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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믿어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믿을만한 행동부터 하라

등록 2012-10-29 11:36

라파엘로가 그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학당’ 모습. 가운데 두 인물 가운데 오른쪽이 아리스토텔레스인데, 그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윤리적, 감성적, 이성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라파엘로가 그린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학당’ 모습. 가운데 두 인물 가운데 오른쪽이 아리스토텔레스인데, 그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윤리적, 감성적, 이성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진심 담긴 진솔한 이야기는 감성적 설득력 있어
이성적·논리적인 설득은 ‘비교와 대조’가 효과적
설득은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설득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윤리적(ethos), 감성적(pathos), 이성적(logos)인 측면을 고려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현재의 설득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그럼 고대 철학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현재의 설득에서 활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에토스, 즉 윤리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소에 믿을만한 성격과 행동을 보여준 사람이 상대방을 잘 설득할 수 있다는 건데요. 설득은 화려한 말솜씨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보여주던 자신의 모습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우리가 양치기 소년을 믿지 않는 것은 바로 반복된 거짓말 때문인 거죠.

저의 친형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입니다. 형님은 평소에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 영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회사 영업사원 매출순위 전국 10등을 지켜왔는데요. 그 비결은 바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담당 약국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약국이 이사할 때 짐을 날라주기도 하고, 자녀의 결혼을 앞둔 약사와 함께 청첩장 우표를 붙여주기도 하면서 늘 성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성실한 태도만 보여줬는데도, 약사들은 아무 고민 없이 형님 회사의 약품을 구매했습니다. ‘이런 믿을만한 사람이 파는 거라면 믿을만한 제품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설득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둘째로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파토스, 즉 감성적인 측면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문제에 대해 결정할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막상 결정을 내릴 때는 감성적인 선택을 할 때가 많은데요. 왜냐하면 이성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설득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방송된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신입사원’에서는 아나운서 시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 화제가 됐는데요. 2차 면접에서는 1:1 대결 구도로 둘 중 한 명이 합격하는 전형이었습니다. 당시 전체 예선 7등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지망생이 현업 아나운서 못지않은 능숙함과 세련됨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대적할 상대는 예선 50등도 안 되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지망생이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청각 장애를 앓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늘 입을 크게 벌리고 정확하게 발음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의 꿈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습니다.”

실력면으로는 누가 봐도 앞의 응시생이 뛰어났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간 뒤의 응시생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합격했습니다. 이처럼 이성보다 감성은 더 강력한 설득을 만들어 냅니다. 이성적인 설득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만 감성적인 설득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만듭니다.

셋째는 설득에서 로고스, 즉 이성적인 측면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은 말을 듣다가 논리적으로 말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주장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논리는 바로 비교와 대조입니다. 둘 이상의 사물에 대한 차이점과 유사점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표현하는 화자의 의도에 따라 청자는 논리적으로 설득당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휴대전화기를 사려고 여러 점포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ㄱ점포에서는 직원이 제품마다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그리고 ㄴ점포에서는 직원이 제품을 설명할 때마다 다른 제품들과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 가면서 설명해 줬습니다. 결국 저는 ㄴ점포에서 계약을 했는데요. 왜냐하면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 봤을 때 가장 좋은 제품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비교와 대조를 통해 설명해 줬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윤리적(에토스), 감성적(파토스), 이성적(로고스)인 부분은 따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함께 표현되는 겁니다. 평소에 믿음을 주는 언행과 진심이 담긴 감성, 비교와 대조를 활용한 논리적인 이성을 잘 접목해서 대화를 한다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설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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