수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의도적으로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자존감을 망가뜨리려는 부모는 없다는 얘기다. 주범은 동양의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에 있다. 가부장제 문화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을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기성세대들은 부모에게서 존중은커녕 심한 모욕과 폭력에 시달리며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녀교육의 방식으로 알고 있다. 가부장제 문화를 내면화한 셈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낳은 새끼’라는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유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진보적 관점에서 아이를 대하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다.

무기력에 빠진 공교육 대신 사교육이 신뢰받는 현실에서 아이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아이를 방치하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비난에 휩싸이기 쉽다. 그러나 부모가 주도하는 사교육 중심의 경쟁 환경에서 주의 깊게 경계하지 않으면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보다 사교육의 논리에 영합한 부모 욕심에 빠져 아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식 문제는 부모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아이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자신의 인격과 가치관에 따라 아이는 전혀 다르게 성장한다. 경제력과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시대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의 마음에 자신이 어떤 영향력으로 작용하는지 깨닫는 순간 분명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가정을 꾸려가는 부모라도 아이의 감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늘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아이는 분명 ‘개천에서 난 용’이 돼 자신을 존중해준 부모에게 보답할 것이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박재원의 부모효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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