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이를 함께 재구성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발전시켜간다. 그리고 학생들의 경험 속에 녹아 있는 학교와 사회의 문제를 수업과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루게 된다면 언젠가는 학교와 사회도 바뀔 수 있다.”
존 듀이는 교육의 목적을 시민성(citizenship, 인간성, 도덕성, 사회성, 정치성) 함양으로 봤다. 그는 학교를 사회와 동떨어진 별개의 속성과 내용으로 조직된 체계가 아니고 하나의 작은 사회라 말한다. 학생들의 경험을 교과서로 삼아 일상의 여러 문제를 함께 생각하며 지성을 키워가는 곳이 학교라는 뜻이다. 듀이의 철학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제6차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성 육성을 강조한 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 이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존 듀이는 1952년 93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교사, 학교경영자, 교육정책가, 교육운동가, 교육사상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수많은 책과 논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저작물에 녹아 있는 사상과 철학은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듀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 심리학, 미학, 정치학, 사회학을 폭넓게 인식하고, 그의 삶과 그 속에서 펼쳐진 교육사상과 실천을 충실히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교육 존 듀이에게 묻다: 듀이 실험학교와 우리 혁신학교의 이론적 연결 뿌리>(살림터, 2012)는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혁신부장과 창의체험부장을 지내며 혁신학교를 운영한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7년 이상 듀이 전집과 시민성 교육 자료를 섭렵한 서용선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존 듀이를, ‘100여년 전에 학교를 철학·심리학·정치학·사회학의 관점으로 ‘교육과 사회의 연속성’상에서 보고자 했던 이’로 평가한다.
이 책은 학교가 너무 짧은 시간에 ‘거대 공교육’이 되면서 공교육의 모습이 교육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최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혁신학교의 이론적 연결 뿌리를 100여년 전 듀이의 실험학교에서 찾는다. 존 듀이는 1896년부터 7년간 시카고대학 부설 ‘실험학교’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삶에서 수업을 시작해 그들이 겪는 문제를 수업 속에서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민주적 시민으로 자라나 지역사회의 변화까지 도모했다.
이런 듀이의 철학은 현재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혁신교육 정책·철학과 매우 닮아 있다. 실제 100여년 전 듀이의 실험학교처럼 혁신학교에서는 수업 혁신, 교육과정 혁신 등을 추진하면서 학교를 바꾸는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교사들 스스로도 업무 혁신은 물론 학교 조직혁신과 학생들의 자치활동이나 동아리 혁신까지 많은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존 듀이의 이론처럼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은 진정한 민주주의 시민 양성이다. 지은이는 “학생들은 한 시민으로서 그들이 겪는 경험이 아주 사소하고 쓸모없더라도 그것을 교육의 장에서 고민하고 풀어야 한다”며 “여러 명이 탐구하고 협력해 지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거칠 때 민주주의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은이는 ‘학교가 사회’라고 인식해야 하고, 학생들이 학교, 교실을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공간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를 작은 사회로 봤을 때 학생은 한 생명체인 시민이므로 그들이 생활하는 교실을 스스로 만들고, 또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창조적 민주주의 시민이 된다고 강조한다.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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